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은 세상을 빠르게 연결했지만,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연결하지는 못했다. 스마트폰이 필수가 된 사회에서 인터넷 접근조차 어려운 사람들은 ‘정보의 어둠 속’에 머무르고 있다.
과거에는 재산이 계층을 나누었다면, 이제는 ‘정보력’이 새로운 신분의 경계선이 되었다. 정보를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간극은 곧 사회 참여의 차이로 이어지고, 이것이 대한민국의 또 다른 불평등 구조로 자리 잡고 있다.
정보격차는 단순히 ‘인터넷을 쓸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2025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상위 소득층의 98%가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반면, 저소득층은 73%에 머물렀다.

디지털 접근성은 이미 사회참여의 필수조건이 되었다. 예를 들어 구직 활동, 정부 지원금 신청, 교육 과정 참여 등 모든 절차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정보 접근이 곧 생존의 기회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불평등은 지역·연령·교육 수준에 따라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농어촌 지역 주민이나 고령층은 ‘정보화 사회’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사회적 소외감과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디지털은 세상을 연결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단절선을 그려놓았다.
디지털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보격차는 심화된다. 학교, 지역사회, 직장 등에서 제공되는 정보교육의 수준은 지역과 계층에 따라 현격히 다르다. 특히 데이터 리터러시, 인공지능 이해력, 온라인 정보 판별력은 이제 개인의 사회적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정보 해독력이 낮은 집단은 단순히 인터넷을 ‘못 쓰는 사람들’이 아니라, 기회의 문턱에조차 서지 못하는 ‘정보 소외층’으로 전락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활용 능력이 높은 사람은 소득이 평균보다 35% 이상 높으며, 고용 안정성도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정보 이해력은 단순한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생존의 조건이 되고 있다.
최수악 박사(상담심리)는 “정보 소외는 자존감의 문제이자, 사회적 불안의 씨앗”이라고 지적한다. 최박사는 정보격차 문제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기술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단순히 기술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단절됐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 이는 곧 자존감의 하락, 무력감, 심리적 위축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또한 최 박사는 “정보를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은 곧 ‘참여할 권리’를 제한당하는 것과 같다. 정보의 불평등은 사회적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작동할 수 있다”며 “정부는 기술 보급보다 심리적 포용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의 분석은 정보격차를 단순한 기술·경제 문제가 아닌, 인간 존엄성과 사회 통합의 문제로 확장시킨다. 정보 접근성이 떨어질수록 사람들은 자신을 ‘뒤처진 존재’로 인식하게 되고, 이는 결국 사회적 불신과 고립감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디지털 포용 사회’ 구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교육 사각지대는 존재하고, 디지털 인프라 확충은 도시 중심에 편중되어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접근성 중심의 정책에서 활용 능력 중심으로의 전환”을 강조한다.
민간 영역에서도 기술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IT 기업은 정보기기 보급뿐 아니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과 상담 지원 체계를 함께 제공해야 한다. 또한 지역 기반의 공공 데이터 센터, 디지털 도서관, 무료 교육 플랫폼 구축은 필수적이다.
정보의 접근이 곧 사회 참여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정보격차 해소는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정보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다. 그것은 기회이자 권력이다.
정보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는 곧 삶의 질과 존엄의 격차로 이어진다. 최수악 박사의 말처럼, “정보에서 소외된다는 것은 사회로부터 외면받는 것”이다. 따라서 정보의 평등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이며, 국가의 사회적 책임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다.
디지털 포용의 가치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킬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의미의 정보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