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감천/ 이은택 時論
하얀 안개꽃 같기도 하고, 작게 피어난 밤하늘의 별무리 같기도 한 부추 꽃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우리가 흔히 기억하는 부추는 식탁 위 푸른 잎이다. 잘려 나가도 금세 다시 돋아나고, 추운 겨울을 견뎌내며 몇 번이고 제 몸을 내어주는 강인한 채소. 그래서인지 우리는 부추를 보며 유연한 생명력을 떠올리지만, 그 끝에 꽃을 피워낸다는 생각은 선뜻 하지 못한다.
하지만 주방의 찬거리로 부름받기를 거부하고 밭 한구석에서 가만히 키를 높인 부추는 마침내 보란 듯이 눈부신 흰 꽃을 피워낸다. 강렬한 매운향을 품고 땅에 바짝 엎드려 살던 세월을 지나, 제 몸보다 훨씬 크고 아기자기한 꽃송이들을 세상에 펼쳐 놓는 모습은 조용한 울림을 준니다.
부추꽃의 꽃말은 '복전(福田)', 즉 복을 짓는 밭이라고 한다. 끝없이 베어지고 꺾이면서도 마침내 아름다운 결실을 맺어내는 그 여정이 마치 우리네 삶과 닮아서일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내어주며 묵묵히 버텨내야 하는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저마다의 계절이 오면 단단한 꽃대를 올려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잠재력을 품고 있다.
화려한 장미처럼 눈길을 사로잡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부추꽃. 오늘 하루, 남들에게 다 보여주지 못했던 당신의 노고와 묵묵한 견딤 역시 조용히 꽃을 피워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해 마침내 순백의 별을 피워낸 부추꽃처럼, 당신이 지탱해 온 그 시간들도 마침내 향기로운 결실로 피어나기를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