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전력망 보안과 공급망 관리 강화에 나서면서 한국 전력기기·배터리 기업의 북미 사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주요 전력 설비의 보안 위험을 관리하고 현지 조달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26일 벌크 전력 시스템 보호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적용 대상에는 6만9,000V 이상 송전망과 변압기, 고압 차단기, 인버터, 발전기, 산업용 제어 시스템,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등이 포함됐다.
이번 조치가 외국산 장비 전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에너지부가 특정 국가나 기업의 제품을 사이버 공격이나 공급망 차질 등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하는 요소로 판단하면 수입·구매·설치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세부 기준과 실제 적용 범위는 후속 규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정책 변화는 현지 생산시설을 보유한 한국 전력기기 업체에 새로운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 효성중공업은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HD현대일렉트릭은 앨라배마 생산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LS일렉트릭도 유타를 중심으로 현지 사업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전력 설비 공급 부족도 시장의 주요 변수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 건설이 늘고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까지 겹치면서 대형 변압기의 공급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미국 대형 변압기 수입에서 한국산 비중이 약 20%이며, 일부 제품은 납품까지 최대 4년이 걸린다고 전했다. 해당 수치는 기준 시점과 통계 출처를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새로운 성장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ESS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설비로, 전력 사용량이 큰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전력 운영에 활용될 수 있다. 전기차 시장의 변화와 별개로 전력 저장 수요가 확대되면서 배터리 기업의 사업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원문은 미국 ESS 용량이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18개월 동안 88GWh에서 165GWh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기업은 미국 현지 생산 기반을 활용해 ESS 사업 확대를 추진할 수 있는 업체로 거론된다. 다만 시장 성장세가 기업별 매출이나 수주 증가로 곧바로 이어지는지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
미국의 전력망 안보 강화는 변압기 등 전력기기뿐 아니라 배터리와 ESS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지 생산 역량과 공급 안정성을 갖춘 한국 기업에는 사업 기회가 생길 수 있지만, 실제 성과는 최종 규정과 고객사 계약, 생산 비용, 경쟁 상황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