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육교사의 근무 환경과 처우 문제가 영유아 돌봄의 질과 직결된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보육 정책이 ‘아이 중심’에 머무르지 않고 교사 행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생님이 웃으면 아이도 웃는다.”
보육 현장에서 오랫동안 회자돼 온 이 문장은 감성적 표현이 아니라 구조적 현실을 드러내는 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영미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경기이사는 이 표현에 대해 “아이들은 하루 대부분을 어린이집에서 보내며, 교사의 표정과 말투, 정서 상태를 그대로 흡수한다”며 “교사가 지친 환경에서는 아이의 하루 역시 안정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력 부족과 과중한 업무 부담이 겹쳐 있는 현재 보육 현장에서 보육교사 1인이 담당해야 하는 영유아 수는 여전히 많고, 휴게시간이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대체교사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아픈 몸으로 근무를 이어가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김 이사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버티는 보육’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개별 영아의 발달과 정서를 세심하게 살피는 놀이 중심 보육은 충분한 인력과 휴식이 전제돼야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보육교사의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구조도 구조적 문제로 지적됐다. 국공립과 민간, 가정어린이집 간 임금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며, 경력과 전문성을 반영한 보상 체계는 미흡한 실정인데, 김 이사는 “같은 일을 해도 보수가 다르고, 원아 모집이 줄면 곧바로 고용 불안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는 장기 근속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잦은 교사 이동은 아이의 정서적 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보육 예산을 확대하고 있지만 현장의 체감도는 높지 않고, 행정 서류와 평가제, 학부모 민원 대응 등 교사의 업무 부담은 오히려 늘어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이사는 “감정노동의 강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보호하거나 회복할 제도는 충분하지 않다”며 “아이를 돌보는 손이 정작 보호받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는 국가책임형 임금체계 도입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김 이사는 “교사 인건비를 국가가 직접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해야 시설 유형 간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며 “보육교사를 안정적인 전문직으로 자리매김시키는 것이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발표한 2026년 0세반 교사 대 아동 비율 1대 2 하향 결정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다른 연령대에 대한 기준 현실화와 대체교사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정어린이집의 역할에 대한 재평가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 이사는 가정어린이집이 소규모 운영을 통해 영아에게 밀착형 돌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는 “영아기에는 안정적인 관계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가정어린이집은 이러한 특성에 가장 적합한 구조를 갖추고 있음에도 제도적 인정은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어린이집을 영아전문기관으로 공식 지정하고, 국가가 그 전문성을 제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육교사는 단순한 돌봄 인력이 아니라 아이가 사회를 처음 경험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첫 사회적 교사’라는 점도 강조됐다. 김 이사는 “교사의 하루가 존중받아야 아이의 하루도 안전해진다”며 “보육 정책은 이제 아이 중심을 넘어 교사 행복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