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선암사 측간·영월 보덕사·합천 해인사 국일암 해우소,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

1882년 보덕사·1910년 국일암…100년 넘게 원래 자리에서 사용

경사지 활용한 복층 구조·채광과 환기 고려한 살창 등 전통 건축 특징

분뇨 발효해 밭 거름으로…사찰의 전통 자원순환 생활문화 간직

순천 선암사 측간과 영월 보덕사 해우소, 합천 해인사 국일암 해우소가 국가민속문화유산이 됐다. 국가유산청은 건립 시기와 변천 과정을 확인할 수 있고 전통 사찰의 건축 방식과 수행공동체 생활문화를 간직한 해우소 3곳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고 9월 30일 밝혔다. 

선암사 해우소(사진=국가유산청 제공)

사라져가는 사찰 해우소 3곳, 국가민속문화유산 됐다.

사찰에서 오랜 세월 승려들의 일상과 수행을 함께해 온 전통 해우소 3곳이 국가유산으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은 ‘순천 선암사 측간’, ‘영월 보덕사 해우소’, ‘합천 해인사 국일암 해우소’를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해우소는 사찰의 뒷간을 일컫는 말이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해우소(解憂所)’라는 명칭은 한국전쟁 이후 통도사 극락암 경봉 스님이 처음 사용했으며, 근심과 걱정을 모두 버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후 사찰의 뒷간을 가리키는 용어로 널리 쓰이게 됐다. 

 

이번에 지정된 세 해우소는 건립 시기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남아 있고, 초기 입지와 건축 형태를 유지하면서 현재까지 실제 사용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덕사 해우소( 사진=국가유산천 제공)

1882년 보덕사·1910년 국일암…상량 기록으로 건립 시기 확인

세 해우소의 역사는 지붕 종도리 아래에 남아 있는 상량 묵서 등을 통해 확인된다.

 

가장 이른 시기에 건립된 것으로 확인되는 곳은 영월 보덕사 해우소다. 상량 기록에 따르면 1882년, 고종 19년에 세워졌다.

 

보덕사 해우소는 정면 3칸·측면 1칸의 ‘一’자형 목조 건물이다. 지형의 높이 차를 활용해 앞에서는 단층, 뒤에서는 2층 누각 형태가 되도록 지었다. 아래에는 분뇨를 저장하는 공간도 갖췄다. 

 

경사지에 자리한 보덕사 해우소의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입구 쪽에서는 단층 목조건물처럼 보이지만 뒷면 사진에서는 지형 차이를 이용한 구조가 드러난다. 

 

국일암 해우소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합천 해인사 국일암 해우소는 상량 기록을 통해 1910년에 건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면 2칸·측면 1칸의 ‘一’자형 평면을 갖춘 목조건물이다.

 

앞면은 1층, 뒷면은 2층인 복층 구조로 지형의 높이 차를 활용했다. 건물 주변 텃밭과 분뇨를 퇴비로 사용하는 방식도 이어지고 있어 사찰의 생활문화와 전통적인 자원순환 방식을 보여준다는 것이 국가유산청의 지정 설명이다.

 

사진자료 3쪽에는 국일암 해우소의 정면과 뒷면이 함께 제시돼 있다. 정면에서는 맞배지붕을 얹은 목조 건물의 형태를, 뒷면에서는 경사지에 세운 하부 구조를 살펴볼 수 있다.

 

선암사 측간, 현존 전통 사찰 해우소 가운데 규모 가장 커

순천 선암사 측간은 1920년대 이전에 건립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유산청은 1704년 ‘조계산선암사사적’에 등장하는 ‘청측(圊廁)’ 기록과 일제강점기 선암사 전경 사진, 1928년 수리 사실이 담긴 상량 묵서를 근거로 건립과 변천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측’은 초기 대승불교 경전에서 화장실을 일컫던 용어다. 

 

선암사 측간은 정면 6칸·측면 4칸의 목조건물이다. 중앙에 출입구 역할을 하는 복도각을 둬 전체 평면이 ‘丁’자 형태를 이룬다.

국가유산청 지정자료에 따르면 현존하는 전통 사찰 해우소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부분적인 수리와 부재 교체가 있었지만 기본 골격과 평면 구성, 입지와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붙임 사진자료 1쪽에는 선암사 측간의 앞면과 내부가 실려 있다. 외부 사진에서는 중앙 출입부와 좌우로 펼쳐진 지붕 구성을 볼 수 있고, 내부 사진에서는 목재 기둥과 칸막이 등 공간 구성을 확인할 수 있다.

문 없는 칸막이·살창…전통 사찰 해우소의 건축 방식

 

세 해우소에는 공통적인 건축 특징도 남아 있다.

모두 경사지를 이용해 앞면은 단층, 뒷면은 중층 누각식으로 조성했다. 문 대신 가슴 높이의 칸막이를 설치하고 눈높이에 살창을 둔 것도 특징이다.

 

살창은 가는 나무를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 만든 창이다. 빛과 바람을 통하게 하면서 내부를 적절히 가리는 역할을 한다. 해우소에서는 이러한 구조를 통해 채광과 환기, 조망을 함께 고려했다.

 

분뇨를 왕겨나 낙엽 등과 함께 발효시켜 밭의 거름으로 사용했던 방식도 전통 사찰의 생활문화를 보여준다.

 

해우소는 선종사원의 대중 생활에 필요한 일곱 건물을 뜻하는 ‘칠당가람(七堂伽藍)’ 가운데 ‘동사(東司)’에 해당한다. 국가유산청은 계율서에 사용 규범이 전할 정도로 해우소가 수행공동체 생활문화에서 일정한 위치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신앙 공간 넘어 사찰의 ‘생활공간’도 국가유산으로

이번 지정은 사찰의 불전이나 탑 같은 신앙 공간뿐 아니라 승려들의 일상과 수행문화가 축적된 생활공간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보존한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부분이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지정을 수행공동체의 생활문화가 담긴 공간까지 국가유산의 범위를 넓혀 조명하는 사례로 설명했다.

앞으로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소유자 등과 협력해 세 해우소를 보존·관리하고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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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9.30 12:03 수정 2026.09.3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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