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Sub-Saharan Africa)*의 식탁이 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국의 벼 재배 기술이 있다. 한때 식량의 70%를 수입에 의존하던 아프리카의 곡창 구조가 이제는 스스로 쌀을 생산하는 대륙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른바 K-라이스벨트(K-Rice Belt)로 불리는 협력 프로젝트의 결과다.
배고픔의 대륙에서 수확의 대륙으로
아프리카는 현재 전체 쌀 소비량의 70%를 자급하지 못하고 있다. 도시화로 식량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농업 기술은 여전히 197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매년 1,700만 톤의 쌀을 수입해야 했고, 국제 쌀값이 오르면 곧바로 생활 위기가 닥쳤다. 하지만 이 절망적인 구조를 바꾼 건 한국의 경험이었다. 1970년대 통일벼 개발로 식량난을 극복했던 기술력과 경험이 이제 아프리카의 들녘에서 다시 꽃을 피우고 있다.

K-라이스벨트, 한국형 농업 혁신 모델의 결실
한국은 아프리카 각국의 기후와 토양에 맞게 고수확·병충해 저항형 벼 품종을 새롭게 개발했다. 그 결과, 기존 대비 30% 이상 수확량이 증가했고, 가뭄과 고온 환경에서도 생존율이 크게 높아졌다. 가나에서는 이 품종으로 생산된 벼 종자 300톤이 정부에 납품되며 K-라이스벨트의 첫 실질적 결실이 맺어졌다. 이 사업의 목적은 단순히 쌀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쌀을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이전하는 것이다. 한국은 2027년까지 카메룬, 가나, 기니, 케냐, 감비아, 세네갈, 우간다 등 7개국에 매년 1만 톤 이상의 벼 종자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약 3천만 명이 굶주림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 이전 + 산업 연계-새로운 국제협력의 모델
K-라이스벨트는 단순한 원조가 아니다. 농업 기술, 비료, 농기계, 종자산업이 함께 결합된 통합 개발 모델이다. 프로젝트에는 농우바이오, 대동, 남해화학 등 국내 농업 기업들이 참여해 종자, 비료, 기계, 물관리 시스템까지 현지에 함께 구축하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 농민에게는 지속 가능한 자립 기반을, 한국 기업에게는 새로운 시장 진출 기회를 제공하는 윈-윈(Win-Win) 구조의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국제 협력의 장으로 확장-K-라이스벨트 14개국 시대
2023년 서울에서는 가나·감비아·세네갈 등 8개국 농업장관이 참석한 K-라이스벨트 장관회의가 열리며 국제 협력 체계가 공식화됐다. 이후 2024년에는 마다가스카르, 말라위, 앙골라 등 6개국이 추가 참여하면서 사업 규모는 총 14개국으로 확대됐다. 한국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K-라이스벨트는 단순한 식량 원조가 아니라, 기술과 자립을 통한 인류 공동 번영의 모델 이라며, 한국의 녹색 혁명이 이제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알의 벼에 담긴 희망
K-라이스벨트의 상징은 벼 한 알이다. 그 안에는 한국이 겪었던 배고픔의 역사와 자립의 의지,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홍익인간의 가치가 담겨 있다. 1970년대, 한국의 통일벼가 민족의 식탁을 바꿨듯 2020년대, 한국의 벼는 아프리카의 밥상을 바꾸고 있다. 아프리카의 논마다 자라나는 벼 한 알 속에는, 한국이 심은 희망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
아프리카 각국의 기후와 토양에 맞게 고수확·병충해 저항형 벼 품종을 개발한, 한국의 농업기술이 지구의 굶주림을 바꾸는 도구가 되고 있다. 한때 배고팠던 나라가 이제는 세상을 먹이는 나라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