
[산업경제TV=윤채원기자] "국가관계기관이 외면하면, 시민은 거리로 나온다." 심주섭 씨가 내놓은 이
한 문장은 현재 대한민국 행정·사법 시스템을 향한 뼈아픈 질문이다. 심 씨는 2025년 12월 29일과 30일,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특정 토지 명의 변경 과정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국가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했다.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대형 건설사가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 있음에도 국가기관이 침묵한다면,
국민은 도대체 어디에 호소해야 하느냐"며 "목숨이 살아있는 한 끝까지 진실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외침이 개인의 감정적 호소로만 치부되고 있다는 점이다.
▲ 공적 영역의 문제, 사적 영역으로 방치
이 사안은 단순한 민원이나 개인 분쟁의 영역을 넘어선 지 오래다. 토지 명의 변경 과정의 적법성,
조세 문제, 공공기관의 관리·감독 책임 여부 등은 명백히 공적 영역의 검증 대상이다. 특히 대형 건설사가
연루된 토지 거래는 단순한 사적 계약의 문제가 아니라, 국토의 효율적 관리, 조세 정의, 중소기업과의
공정 경쟁이라는 국가적 과제와 직결된다.
그럼에도 국회, 감사원, 검찰 어느 곳에서도 명확한 입장이나 조사 착수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담당 부처는 "개별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감독기관은 "관할이 애매하다"며 책임을 회피한다.
이러한 구조적 방기는 결국 한 시민을 홀로 거리에 서게 만들었다.
▲ 법치의 공백, 신뢰의 붕괴
심 씨의 1인 시위는 한 개인의 절박함을 넘어, 대한민국 법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상징적
장면이다. 법과 제도는 존재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작동하지 않을 때 시민에게 남는 선택지는 무엇인가.
법원에 가도, 민원을 넣어도, 국회의원실 문을 두드려도 답이 없을 때, 시민은 결국 자신의 몸을 걸고
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는 비단 심 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이유로 1인 시위를 벌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밀려난 세입자, 하도급 대금을 받지 못한 중소기업인, 행정 절차의 오류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 이들의 공통점은 "정상적인 경로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절망이다.
▲ 구조적 불균형, 누구를 위한 시스템인가
"대기업은 완공하고, 중소 시행사는 파산한다"는 심 씨의 지적은 현재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불균형을
압축한다. 대형 건설사는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분쟁이 생겨도 자본력과 법률 자문을 동원해 위기를
넘긴다. 반면 중소 시행사나 개인 토지 소유자는 절차적 하자 하나에도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
이러한 구조는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적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본과 권력의 크기에 따라 법의 집행 속도와 강도가 달라진다. 이것이 바로
시민들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냉소를 던지는 이유다.
▲ 국가기관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회는 즉각 청문회 및 국정조사를 통해 의혹 전반을 공론화해야 한다. 토지 명의 변경 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 관련 공무원의 직무 수행 적정성, 대형 건설사의 사업 수행 과정에서의 법률 위반 가능성
등은 국회가 마땅히 다뤄야 할 국정 현안이다. 특히 국토교통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는 이 문제를
방치할 경우 유사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감사원은 서울국토관리청의 명의 변경 절차 전반에 대해 직권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행정 행위가 법령과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 특정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량권이
남용되지는 않았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감사원의 침묵은 곧 행정부에 대한 감시 기능의 포기를
의미한다.
검찰 또한 토지 관련 위조 의혹, 조세포탈, 업무상 배임 및 직권남용 가능성에 대해 원점에서 수사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 형사적 혐의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검찰의 고유 권한이자 의무다.
"증거가 부족하다"거나 "고소·고발이 없다"는 이유로 수사를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 침묵의 대가는 국가 신뢰의 붕괴
침묵이 길어질수록 국가는 신뢰를 잃는다. 법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인식은 결국 시민을 거리로 내몬다.
그리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더 이상 제도를 신뢰하지 않는다. 이들은 법원 판결보다 여론의 힘을,
공식 절차보다 집단 행동을 선택하게 된다. 이는 민주주의의 건강한 작동이 아니라, 제도의 실패가
만들어낸 불가피한 귀결이다. 심 씨는 여전히 거리에 서 있다. 그의 손에는 피켓이 들려 있고, 그의
목소리는 쉬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가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법과 제도는 누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가."
▲ 이제 답해야 할 주체는 국가다
시민은 이미 충분히 외쳤다. 민원을 넣었고, 탄원서를 제출했고, 언론에 제보했고, 결국 거리에 나섰다.
이제 답해야 할 주체는 시민이 아니라 국가다. 국회·감사원·검찰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없다면, 대한민국의 법치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그 무덤 앞에는
홀로 서 있는 시민들의 피켓만이 바람에 흔들릴 것이다. 국가기관의 침묵은 곧 제도의 사망선고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행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