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디자인도 이제 '말'로 하는 시대: 구글 스티치(Stitch)는 피그마의 적일까, 조수일까?

비전문가도 1분 만에 UI 초안 뚝딱… '전자레인지' 스티치와 '장인의 주방' 피그마의 공존법

아이디어는 넘치는데, 막상 하얀 캔버스 앞에 서면 막막해지는 '빈 캔버스의 공포'는 모든 창업가와 개발자의 숙명이다. 최근 구글이 내놓은 AI 기반 디자인 도구 '스티치(Stitch)'는 이 고통스러운 0에서 1의 과정을 혁신적으로 줄여주겠다고 선언했다. 과연 스티치는 디자인의 표준인 피그마를 위협하는 존재일까, 아니면 우리의 작업을 돕는 든든한 조수일까?

 

■ 구글 스티치는 '전자레인지', 피그마는 '풀옵션 주방'

스티치와 피그마의 차이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전자레인지와 주방'의 차이다. 배가 고플 때 버튼 몇 번으로 즉석식품을 데워 먹는 전자레인지(스티치)는 빠르고 간편하다. 하지만 정교한 맛을 내는 만찬을 차리려면 화력 좋은 가스레인지와 다양한 조리 도구가 갖춰진 주방(피그마)이 반드시 필요하다.

2025년 구글 I/O에서 구글 랩스(Google Labs)의 실험적 도구로 처음 공개된 스티치는, 전문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자연어로 소통하며 UI 초안을 잡는 '바이브 디자인(Vibe Design)' 방식에서 압도적인 강점을 보인다. "배달 앱의 결제 페이지를 깔끔하게 그려줘"라고 말하면 AI가 단 몇 초 만에 고품질 시안을 내놓는다. 디자인과 동시에 HTML·CSS 코드를 생성해 개발자와의 소통 비용까지 줄여주는 것도 강점이다. 현재 완전 무료로 제공된다.
 


 

 

■ 10년 차 IT 전문가가 직접 써보니… "매력적이지만 한계도 명확"

10년 차 IT 전문가(개발 6년·QA 4년)로서 스티치를 직접 다뤄보았다. 아이디어를 시각화해야 하는 입장에서 무료로 UI 초안을 뽑아낼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특히 음성 명령으로 "메뉴를 위로 올려줘", "다크 모드로 바꿔"라고 지시하면 실시간으로 레이아웃·색상을 조정해주는 '바이브 디자인(Vibe Design)' 기능은 디자인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한계도 명확했다. 벤치마킹하고 싶은 사이트의 주소를 입력해도 해당 디자인의 핵심 요소를 제대로 가져오지 못하거나 엉뚱한 결과물을 내놓는 경우가 잦았다. 버튼 하나만 고치고 싶어도 화면 전체 레이아웃을 바꿔버리는 'AI 특유의 고집' 역시 세밀한 조정이 필요한 현업에서는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다. 다만 2026년 3월 업데이트를 통해 텍스트 요소를 직접 클릭해 수정하거나 간격을 조정하는 수동 편집 기능이 추가된 만큼, 이 부분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 '영혼 없는 디자인'을 넘어선 하이브리드 워크플로우

현업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스티치의 결과물이 "뻔한 템플릿 같다"는 회의론도 존재한다. 브랜드 고유의 개성이나 복잡한 협업 기능, 대규모 디자인 시스템 관리 면에서 스티치는 아직 피그마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실제로 스티치 업데이트 발표 직후 피그마 주가가 4% 이상 하락하는 등 업계는 이를 실질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두 도구는 여전히 서로 다른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스티치를 외면할 이유는 없다. 스티치는 원클릭으로 피그마에 편집 가능한 레이어 형태로 디자인을 내보내는 기능을 지원한다. 이제 우리의 경쟁력은 '툴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조율하느냐'에 달려 있다.

스티치로 10분 만에 여러 개의 시안을 뽑아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그중 가장 훌륭한 방향을 골라 피그마로 가져와 장인의 손길로 완성하는 방식이 앞으로의 표준이 될 것이다. 기술의 변화에 두려워하기보다 각 도구의 장점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워크플로우'를 선점하는 청년 창업가들이 미래 디자인 생태계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작성 2026.04.01 20:05 수정 2026.04.0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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