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 기술이 노동 행정의 새로운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3월 13일 ‘우리 노동부 인공지능 전환(AX) 세미나’를 열고 공무원이 직접 인공지능을 활용해 행정 효율성과 정책 대응 능력을 높인 다양한 사례를 공개했다. 산업재해 예방부터 노동 권익 보호, 구직 지원까지 인공지능이 행정 현장에서 실질적인 문제 해결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이날 발표된 주요 사례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것은 산업재해 위험 사업장을 사전에 찾아내는 산재 예측 인공지능 초기 모델이다. 노동행정인공지능혁신과는 인공지능 코딩 에이전트인 클로드 코드와 코덱스를 활용해 해당 모델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약 300만 개 사업장의 산업재해 발생 이력과 감독 관련 데이터를 학습해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모델은 전체 사업장 가운데 위험도가 높은 상위 0.6퍼센트, 약 1만9천 개 사업장을 정밀하게 추려낸다. 이러한 방식은 한정된 감독 인력과 예산을 실제 위험도가 높은 현장에 집중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예방 중심 노동행정의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위험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을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대응의 속도와 정확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효과도 예상된다.
특히 이 모델에는 설명가능한 인공지능 개념이 적용됐다. 특정 사업장이 왜 위험 대상으로 분류됐는지를 논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공공행정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할 때 제기되는 책임성과 투명성 문제를 고려한 조치다. 행정 판단의 근거를 설명할 수 있는 구조를 통해 정책 집행 과정의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성능 평가 결과도 의미 있는 수치를 보였다. 기존에는 사람이 산업재해 이력 등을 바탕으로 점수를 부여해 중점 관리 대상 사업장을 선정했다. 그러나 인공지능 모델을 적용할 경우 예측 성능이 기존 방식보다 약 52퍼센트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데이터 분석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2024년 12월 기준 활용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300만 개 사업장 가운데 1만9천 곳을 선정했을 때, 사람이 선정한 사업장에서는 2025년에 193만 일의 근로손실일수가 발생했다. 반면 인공지능이 선별한 사업장에서는 294만 일의 근로손실일수가 나타났다. 이는 인공지능이 사고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을 더 정밀하게 찾아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장 공무원이 직접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업무 도구도 함께 소개됐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강민 노동감독관이 개발한 ‘사운드라이터(SoundWriter)’는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통화 녹음 파일을 인공지능이 즉시 문자로 변환하는 프로그램이다. 방대한 음성 기록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를 통해 노동감독관은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이고 노동자의 권리 구제를 보다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구직 지원 분야에서도 인공지능 활용 사례가 공개됐다. 서울서부고용센터 한이송 주무관은 구직자의 경력과 직무 역량을 바탕으로 자기소개서 작성을 돕는 인공지능 자기소개서 생성기를 개발했다. 이 도구는 구직자가 지원 기업에 맞는 설득력 있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구조와 내용을 정리해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직업상담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구직자의 취업 준비 과정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앞으로 산재 예측 인공지능 모델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더욱 면밀히 검토하고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동시에 임금체불 위험 사업장을 사전에 관리하기 위한 임금체불 예측 인공지능 개발도 추진한다. 노동 현장의 위험 요소를 조기에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행정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수한 현장 개발 사례가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인공지능 코딩 에이전트 지원과 교육도 확대한다. 행정 현장의 문제를 직접 경험하는 공무원이 기술을 활용해 해결책을 만들 수 있도록 기반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행사에서 ‘바이브 코딩’을 직접 시연했다. 일상적인 언어로 명령을 입력해 영세사업장을 위한 일터 안전 점검 웹사이트를 제작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공공행정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문 개발자가 아니어도 공무원이 국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열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 장관은 “모든 직원이 인공지능을 능숙하게 활용해 임금체불 사건을 보다 신속하게 해결하고, 산재 취약 사업장에는 필요한 컨설팅과 예산을 정확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노동부의 인공지능 전환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기술이 노동자의 생명과 권익을 지키는 행정 혁신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정책은 산업재해 예방 행정의 정밀도를 높이고 노동행정의 대응 속도를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기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위험 사업장을 사전에 식별하고 감독 자원을 집중하면 산재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현장 공무원이 직접 개발한 다양한 AI 도구는 노동 권익 보호와 구직 지원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의 인공지능 전환 정책은 공공행정에서 기술 활용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준다. 단순한 디지털 도입을 넘어 노동 현장의 위험을 사전에 발견하고 행정 대응을 정밀화하는 체계로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산재 예방과 임금체불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반 행정이 확대될 경우 노동 안전과 권익 보호 정책의 실효성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