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저출생과 지역 소멸이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보육의 역할이 가정의 영역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책임으로 확장되고 있다. 일본·독일·북유럽의 보육정책 사례를 통해 소규모 가정어린이집이 지역 보육의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는 이유를 짚어봤다.
저출생이 구조적 문제로 고착화되면서 보육정책의 방향도 근본적인 전환점을 맞고 있다. 아이를 ‘누가 맡아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게 할 것인가’로 논의의 축이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일본, 독일, 북유럽 국가들은 보육을 사회 인프라로 규정하며 제도 개편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은 유치원과 보육시설로 이원화돼 있던 체계를 통합형 제도인 코도모엔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만 3~5세 무상 보육을 원칙으로 삼고, 0~2세 영아에 대해서도 소득 수준에 따른 지원을 확대했다. 장시간 돌봄이 가능한 시설을 늘리는 동시에 소규모 가정형 보육을 제도권 안으로 포함시킨 점이 특징이다.
이와 관련해 이병주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충북이사는 “일본의 변화는 ‘큰 시설만이 답이 아니다’라는 정책적 선언에 가깝다”며 “지역 안에서 아이를 돌보는 작은 공간을 공공의 영역으로 인정했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규모 보육이 돌봄 공백을 메우는 현실적 대안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육을 권리의 문제로 접근한 독일에서는 만 1세 이상 영유아에게 보육 이용을 법적으로 보장하면서 키타 체계를 빠르게 확충했다. 최근에는 맞벌이 가정 증가에 대응해 전일제 돌봄을 확대하고, 초등학교 방과후 돌봄과 연계하는 ‘하루 일과형 보육’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이 이사는 독일 사례에 대해 “보육을 선택 사항이 아니라 사회가 보장해야 할 권리로 규정한 점이 핵심”이라며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불안을 제도적으로 차단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보편적 공보육과 긴 부모휴가 제도를 정착시킨 상태로, 놀이와 자연 중심의 유아교육 철학을 토대로 아이의 자율성과 정서 발달을 중시하는 접근이 특징이다. 다만 최근에는 충분한 제도적 지원에도 출산율이 반등하지 않는 이른바 ‘북유럽 패러독스’가 논의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이사는 “북유럽은 이제 ‘얼마나 지원할 것인가’보다 ‘부모와 아이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를 묻고 있다”며 “양육의 질과 일상의 만족도를 정책의 중심에 두려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세 지역의 사례는 공통적으로 보육을 개인의 부담이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장시간 돌봄 확대, 비용 부담 완화, 취약계층과 발달 지원 아동을 포용하는 연계 체계 구축 역시 공통된 방향이다.
차이도 분명한데, 일본은 제도 통합과 소규모 지역 보육의 제도화를 진행 중이고, 독일은 법적 보육 이용권을 기반으로 전일제 돌봄을 확장하고 있다. 북유럽은 이미 구축된 제도를 토대로 삶의 질 중심 보육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단계에 있다.
이 이사는 “결국 보육정책의 목적은 아이를 ‘보관’하는 데 있지 않다”며 “아이와 가족,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하면서 “‘우리 동네 가정어린이집’은 그 철학이 가장 일상적으로 실현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작은 규모의 가정어린이집은 아이에게는 안정적인 하루를, 부모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돌봄을, 지역에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제공하는 접점이 된다. 보육을 지역의 문제로 다시 바라볼 때, 작은 꿈터는 단순한 시설을 넘어 공동체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