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의 낭만과 현실 사이: 왜 절반이 3년 안에 포기하나
“퇴직금으로 텃밭 하나 사고, 닭 몇 마리 키우면 여생이 평화로울 줄 알았다.”
많은 은퇴자들이 도시의 경쟁에서 벗어나 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꾼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보다 냉정하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귀농·귀촌 인구의 절반가량이 3년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간다. 이유는 단순하다. ‘준비 없는 낭만’ 때문이다.
귀농은 단순한 전원생활이 아니다. 하나의 산업이고, 삶의 구조 전체를 새로 짜야 하는 재창업이다. 은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은 ‘농사는 쉬울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러나 농업은 자본, 기술, 인내가 모두 필요한 종합산업이다. 농지 구입에서부터 작물 선택, 유통망 확보, 심지어 이웃과의 관계까지 모든 게 생소한 도전이다.
귀농 실패의 1순위 이유는 자금이 아니라 ‘고립’이다. 혼자서 밭을 일구고, 정보 없이 시작한 사람은 시장에서 버티기 어렵다. 돈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배우고, 연결될 수 있는 **‘세 가지 자본’**이다. 그 세 가지는 관계 자본, 학습 자본, 그리고 정신 자본이다.
첫 번째 자본, ‘관계 자본’: 사람과 함께하는 농촌의 법칙
농촌의 첫 번째 법칙은 “사람이 곧 자원이다.”
도시에서는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지만, 시골에서는 관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농기계를 빌려줄 이웃, 비닐하우스를 같이 지을 협동조합, 판로를 연결해주는 선배 농부 — 이런 관계망이 곧 생존망이다.
성공한 귀농인들의 공통점은 ‘혼자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지역 공동체와 연결되어 있었다. 귀농 초기엔 ‘마을회의’에 꾸준히 참여하고, 농협이나 귀농인 협의회에 얼굴을 비췄다. 낯선 환경에서 신뢰를 쌓는 것은 느리지만, 일단 신뢰를 얻으면 농기계, 종자, 인력 등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실패한 사례의 대부분은 ‘도시식 사고방식’을 그대로 들고 온 경우다. “돈 내면 되잖아”라는 말은 시골에선 통하지 않는다. 농촌은 아직도 신뢰와 호혜의 네트워크 위에 서 있다. 귀농 성공은 기술보다 **‘관계 맺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두 번째 자본, ‘학습 자본’: 배우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농사는 과학이다. 온도, 습도, 병충해, 토양 데이터 — 모든 것은 ‘데이터 경영’으로 바뀌고 있다. 스마트팜이 보편화되면서 농업은 기술과 정보의 산업으로 진화했다. 그럼에도 은퇴자들 중 상당수는 “내 경험으로 해볼게”라며 최신 기술을 외면한다. 바로 그 지점이 실패의 출발선이다.
귀농에 앞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농업 교육’이다. 지자체마다 운영하는 귀농학교, 농업기술센터의 실습 프로그램, 온라인 농업교육 포털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귀농 교육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생존율이 약 2.3배 높다.
교육의 핵심은 작물 선택과 경영이다. 단순히 ‘무엇을 심을까’가 아니라 ‘누가 사줄까’를 고민해야 한다. 시장을 먼저 배우고, 지역 유통망을 이해하는 것이 학습 자본의 본질이다. 또한 데이터를 활용해 생산과 판매를 분석하는 ‘스마트 농업 경영’이 필수다. 이제 농부도 ‘배우는 직업’이다.
세 번째 자본, ‘정신 자본’: 포기하지 않는 태도가 기술을 이긴다
농촌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체력’보다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다. 작물은 사람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라고, 기후는 계획과 다르게 움직인다. 태풍 한 번에 한 해 농사가 무너질 수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정신 자본이다.
한 귀농인은 이렇게 말했다. “농사는 자연과 협상하는 일이다. 내가 지는 날도 많다. 하지만 다음 해엔 다시 심는다.”
이것이 진짜 농부의 태도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 실패를 학습으로 바꾸는 태도가 농촌에서는 최고의 자산이다.
은퇴자는 이미 도시에서 수십 년을 버틴 사람들이다. 조직의 논리와 압박 속에서도 살아남은 사람이라면, 농촌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다만 승부의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경쟁 대신 협력, 속도 대신 지속 가능성, 그리고 돈 대신 관계와 배움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결론, 귀농은 인생의 두 번째 창업이다
은퇴 후 귀농은 단순한 ‘이주’가 아니라, 새로운 ‘창업’이다.
성공하는 귀농인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사람을 배우고, 배우는 사람이며,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귀농은 결국 ‘사람 농사’이며, 그 밭은 언제나 자신 안에 있다.
“돈보다 귀한 것은, 오늘도 배우려는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