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과 저작권 보호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 세계 주요 언론사들이 최근 OpenAI를 상대로 자사의 뉴스 콘텐츠를 무단으로 AI 학습에 사용했다며 100억 달러(약 13조 원)가 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창작자의 권리 보호와 기술 혁신 사이의 균형을 결정지을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AI와 저작권 분쟁의 역사
2018년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처음 등장한 이래, AI 기업들은 기계의 작문, 요약, 분석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온라인상의 수백만 건에 달하는 기사를 학습 데이터로 활용해왔다. 이러한 무차별적인 데이터 수집에 대해 언론계는 초창기부터 저작권 침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앞서 2023년에는 다수의 소설 작가들이 OpenAI를 상대로 자신의 저작물이 AI 훈련에 무단 사용되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으며, 이 소송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번에는 전 세계 61개 언론사가 공동 전선을 구축하며 AI 모델의 데이터 학습 과정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함께 과거 및 미래의 콘텐츠 사용에 대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회·경제적 파장과 그 중요성
과거 구독료와 광고 수익에 의존해 온 언론사들은 AI 챗봇의 등장으로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 AI가 유료 기사를 요약해 무료로 제공하면서, 독자와 광고 수익이 동시에 이탈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미디어연합(News Media Alliance)에 따르면, 2022년 이후 뉴스 사이트의 디지털 광고 지출은 22%나 감소했다.
만약 이번 소송에서 언론사가 승소할 경우, AI 기업들은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거나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이는 AI 서비스의 개발 방식, 가격 정책, 이용 형태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엇갈리는 전문가와 대중의 시선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양측으로 나뉜다. 컬럼비아 로스쿨의 한 교수는 “과도한 배상 판결은 AI 기술 혁신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며 “모든 텍스트 조각에 라이선스 비용이 부과된다면 스타트업과 연구자들은 감당할 수 없는 비용 장벽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미디어권리옹호가인 한 변호사는 “수익을 창출하는 기계를 훈련시키는 데 사용된 노동에 대해 창작자는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며 “이번 소송은 반드시 필요한 문제 제기”라고 반박했다.
여론 또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최근 퓨리서치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는 AI가 학습하는 콘텐츠에 대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42%는 혁신을 위해 ‘공정 이용(fair-use)’ 원칙이 보호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주요 데이터로 보는 현황
* 소송 건수: OpenAI 등 AI 기업 대상 총 61건
* 소송 가액: 뉴스 아카이브 무단 사용에 대해 100억 달러(약 12조 원) 이상
* AI 훈련 데이터 중 뉴스 비중 (추정치): 업계 분석가 추산 최대 15%
* 언론사 디지털 광고 수익 감소율 (2022~2025년): -22% (뉴스미디어연합)
* AI 학습 데이터 유료화 vs 공정 이용 여론: 48% vs 42% (퓨리서치센터)

향후 전망: 균형을 향한 모색
양측이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하면서 AI 산업은 중대한 기로에 섰다. AI 거대 기업들이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여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길을 택할 것인가, 혹은 법원이 광범위한 공정 이용 원칙을 재확인하여 언론사의 수익성 악화를 방치할 것인가. 조만간 우리는 수백만 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 체결 소식이나,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주요 언론사의 소식을 접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 소송은 기술 발전과 창작자의 권리 보호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사회적 합의점을 모색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향후 법원의 판결과 이어질 입법 논의가 AI 산업의 미래는 물론, 콘텐츠 생태계 전반의 지형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