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철강·엔지니어링 산업은 전통적으로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분류되어 왔다. 그러나 고층·복합·비정형 구조물이 대세가 된 지금, 이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시공 능력만으로는 경쟁이 불가능한 산업이 되었다. 현장에서 실제로 수주가 갈리는 기준은 “규모가 큰가, 오래됐는가?”가 아니라 “기술을 이해하고, 기술을 설계하고, 기술을 다룰 수 있는가?”이다.
이제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엔지니어링 기술력(Engineering Capability) 이며, 이 능력을 갖춘 조직만이 고부가가치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기술 기반 조직과 일반 시공 조직의 근본적 차이
전통적 시공 조직은 보통 아래와 같은 구조를 가진다.
- 설계는 외주-제작도 외주-시공은 하도급-기술지원은 거의 없음
반면, 기술 기반 조직은 다음 구조를 갖는다.
- 자체 엔지니어링-공장 제작·성형 기술 보유-구조해석 및 설계 검토 가능-현장 기술지원 능력-비정형·고난이도 프로젝트 대응 가능
둘의 차이는 단순한 “업무 방식”의 차이가 아니다. 이는 시장 진입장벽, 기술 완성도, 프로젝트 대응능력에서 극명한 격차를 만들어낸다.
고난이도 프로젝트가 기술 조직에게만 수익이 되는 이유
이 시리즈 5편에서도 설명했듯, 고층·곡면·비정형 프로젝트는 수익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수행 가능한 기업이 극도로 적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엔지니어링 역량이 부족하면 설계-제작-시공이 연결되지 않음
- 고난이도 구조물은 ‘정해진 답’을 찾는 작업이 아니라 ‘답을 만들어가는’ 기술 작업
- 하도급 위주의 조직은 기술적 의사결정이 불가능
- 기술 지원 없이 수주하면 손실 위험이 더 크기 때문
결국, 고난이도 시장은 기술 기반 조직에게만 열려 있는 고수익 시장이다.

엔지니어링 능력이 산업안전과 직결되는 이유
엔지니어링의 부재는 단순히 품질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이는 직접적인 안전 문제로 이어진다.
- 설계 검토 부재 → 현장에서 치수 오차 발생
- 제작·가공 기술 부족 → 변형·균열 빈발
- 용접 중심 공정 → 화재·변형·품질 편차 증가
- 문제 예측 실패 → 하자·재작업·사고 위험 증가
반대로 엔지니어링을 갖춘 조직은 사고를 ‘예방’하는 구조적 능력을 가진다.
- 설계 단계에서 위험 요소 차단
- 고내식성·고강도 소재 기반 구조 검토
- 공장 제작·볼트 체결 방식으로 현장 위험 제거
- 비정형 구조에서도 정밀 시공 가능
즉, 기술 기반 조직만이 “안전은 기술로 만든다”는 원칙을 실현할 수 있다.
기술 기반 조직이 갖추어야 할 핵심 5요소
현대 건설·엔지니어링 기업이 기술 경쟁력을 갖추려면 다음 다섯 가지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1) 자체 엔지니어링(설계·해석) 능력
- 3D 모델링
- 구조해석
- 설계 최적화 능력
- 도면 오류 사전 검출
2) 공장 제작 능력(롤포밍·압출·가공·정밀 조립)
- 현장 변수를 제거하는 공정
- 무용접 기반 구조와 높은 정합성
3) 고난이도 기술 대응력
- 곡면·비정형
- 고층·장스팬
- 내진·고내식 시스템
4) 현장 기술지원
- 설계–제작–시공 간 연결
- 문제 발생 시 즉각적인 기술적 대응
5) 기술 고도화를 지속할 R&D 조직
- 신공법 검증
- 부식·내열·강도 개선
- 생산성 향상 기술 개발
이 5요소를 갖춘 조직만이 산업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성장할 수 있다.
기술 중심 기업은 ‘시장의 요구를 만드는 기업’이 된다
과거에는 발주처가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시공사가 이에 맞추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기술 기반 조직은 반대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발주처는 기술 조직에게 “가능 여부”를 먼저 묻는다. 설계사·엔지니어는 기술 조직의 의견을 기준으로 설계를 조정한다. 공공 발주처는 기술 요청사항(TS)을 기술 조직과 협의한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의 기준 자체가 기술 중심으로 재편된다
즉, 기술 기반 조직은 시장의 수요를 “따라가는” 조직이 아니라 시장의 기준을 제시하는 조직이 된다.
결론: 기술을 이해하는 기업만이 ‘미래의 건설 시장’에 남는다
건설·외장재·철강 구조물 시장은 안전 규제 강화, 고난이도 프로젝트 증가, 공장화·모듈러 정책 확대 등 전례 없는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 속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규모가 큰 기업이 아니라 “기술을 이해하고 기술을 다루는 기업”이다. 엔지니어링은 선택이 아니라 미래 건설시장의 핵심 경쟁력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 기술 기반 접근이 어떻게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특히 동남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를 심층 분석한다.
[기고자 소개 | 편집국 작성]
이지윤 ㈜이오니크 대표
현장을 매일같이 누비며 공부하고, 기술자와 엔지니어를 설득해 팀을 꾸리고, 제조설비에 과감하게 투자해 온 그의 행보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이지윤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오히려 아무것도 몰랐기에, 이 시장을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이오니크는 그 무모한 시작과 집요한 실행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