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옛 제약공장과 1935년 문을 연 광주극장, 일제강점기 대전의 도시 형성을 보여주는 공회당, 제주에 남은 일본군 비행기 격납고가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 절차에 들어갔다. 국가유산청은 근현대 산업·문화·도시·전쟁의 역사를 간직한 유산 4건을 등록 예고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

국가유산청, 안양·광주·대전·제주 근현대유산 4건 등록 예고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옛 제약공장과 1935년 문을 연 광주극장, 일제강점기 대전의 도시 형성을 보여주는 공회당, 제주에 남은 일본군 비행기 격납고가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 절차에 들어갔다.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은 10월 12일 ‘구 유유산업 안양공장(공장동, 연구동, 수위실)’, ‘광주극장’, ‘구 대전공회당’, ‘제주 모슬포 알뜨르비행장 일제 비행기 격납고’ 등 4건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등록 예고 대상은 근현대 한국 사회의 산업 발전과 문화생활, 도시 형성, 일제강점기 전쟁시설의 역사를 보여주는 건축물과 유적이다.
김중업의 건축 실험이 남은 옛 유유산업 안양공장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구 유유산업 안양공장’은 1950년대 말 조성된 제약산업 시설이다.
원료 반입부터 의약품 생산과 연구 기능까지 갖춘 복합단지로,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초기 건축물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건축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등록 예고 대상은 공장동과 연구동, 수위실 등 건물 3동이다.
1960년 건립된 공장동은 수평성을 강조한 외관과 내부 채광을 위한 천창, 2층 외부 모서리의 조각물 등 초기 설계 특징을 간직하고 있다.
1959년 건립된 연구동에는 건물 외벽 밖으로 돌출된 기둥과 보 구조물, 쌍Y자형 기둥을 활용한 차양 구조 등이 남아 있다. 특히 쌍Y자형 기둥은 유유산업의 상징을 건축 요소로 표현한 사례다.
1958년 건립된 수위실은 주변을 360도로 살필 수 있도록 설계한 원통형 건물이다. 외부 계단과 지붕선에서도 김중업 건축의 조형적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세 건물은 현재 안양시가 소유하고 있다.

1935년 문 연 광주극장, 민족자본의 문화공간
광주극장은 1935년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법인이 개관한 극장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인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출발했으며, 현재까지 같은 장소에서 단관극장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장소성과 희소성을 지닌다.
현재의 극장 건물은 1968년 화재 이후 재건축됐다. 따라서 1935년 개관 당시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재건축 과정에서 작성된 기록과 현존 건축물의 공간 구성을 통해 당시 극장 건축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상하층으로 나뉜 객석과 영사공간, 곡선형 처마를 중심으로 구성한 정면 외관 등이 대표적이다.
국가유산청은 광주극장이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진 문화공간으로서의 역사와 단관극장의 기능을 유지해 왔다는 점을 등록 예고 사유로 제시했다.

대전 최초 도시계획시설 ‘구 대전공회당’
1937년 건립된 구 대전공회당도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 예고 대상에 포함됐다.
이 건물은 1930년대 충남도청 이전과 대전부 승격 과정에서 공회당 겸 충남산업장려관으로 조성됐다.
대전 최초의 도시계획시설이라는 점에서 근대 도시 형성 과정을 보여주는 건축물로 평가받는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현재 지방에 남아 있는 유일한 일제강점기 공회당 건축물이다.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적용했으며, 1930년대 근대건축에서 나타난 모더니즘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건물의 상당 부분에 원형이 남아 있으나, 국가유산청은 원형 회복을 조건으로 등록을 예고했다.

제주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기존 10기에 8기 추가
제주 모슬포 알뜨르비행장에 남아 있는 일본군 비행기 격납고도 등록 범위가 확대될 예정이다.
국가유산청은 기존 국가등록문화유산인 ‘남제주 비행기 격납고’의 명칭을 ‘제주 모슬포 알뜨르비행장 일제 비행기 격납고’로 변경하고, 격납고 8기를 추가 등록 예고했다.
기존 등록 격납고 10기에 8기를 더하면 등록 대상은 모두 18기가 된다.
1937년경 조성된 격납고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제주도를 출격기지로 활용하려 했던 군사시설의 흔적이다.
격납고군 조성 과정에는 강제동원의 역사도 담겨 있다.
이번에 추가 등록을 예고한 격납고 8기는 기존 10기와 건립 배경, 구조, 공간 배치에서 연속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국가유산청은 명칭 변경을 통해 일제강점기 전쟁시설이라는 유산의 역사적 성격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낼 계획이다.
30일간 국민 의견 수렴…국가유산위원회 심의 거쳐 최종 결정
국가유산청은 이번에 발표한 4건에 대해 30일간 등록 예고 절차를 진행한다.
예고 기간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등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는 등록이 확정됐다는 뜻이 아니다. 구 대전공회당의 원형 회복 조건을 비롯한 세부 사항도 후속 절차에서 검토해야 한다.
국가유산청은 앞으로도 산업시설과 문화공간, 근대건축, 전쟁 관련 유산 등 여러 분야의 근현대유산을 발굴하고 등록을 추진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