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중요한 건 ‘행동’이다: 건강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국민이 건강해질수록 돈을 번다.”
조금은 낯설게 들릴 이 문장이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정부가 2024년부터 본격 시행에 나선 ‘건강생활 실천지원금제(건강생활 12만 원 지원금 제도)’는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다.
이 제도는 건강검진 이후의 ‘행동’을 정책의 중심에 두며, 건강관리의 주체를 개인으로 되돌린 혁신적 시도다.
그동안 국가의 건강정책은 대체로 ‘검진’에 머물렀다. 검진을 받고 결과를 확인하는 데 그쳤고, 이후의 행동 변화는 개인의 의지에 맡겨졌다. 그러나 건강의 본질은 ‘행동’에 있다. 식습관,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이 모든 생활습관이 질병을 결정한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건강생활 실천지원금제는 국민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도록 유도하는 행동 중심형 복지정책이다. 즉, ‘검진 후 실천’이라는 새로운 단계로 정책의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건강은 더 이상 의료기관의 영역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쌓이는 자산이 되는 것이다.
예방과 관리, 두 가지 맞춤형 건강 루트
이 제도의 핵심은 국민의 상태에 따라 ‘예방형’과 ‘관리형’으로 나뉘는 맞춤형 건강 루트다. ‘예방형’은 아직 질환이 없지만 관리가 필요한 사람을 위한 단계다. 체질량지수(BMI) 25 이상, 혈압 120/80mmHg 초과, 공복혈당 100mg/dL 이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다. 서울 노원구, 경기 안산·부천, 대전 대덕구, 충남 부여·청양 등 전국 16개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반면 ‘관리형’은 이미 고혈압이나 당뇨를 진단받은 사람을 위한 단계다. 단순한 질병 등록이 아니라, 의사와 함께 ‘케어플랜(건강관리계획)’을 세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즉, 개인별 건강 상태에 따라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셈이다.
이 두 제도는 국민을 ‘수동적인 환자’에서 ‘적극적인 건강관리자’로 변화시키는 첫걸음이다. 과거에는 건강검진 결과가 ‘문제점’을 알려주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그 결과가 ‘실천의 시작점’이 된다.
포인트로 이어지는 건강 습관, 행동경제학의 현실 실험
하루 만 보를 걸으면 100점, 건강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1,000점, 혈압·혈당이 개선되면 15,000점. 이 모든 점수가 쌓이면 최대 12만 원, 즉 120,000점의 포인트로 환산된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포인트 적립제가 아니다. 행동경제학의 원리를 활용한 ‘건강 습관의 보상 구조’다.
인간은 장기적인 보상보다 단기적인 만족에 반응한다. ‘건강을 위해 꾸준히 운동하자’는 말은 머리로는 이해해도 실천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하지만 ‘오늘 5,000보를 걸으면 50점을 얻는다’는 명확한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면, 행동은 훨씬 쉽게 시작된다. 게다가 이 포인트는 ‘현대이지웰’ 플랫폼에서 실제 상품을 구매하거나, ‘착’ 카드로 의원급 진료비를 결제할 수 있다. 즉, 건강한 행동이 곧 생활비 절감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정부는 이 보상 체계를 통해 국민이 스스로 건강 습관을 형성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복지 지원이 아니라, 행동을 데이터로 전환하는 사회 실험이기도 하다. 국민의 걸음 수, 혈압 수치, 참여 빈도 등이 데이터로 축적되며, 향후 건강정책의 정교한 설계에 활용될 예정이다.
건강이 곧 자산이 되는 사회로: 복지의 새로운 방향
“건강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의 투자다.”
이 문장은 건강생활 실천지원금제가 지향하는 사회의 철학을 함축한다. 이 제도는 단순히 12만 원의 경제적 보상을 넘어, 건강을 사회적 자산으로 재정의한다. 그동안 복지정책은 ‘문제 발생 후의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문제 예방을 위한 투자’로 이동하고 있다. 국민 개개인이 건강해질수록, 국가의 의료비 지출은 줄어들고 사회의 생산성은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를 “행동하는 복지의 시작”이라고 평가한다. 경제적 인센티브가 개인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가 사회 전체의 건강 수준을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다. 결국 ‘건강을 지키는 사회’는 더 이상 의료 중심 사회가 아니라, 행동 중심의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새로운 길 위에 있다.
생각을 자극하는 결론: 건강의 가치는 숫자 너머에 있다
건강생활 실천지원금제의 진짜 가치는 12만 원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큰 변화는 국민이 ‘건강을 관리하는 주체’로 나서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다. 이 제도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건강을 지키고, 그 실천에 대해 사회가 보상하는 새로운 건강문화의 출발점이다.
건강은 이제 의사와 병원의 영역을 넘어, 개인의 생활 습관과 사회적 인센티브가 맞닿는 ‘행동의 경제’로 확장되고 있다. 건강을 지키는 일이 곧 돈을 버는 일이라면, 건강관리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 변화의 중심에 바로 ‘나’가 있다. 오늘의 걸음이 내일의 자산이 되는 사회—이것이 진정한 복지의 혁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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