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의 변화를 만끽하며 산을 오르는 등산은 현대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유산소 운동이자 근력 강화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자연이 주는 상쾌함 이면에는 예기치 못한 부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울퉁불퉁한 지형과 경사면은 평소 단련되지 않은 관절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많은 이들이 하산 후 느끼는 통증을 가벼운 '근육통'으로 치부하며 방치하지만, 이는 무릎 건강의 중대한 적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조앤조병원 조영린 대표원장은 산행 전후 관절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특히 '반월상 연골판'의 손상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반월상 연골판이란 대퇴골(허벅지뼈)과 경골(종아리뼈) 사이에 위치한 초승달 형태의 섬유연골 조직이다. 이 조직은 신체의 하중을 분산시키고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 장치 역할을 수행한다. 문제는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산행을 이어가거나, 하산 시 무거운 배낭을 메고 불안정한 자세로 내려올 때 발생한다.
조 원장에 따르면, 하산할 때는 평지를 걸을 때보다 무려 3배 이상의 하중이 무릎 관절에 집중된다. 이때 반복적인 충격이 가해지면 연골판이 찢어지거나 파열될 수 있는데, 이를 '반월상 연골판 파열'이라 부른다. 만약 산행 도중이나 직후에 무릎 뒤쪽이 팽팽하게 당기는 느낌이 들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무릎 아래쪽에 지속적인 통증이 느껴진다면 단순 피로 골절이나 근육통이 아닌 연골판 손상을 강력히 의심해야 한다.
파열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무릎을 구부리고 펼 때 발생하는 '뚝' 하는 마찰음, 혹은 관절 내부에 무언가 끼어 있는 듯한 이물감이 꼽힌다. 증상이 심해지면 무릎이 완전히 펴지지 않는 '잠김 현상'이 나타나거나, 관절 내부에 물이 차며 붓기가 발생하기도 한다. 심지어 무릎 뒤편에 혹과 같은 이물질이 만져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관절액이 유출되어 발생하는 낭종일 가능성이 높다. 연골판은 혈관 분포가 적어 한 번 손상되면 스스로 재생되지 않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초기 발견과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연골판 손상을 방치할 경우, 관절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며 뼈와 뼈가 직접 마찰하는 퇴행성 관절염으로 급격히 진행될 수 있다. 초기 관절염 단계에서는 시큰거리는 통증과 함께 관절 부위가 뻣뻣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며, 이는 곧 보행 장애와 일상생활의 제약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등산 후 통증이 1주일 이상 지속된다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 정밀 진단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다행히 연골 마모가 심하지 않은 초기 단계라면 수술 없이도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약물치료와 주사치료, 그리고 물리치료를 병행하는 보존적 요법은 통증을 완화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그러나 연골이 완전히 닳아 없어진 말기 관절염 환자의 경우, 손상된 부위를 제거하고 특수 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인공관절 전치환술'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조영린 원장은 "건강을 위해 시작한 등산이 오히려 관절 건강을 해치는 독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산행 전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근육의 긴장을 풀고, 하산 시에는 무릎 보호대나 스틱을 활용해 하중을 분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통증을 인내의 결과로 여기지 말고,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여 조기에 치료받는 자세가 백세 시대 무릎 건강을 지키는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