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없는 마을을 바꾼 작은 혁신, 경기도 AI 사랑방 하루 3천 명을 움직였다

초고령 지역의 생활 변화를 이끈 디지털 돌봄 인프라의 1년 성과

AI 기반 운동·인지 프로그램 도입으로 어르신 건강·정서 회복 견인

안부 전화·학대 예방·돌봄로봇까지 확대되는 경기도형 노인 돌봄 모델

[에버핏뉴스] 화면에 나오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게임을 할 수 있다 사진=경기도청 제공

 

포천시 관인면의 작은도서관 2층에 마련된 ‘경기도 AI 사랑방’은 개소 1년 만에 지역 어르신 3,010명이 다녀가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병원조차 없는 초고령 마을에 처음으로 들어온 디지털 돌봄 거점은 지역사회가 필요로 했던 공백을 채우며 새로운 일상 변화를 이끌어냈다.

 

최근 찾은 AI 사랑방은 조용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TV만 켜져 있던 기존 경로당과 달리 이곳에서는 웃음과 박수, 가벼운 논쟁까지 활기 넘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평균 연령 80세를 훌쩍 넘는 어르신들은 스마트 터치 테이블 앞에 모여 화면 속 문제의 답을 두고 의견을 나누며 인지 활동에 집중했다. 한편에서는 무릎 통증을 잊은 듯 발판 위 불빛을 따라 움직이는 ‘스텝 운동 매트’ 위에서 경쾌한 운동을 이어갔다.

 

건강상의 이유로 외출을 삼가던 임정순(82) 씨는 지난여름 아들의 권유로 처음 이곳을 찾았다. 그는 지금도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치매 예방 프로그램과 기초 운동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여기 오면 친구들도 생기고, 혼자 있을 때보다 마음이 가벼워진다”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함께 있던 김성자(84) 씨도 “매일 오전 시간을 여기서 보낸다”며 “머리도 맑아지고 젊은 기분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에버핏뉴스] 스마트 터치 테이블로 게임을 즐기는 모습 사진=경기도청 제공

경기도는 지난해 말 관인면에 AI 사랑방을 열며 노인 돌봄 공백이 극심한 지역에 우선적으로 디지털 기반 서비스를 도입했다. 관인면은 인구의 48.5%가 65세 이상으로, 도내에서도 고령화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마을에 의료기관이 없어 보건지소와 약국 1곳에 의존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강과 정서 관리를 한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는 AI 사랑방은 지역 실정에 꼭 맞는 시설이었다.

 

사랑방 내부에는 어르신들이 실내에서 부담 없이 인지 기능을 높이고 운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디지털 장비가 도입됐다. 터치 테이블, 스텝 운동 매트뿐 아니라 신체 움직임을 인식해 화면 속 가상 공간에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증강현실 운동학습 시스템’도 설치됐다. 최근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키오스크에 낯설어하는 어르신을 위해 주문·결제 연습을 할 수 있는 교육용 기기도 마련했다.

 

[에버핏뉴스] 화면의 그림을 맞추고 있는 모습 사진=경기도청 제공

올해 상반기에만 멀티미디어 기기를 활용한 건강 프로그램 20회가 진행됐으며, 스마트폰 활용 교육 역시 180명이 참여해 디지털 기초 능력 향상에도 도움을 받았다. 혼자서 휴대전화를 다루기 어려웠던 어르신들에게 이 교육은 새로운 소통 창구를 마련해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기도는 AI 사랑방을 중심으로 다양한 노인 돌봄 모델을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AI 노인말벗서비스’는 주 1회 지정된 시간에 인공지능이 어르신에게 안부 전화를 걸어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통화 중 위기 징후로 판단되는 내용이 감지되거나 세 차례 연속 전화를 받지 않을 경우, 도 사회서비스원 직원이 직접 연락을 취해 필요한 서비스로 연계한다. 지난해부터 올해 11월까지 총 37만 6,972건의 전화가 이뤄졌고, 올해만 6,500명에게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다른 사업인 ‘AI 어르신 든든지키미’는 학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보호 서비스로, 음성 인식 기반의 긴급 호출 기능을 탑재한 AI 스피커가 핵심 역할을 한다. 학대 의심 상황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112나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가 연결된다. 도는 활용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고위험군을 관리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낙상 사고 대응과 우울감 호소 어르신들의 상담 연계 등 106건의 사례를 처리했다.

 

[에버핏뉴스] 불빛을+따라+블록을+밟는+스텝+운동+매트 사진=경기도청 제공

아울러 AI 기술이 탑재된 돌봄로봇 지원 사업도 운영 중이다. 돌봄로봇은 복약·식사·수면 패턴을 인지해 알림 기능을 제공하고, 친근한 음성 대화를 통해 정서적 지지를 돕는다. 활동량을 감지해 위급 상황 발생 시 즉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 독거 어르신들에게 실질적인 안전망이 되고 있다. 올해 신규 사업으로 6개 시군 545명이 돌봄로봇 지원을 받고 있다.

 

병원 하나 없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AI 사랑방은 이제 단순한 여가 시설을 넘어 고령화 지역의 돌봄 체계를 보완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 경기도는 앞으로도 AI 기술과 지역 돌봄을 결합해 초고령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경기도 AI 사랑방은 단순한 편의시설을 넘어 노인 돌봄의 구조를 혁신하는 실험적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어르신 방문자 3,010명이라는 숫자는 기술 기반 돌봄 서비스가 지역 사회의 실제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격차 해소, 고립 위험 감소, 치매 예방 등 다각적인 효과를 확인한 만큼 앞으로의 사업 확대가 기대된다.
 

작성 2025.12.11 16:47 수정 2025.12.1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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