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도내 농경지의 생물학적 건강 수준을 과학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경기도 농경지 토양미생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지난 1일, 약 5년에 걸친 장기 조사를 통해 도내 주요 농경지의 토양미생물 현황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번 데이터베이스는 토양의 생물학적 품질을 평가할 수 있는 근거 자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조사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밭·과수원·논·시설재배지 등 농업 현장의 대표적 토지 유형 134곳을 선정해 진행됐다. 연구진은 각 지점에서 수집한 토양을 분석하여 미생물 총량, 종 다양성, 생물군집의 균형도, 병원성균의 유전자 흔적, 효소 활성도 등 토양의 건강도를 측정하는 핵심 지표들을 확보했다. 이 자료는 향후 토양 생태계의 변화를 장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준값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우선, 밭과 과수원에서는 전국 평균을 웃도는 미생물 다양성이 확인됐다. 밭 토양의 미생물 총량은 평균 2.4μg/g으로 전국 평균치인 2.0μg/g을 넘어섰다. 세균 다양성 지수는 6.8, 진균 다양성 지수는 3.7로, 두 지표 모두 전국 평균치보다 높았다. 과수원 또한 세균 다양성 지수 6.9, 진균 다양성 지수 4.2를 기록해 균형 잡힌 미생물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물 재배 방식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돼 특정 미생물이 과도하게 늘거나 줄지 않고 생태적 균형을 유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논 토양에서는 세균 다양성 지수가 6.4로 전국 평균(6.8)보다 다소 낮았다. 일부 지점에서는 벼 잎집무늬마름병(Thanatephorus)과 키다리병(Gibberella) 등 주요 병원성균의 유전자 흔적이 검출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러한 병원성균은 기후·수분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특정 지역에서 증가할 수 있어, 주기적인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시설재배지의 경우 세균 다양성 지수는 6.0, 진균 다양성 지수는 3.4로 전국 평균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다만 작물 재배 방식의 특성상 외부 환경 변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균일한 조건이 형성돼 있어, 미생물 지표 변동이 천천히 나타나는 유형으로 평가된다.
분석 과정에서는 토양 생태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주요 유익 미생물도 확인됐다. 바실러스(Bacillus)는 병원균을 억제하고 양분 분해 과정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스트렙토마이세스(Streptomyces)는 항균 물질을 생산해 작물의 뿌리 발달을 돕는 미생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이들 미생물이 향후 토양 개량제 개발, 작물 생육 촉진제 연구 등 다양한 농업 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는 향후 토양의 화학적·물리적 정보와 연계되어 ‘미생물 기반 토양건강성 평가 기준’ 마련에도 중요한 근거자료가 된다. 농업기술원은 농업인이 복잡한 토양 분석 없이도 토양의 생물학적 상태를 간접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분석 결과는 경기도농업기술원 누리집의 ‘자료실–결과활용’ 메뉴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하태문 친환경미생물연구소장은 “토양은 농업 생산의 기반이자 가장 중요한 생태 자원”이라며 “앞으로도 토양 상태를 지속적으로 진단하고 개선해 농업인이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자료가 향후 농업환경 보전 정책 수립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경기도는 5년간 도내 주요 농경지의 토양미생물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밭과 과수원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 미생물 다양성을 보였으며, 논에서는 일부 병원성균이 발견돼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데이터는 향후 토양 건강성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농업환경 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경기도의 이번 조사 결과는 토양 생태계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관리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농업기술원의 장기적인 연구성과는 안전한 농산물 생산과 지속 가능한 농업환경 조성을 위한 핵심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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