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시행 6개월 만에 폐지론…교육 현장의 혼란과 과제

“자기주도”라 쓰고 “책임전가”라 읽는다 — 교사·학생 모두가 혼란에 빠진 고교학점제의 민낯

 

2025년 1학기부터 전국 고등학교에서 본격 시행된 고교학점제가 시행 6개월 만에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학점을 이수하는 이 제도는 ‘자기주도적 학습’을 목표로 도입되었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주도 불가능한 제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8울 2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고교학점제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 [ 사진 : 정치하는엄마들  제공]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에 추진 계획이 발표되었고, 윤석열 정부에서 확정되었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학점 이수제와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이하 ‘최성보’)가 처음 시행되었으며, 선택 과목제는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학점 이수제는 학생이 3년간 192학점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며, 과목별로 출석률 3분의 2 이상, 성취율 40% 이상을 달성해야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최성보는 이수 기준에 미달한 학생에게 보충 지도를 제공해 학점 미이수로 인한 졸업 불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교사들은 이 제도가 현장 교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기 안산 성안고의 안지원 교사는 “기초학력 부진은 수년간 누적된 결과인데, 이를 한 학기 만에 교사가 해결하라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사들은 원칙대로 미이수를 부여할 경우 졸업하지 못하는 학생이 발생하고, 그 책임이 교사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부 학교에서는 편법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서울의 한 사립고 교사는 수행평가 기본 점수를 조정하거나 다른 학생이 푼 학습지를 보충 지도 증빙자료로 활용하는 등의 사례를 언급했다. 교육부가 유급생 발생을 우려해 최성보를 도입했지만, 결과적으로 교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학생들의 자퇴 증가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의 한 특성화고에서는 올해 입학생 156명 중 27명이 1학기 중 자퇴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여러 과목에서 최성보 대상이 되면서 학교 생활에 부담을 느꼈다고 전했다. 교사들은 최성보가 학업 부진 학생에게 낙인 효과를 주고 있으며, 이는 중도 포기와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와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제도의 폐지보다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최성보는 책임 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며, 폐지보다는 재이수제나 대체이수제 도입 등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간 교실이 상위권 학생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으며, 고교학점제가 하위권 학생의 학습에도 책임을 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교육부는 교사·학생·학부모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이르면 다음 달 초 보완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고교학점제는 단순한 제도 변경을 넘어, 학생 중심 교육의 방향성과 철학을 재정립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정교한 설계와 충분한 준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작성 2025.08.29 14:44 수정 2025.08.2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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