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자본의 불나방으로 만든 신약 잔혹사

 

 

                                                                                                                                                            목감천/ 이은택 時論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제약·바이오 산업의 난맥상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당초 대상포진 치료제로 개발되던 후보 물질이 코로나19 국면을 타며 ‘코로나19 신약’으로 둔갑하고, 그 인허가 과정에 정치권 청탁과 불투명한 로비가 개입했다는 정황은 사회에 깊은 충격을 안겼다. 검증되지 않은 치료제 호재로 주가를 띄우고, 그 뒤에서 자본이 손쉬운 이득을 챙기는 동안 그 피해와 위험은 오롯이 환자와 일반 투자자들의 몫으로 전가되었다.

 

사람의 목숨과 건강을 지켜야 할 의약품 임상시험이 단지 기업의 주가 부양과 자본 게임의 도구로 전락한 현실은 참담하다. 과학적 엄밀함과 윤리의식이 최우선시되어야 할 임상 평가 현장에서 통계적 유효성 왜곡, 이른바 ‘임상 둔갑’이 자행되고 보건 당국의 인허가 시스템마저 외압에 흔들린다면, 이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국가 보건 안보 체계 전체를 위협하는 중범죄다.

 

이러한 비극은 대한민국 백신 및 신약 개발 생태계의 기형적 단면을 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위탁생산(CMO) 시설을 갖추며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로서의 위상을 쌓았다. 그러나 정작 자체 원천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임상 3상을 완주할 수 있는 기초 체력과 자본력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기술적·제도적 한계 속에서 장기적인 R&D 투자 대신 단기적인 이슈몰이와 주가 부양에만 매달리는 시장 풍토가 신약 둔갑 잔혹사를 키운 원인이 되었다. 겉으로는 백신 주권 확보와 K-바이오의 도약을 외치면서, 속으로는 검증되지 않은 물질을 포장해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행태가 반복되는 한 한국 바이오산업에 대한 국내외의 신뢰는 바닥을 칠 수밖에 없다.

 

바이오 잔혹사를 끝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명확하다. 의혹이 제기된 사건에 대한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이 우선되어야 한다. 아울러 식약처 등 보건 당국의 신약 임상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엄격한 과학적 잣대를 재확립해야 한다.

 

진정한 ‘바이오 강국’은 화려한 언론 플레이나 주가 상승률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두는 윤리의식, 투명한 임상검증 체계, 그리고 오랜 시간 묵묵히 원천 기술을 축적하는 정직한 연구 개발 문화가 뿌리내릴 때 비로소 대한민국 백신과 신약 개발은 세계적 신뢰를 얻게 될 것이다.

 

 

작성 2026.10.16 09:51 수정 2026.10.1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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