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규군으로 창설된 한국광복군의 전모를 집대성한 연구서가 출간됐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철학자로 성장한 조승옥 박사는 군사적 경험과 학문적 통찰을 결합해, 오랫동안 상징으로만 인식되던 광복군의 실체를 방대한 사료와 정밀한 분석으로 되살려냈다.
신간 ‘국군의 뿌리, 한국광복군’(세종마루 출판사)은 1940년 중국 충칭에서 시작된 광복군 총사령부의 창설을 기점으로, 연합군과의 합작 훈련, 국내 정진군 파견 계획, 여성 광복군의 활약, 해방 이후 국군 창설로 이어지는 역사적 흐름을 폭넓게 다룬다. 책은 임시정부 군무부의 설치와 지청천, 이범석, 김원봉 등 주요 지휘관의 행적을 세밀히 추적하며, 6·25 전쟁에서 광복군 출신 장교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광복군의 활동 무대는 충칭과 시안, 상하이, 난징을 비롯해 OSS(미국 전략사무국)와의 합작 훈련이 이뤄진 인도와 미얀마 전선까지 확장된다. 조 박사는 다양한 자료와 회고록을 통해 군사 작전뿐 아니라 병사와 여성 대원들의 인간적 면모까지 조명한다. 낯선 타국에서 굶주림과 질병을 견디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이들의 신념과 헌신은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책 제목에 등장하는 ‘한국광복군’은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공식적으로 창설한 국군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조 박사는 “국군은 한국광복군의 전통을 계승한 민족의 군대”라는 건군 이념을 실질적 사료와 논리로 입증하며, 국군의 기원에 대한 오랜 논쟁에 학문적 근거를 제시한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 기술을 넘어 국제법적 관점에서 광복군의 정통성을 분석한다. 국군의 기원을 두고 제기돼 온 ‘임시정부 계승론과 미군정 창설론’의 논쟁에 대해 저자는 광복군이 정규군으로서의 법적·역사적 연속성을 확보했음을 자료로 증명한다. 또한 광복군이 국제 전선 속에서 실제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음을 보여주기 위해, 미군 OSS와의 합작 훈련과 국내 진공작전인 ‘독수리 작전’의 과정을 상세히 다룬다.
특히 여성 광복군의 참여를 조명하며 광복군을 단순한 군사조직이 아닌 ‘민족해방운동의 총체적 상징’으로 해석한 점은 이번 저작의 중요한 특징이다. 광복군의 조직과 활동을 국제정세의 맥락에서 살펴봄으로써, 독립운동이 단지 국내 문제가 아니라 세계사적 차원의 저항이었음을 보여준다.
조승옥 박사는 오랜 군 복무 경험과 철학 연구를 바탕으로, 광복군 정신을 현대 국군이 어떻게 계승해야 하는지를 탐구한다. 그는 광복군이 남긴 충성, 자주, 연합, 헌법정신의 네 가지 가치를 ‘군이 지켜야 할 영속적 원칙’으로 제시하며, 역사 연구와 군사철학을 아우르는 시각을 제시한다.
광복 80주년과 국군 창설 77주년을 함께 기념하는 이 책은 단순한 기념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군사사 연구의 새로운 기준점으로 평가된다. ‘국군의 뿌리, 한국광복군’은 우리 군의 정체성과 뿌리를 다시 묻는 학문적 이정표이자, 연구자와 교육자, 그리고 오늘의 군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필독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