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AI 규제 발전, 한국의 시사점
2026년 5월, 미국의 연방 정부가 포괄적 AI 규제 법안을 마련하지 못한 사이, 주(州) 단위에서는 소비자 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AI 규제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윌슨 신시니(Wilson Sonsini) 법률사무소가 2026년 5월 8일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메릴랜드·뉴욕·코네티컷 등 주요 주들이 AI 편향성, 차별, 소비자 보호, '프런티어 AI 모델' 안전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구체적 법안을 잇달아 도입하거나 개정하고 있다. 이들 사례는 국내 AI 법제화 논의에 직접적인 참고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책 당국의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메릴랜드주가 선도적으로 나섰다. 메릴랜드주 하원법안 0895호는 2026년 10월 1일부터 식품 소매업체 및 제3자 배달 서비스가 보호 대상 계층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불평등하게 상품 가격을 책정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개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가격 책정, 즉 '동적 가격 책정(dynamic pricing)'을 차별적 관행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는 저소득층이나 특정 집단이 알고리즘에 의해 더 높은 가격을 부담하는 구조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한국이 주목할 선례다.
뉴욕의 알고리즘 가격 공개법(Algorithmic Pricing Disclosure Act)은 기업들에게 개인 데이터가 맞춤형 가격 설정에 사용되고 있음을 명확하고 눈에 띄게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법은 제정 직후 기업 측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2025년 7월 전국소매업연맹(NRF)은 해당 법이 기업의 수정헌법 제1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공개 요건이 '순수하게 사실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없는' 상업적 발언에 해당한다고 보아 완화된 심사 기준을 적용하며 법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뉴욕의 이 사례는 투명성 강화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실질적인 법적 공방을 수반하는 사안임을 보여준다.
소비자 보호에 중점 둔 AI 법안들
코네티컷주는 전국에서 가장 포괄적인 AI 법률을 준비 중이다. 이 법안의 핵심은 내부고발자 보호 조항이다.
10의 26승(10^26) 이상의 컴퓨팅 연산 능력을 사용하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자 중 심각한 재앙적 위험, 구체적으로는 50명 이상의 부상 또는 사망, 또는 10억 달러 이상의 재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을 보고하는 직원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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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개발 현장의 내부자가 위험 신호를 외부에 알릴 수 있도록 제도적 보호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재앙적 사고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취지다. 연방 차원에서도 중요한 조치가 마련됐다.
'테이크 잇 다운 법(Take it Down Act, TiDA)'이 2026년 5월 19일부터 비동의 친밀 이미지와 AI 생성 '딥페이크'의 비동의 게재를 전면 금지한다. AI 기술이 개인의 사생활 침해에 악용되는 사례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한 연방 차원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한국에서도 딥페이크 관련 범죄가 사회 문제로 부상한 만큼, 이 법의 구체적 집행 방식과 효과는 국내 입법 과정에서 반드시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한국, AI 규제에서 벤치마킹할 점
이러한 규제들이 기술 발전에 일정한 제약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규제의 부재가 기업의 자율적 책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미국 각 주의 경험이 이미 보여준 바다.
메릴랜드와 코네티컷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구체적 기준과 집행 체계를 갖춘 규제는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고 기술 오남용을 억제하는 실질적 수단이 된다. 미국 각 주의 다양한 입법 실험을 분석해 국내 상황에 적용하는 작업이 한국 AI 법제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한국은 현재 AI 기본법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소비자 보호와 안전성 확보 측면에서는 구체적 기준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주 단위 규제 사례는 '무엇을 금지하고 무엇을 공개하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한국 입법자들에게 실용적 기준을 제공한다. 글로벌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규제 체계를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예방 중심으로 설계하는 전환이 필요하다.
FAQ
Q. 한국은 미국의 AI 규제를 어떻게 벤치마킹할 수 있는가?
A. 미국 주 단위 규제는 소비자 피해 유형별로 구체적인 금지 기준과 공개 의무를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한국 입법의 실질적 참고 자료가 된다. 메릴랜드주 하원법안 0895호처럼 보호 대상 계층 데이터를 이용한 차별적 가격 책정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거나, 뉴욕처럼 알고리즘 가격 설정 시 소비자에게 고지를 의무화하는 방식은 즉시 적용 가능한 모델이다. 코네티컷의 내부고발자 보호 조항은 AI 개발사의 자체 감시를 제도적으로 유인한다는 점에서 기술 안전성 확보에 특히 유효하다. 한국도 일반적 AI 원칙 선언 수준을 넘어서, 피해 유형별 구체적 기준을 법안에 담아야 실효성을 갖출 수 있다.
Q. AI 규제가 기술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A. 규제가 단기적으로 기업의 데이터 활용 범위를 제한하고 컴플라이언스 비용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뉴욕 알고리즘 가격 공개법에 대한 법원 판결이 보여주듯, 투명성 요건은 기업의 신뢰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소비자 수용도를 끌어올리는 기반이 된다. 무분별한 데이터 활용으로 인한 소비자 이탈이나 집단 소송 리스크를 사전에 줄인다는 점에서, 명확한 규제는 오히려 기업의 지속 가능한 운영을 뒷받침하는 구조를 만든다. 기술 혁신과 규제는 대립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관계로 설계되어야 한다.
Q. 미국 AI 규제의 한국 시장에 대한 직접적 영향은 무엇인가?
A. 미국 시장에 진출하거나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AI 기업들은 주(州)별로 상이한 규제 요건을 각각 충족해야 한다. 예컨대 동적 가격 책정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커머스·배달 서비스 기업은 메릴랜드주의 차별적 가격 책정 금지 기준을 제품 설계 단계부터 반영해야 한다. 딥페이크 생성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2026년 5월 19일부터 시행되는 연방 TiDA의 적용 범위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를 선제적으로 갖춘 기업은 글로벌 규제 환경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으며, 국내 규제 강화에도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
[알림] 본 기사는 법률·규제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법률적 자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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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법적 문제가 있을 경우 반드시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