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세계와 통하고 책으로 역사를 품다…중국 저장성의 항구도시 ‘닝보’

세계 최대 화물항만과 7천 년 문명을 함께 품은 도시…첨단 제조업·국제교육 중심지로 도약

 

사진제공=Liu Leyuan[닝보东钱湖전경]_ 

 중국 동부 저장성 해안에 자리한 닝보(宁波)는 항저우, 상하이와 함께 장강삼각주 경제권을 구성하는 핵심 도시다. 우리나라에는 상하이나 항저우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중국에서는 세계적인 항만과 탄탄한 제조업 기반을 갖춘 대표적인 개방도시로 평가받는다.

 닝보라는 지명에는 ‘바다가 평온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저장성의 성도는 항저우이지만 닝보는 중국 중앙정부가 경제계획에서 성급 권한의 일부를 부여한 계획단열시이자 부성급 도시다. 2025년 기준 상주인구는 약 983만 명, 지역내총생산은 1조8,716억 위안에 달한다. 도시 규모와 경제력을 고려하면 일반적인 지역도시를 넘어 독자적인 광역경제권을 형성한 대도시라고 할 수 있다. 

 닝보를 상징하는 가장 강력한 자산은 닝보저우산항(宁波舟山港)이다. 이 항만은 2025년 화물 처리량 14억3,200만 톤을 기록해 17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컨테이너 처리량도 4,000만TEU를 돌파하며 세계 3위권을 유지했다. 300개가 넘는 컨테이너 항로를 통해 세계 주요 항구와 연결되며 중국 제조업 제품이 해외로 나가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항만을 중심으로 성장한 닝보의 산업 구조도 주목할 만하다. 석유화학과 자동차·자동차부품, 전기전자, 금형, 방직·의류, 가전제품 산업이 발달했으며 최근에는 신에너지, 첨단장비, 디지털경제와 인공지능 분야로 산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민영기업과 수출기업이 도시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어 중국의 개혁·개방과 민간경제 발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도시로 꼽힌다.

 그러나 닝보는 산업과 항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인근 위야오 지역의 허무두 유적(河姆渡遗址)은 약 7천 년 전 장강 하류 지역의 신석기 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고고학 유적이다. 벼농사 흔적과 목조건축 유물이 발견돼 중국 남방 농경문명의 기원을 이해하는 핵심 자료로 평가된다.

 시내에 있는 톈이거(天一阁)는 명나라 때인 1561년 관료 판친(范钦)이 세운 장서루로, 중국에서 가장 오래 보존된 사설 도서관 가운데 하나다. 수많은 고서와 문헌을 간직한 톈이거는 닝보가 내세우는 도시 표어인 ‘서장고금, 항통천하(书藏古今,港通天下)’, 즉 ‘책에는 고금의 지식이 담겨 있고 항구는 세계로 통한다’는 정신을 잘 보여준다.

닝보는 예로부터 해상 실크로드의 주요 출발지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당·송 시대부터 한반도와 일본, 동남아시아를 잇는 해상교역이 활발했으며, 고려와 송나라를 왕래하던 상인과 사절단도 닝보의 옛 항구인 명주(明州)를 이용했다. 이러한 역사는 닝보가 한국과도 오랜 교류의 흔적을 간직한 도시임을 보여준다.

 교육 분야에서는 닝보대학교를 비롯해 닝보공정학원, 저장완리학원 등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중국 최초의 중외합작대학 가운데 하나인 닝보노팅엄대학교는 중국과 영국의 교육협력을 상징하는 국제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항만물류와 국제무역, 공학, 경영학 분야를 공부하려는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관심을 끌 만한 도시다.

여행지로서의 닝보도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다. 고서와 정원의 아름다움을 함께 만날 수 있는 톈이거, 야경과 근대 건축물이 어우러진 라오와이탄(老外滩), 도심 속 호수인 웨후(月湖), 자연경관이 뛰어난 둥첸후(东钱湖)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5대 불교 명산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쉐더우산(雪窦山)과 장제스의 고향으로 알려진 시커우(溪口)도 닝보를 찾는 여행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닝보는 오래된 역사도시인 동시에 세계 물류와 첨단 제조업을 이끄는 현대 산업도시다. 책과 항구, 전통과 혁신이 공존한다는 점에서 닝보는 중국 지역도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상하이와 항저우를 넘어 중국 동부의 새로운 도시를 만나고 싶다면, 닝보는 충분히 주목할 만한 선택지다.

시노인사이트 편집부 기자 bats21@naver.com
작성 2026.08.07 16:33 수정 2026.08.0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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