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공연·공예에 AI·XR·영화 접목…젊은 세대 참여가 전승의 핵심으로
중국의 전통문화예술이 박물관과 전시관 중심의 보존 방식에서 벗어나 공연과 체험, 관광, 영상,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생활 속 문화’로 변화하고 있다. 전통공예와 민속예술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젊은 세대가 직접 보고 만들고 소비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이 중국 전역에서 확대되는 모습이다.
중국 문화여유부와 신장위구르자치구 정부, 신장생산건설병단은 30일부터 8월 3일까지 신장 스허쯔시에서 ‘2026 신장은 좋은 곳–무형문화유산 지원 전시’를 개최한다.
‘문화로 신장을 풍요롭게, 무형문화유산으로 빛나게’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중국 31개 성·자치구·직할시와 신장생산건설병단이 모두 참가하는 전국 규모의 전통문화예술 행사다.
행사에는 651개의 무형문화유산 대표 종목과 549명의 전승자가 참여한다. 참가 지역과 전시 종목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지역별 전시 넘어 ‘공동 창작’ 시도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부분은 각 지역의 전통문화를 별도로 진열하던 기존 방식을 벗어나 서로 다른 지역의 예술과 기술을 결합했다는 점이다.
행사장에는 중국의 신장 지원 지역과 신장 각 지방이 함께 구성한 21개 융합전시관이 마련됐다. 저장성의 전통 비파와 신장의 현악기 돔브라가 한 무대에서 합주하고, 저장 하이닝 지역의 피영극은 신장의 화염산과 실크로드 이야기를 새로운 작품으로 선보인다.
전통공예 분야에서도 지역 간 공동 창작이 이뤄졌다. 전시장에는 각 지역 전승자들이 협업해 만든 50여 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이는 전통문화 교류를 단순한 작품 이동이나 공연 초청이 아니라 공동 창작과 기술 교류의 단계로 발전시키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보고 듣는 전시에서 ‘오감 체험’으로
이번 행사는 무형문화유산을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공연·음식·공예·교육·기술을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무형문화유산·무악집’에서는 신장 무카무와 톈진 쾌판, 광둥 차오산 지역의 영가무 등 중국 각 지역의 전통 음악과 춤, 곡예가 공연된다. ‘무형문화유산·풍물연’에서는 각 지역의 전통음식을 현장에서 조리해 관람객이 직접 맛볼 수 있다.
‘전습당’에서는 전승자들이 제작 과정을 시연하고 관람객에게 전통기술을 가르친다. ‘문화창작시장’에서는 전통 문양과 공예기법을 적용한 생활용품과 장신구, 문화상품을 판매한다.
주 행사장과 별도로 스허쯔시의 옛 설탕공장 문화창작거리에는 난징 윈진과 하이난 리족 전통 직물 등 7개 대표 종목이 상설 전시된다. 단기간 행사를 끝낸 뒤에도 제작과 판매, 교육이 계속될 수 있도록 전승 공간을 남기려는 것이다.
AI·XR로 만나는 전통예술
중국 전통문화예술계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전승 방식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번 신장 행사에는 확장현실(XR) 체험과 AI 디지털 휴먼 등이 도입돼 관람객이 전통공예와 공연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무형문화유산망에 따르면 중국전매대학은 최근 바이트댄스의 지원을 받아 ‘무형문화유산 디지털 전파 지도’ 사업을 시작했다. 지역과 종목별로 흩어진 영상·사진·전승자 자료를 디지털화하고, 온라인에서 쉽게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디지털 기술은 전통예술을 복제하거나 대신하는 수단이라기보다 접근성을 높이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전승자가 직접 시연하는 제작 과정과 공연은 그대로 유지하되, 이를 AI와 XR, 영상기록으로 확장해 지역과 시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것이다.
다만 AI가 전통 공연자의 목소리와 동작을 무분별하게 재현하거나 전통문양을 출처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전승자의 권리와 공동체의 문화적 소유권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관으로 들어간 무형문화유산
전통문화예술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새로운 통로로 영화도 주목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 14일 ‘무형문화유산의 새로운 목소리·국조의 다양한 모습’을 주제로 전통문화·무형문화유산 다큐멘터리 상영 행사가 시작됐다.
상영작에는 쑤저우 전통공예를 다룬 ‘나는 쑤저우에서 무형문화유산을 배운다’와 ‘천공소작’, 고궁의 문화재 복원 과정을 기록한 ‘나는 고궁에서 문화재를 수리한다’, 경극 예술을 다룬 ‘다시 만난 메이란팡’ 등이 포함됐다.
AI를 활용해 경극 배우 청옌추의 삶과 예술세계를 재현한 ‘백년 정파’도 상영작에 포함됐다. 전통 경극부터 자수와 공예, 문화재 복원, 소수민족의 음악과 건축까지 서로 다른 문화유산을 영화라는 현대 매체로 기록하고 전달하려는 시도다.
행사 개막작으로는 경극의 거장 메이란팡의 예술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시 만난 메이란팡’이 상영됐다. 주최 측은 향후 우수한 전통문화 다큐멘터리를 추가로 모집해 상영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로 나가는 중국 민간예술
중국 전통문화예술의 해외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전지공예 전시회가 지난 6월 말 이탈리아 세스토 피오렌티노에서 열렸으며, 중국의 대표적인 민간예술인 종이공예를 통해 중국과 이탈리아의 문화교류가 이뤄졌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는 중국 쿤취와 헝가리 오페라가 한 무대에서 만나는 공연도 개최됐다. 서양 오페라와 중국 전통 희곡을 단순히 병렬적으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음악과 연기, 무대예술의 공통점과 차이를 살펴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중국은 현재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총 45개 종목을 등재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등재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내 국가급 무형문화유산 대표 종목은 3천610개, 국가급 대표 전승자는 3천998명에 이른다.
젊은 세대 참여가 전승의 성패 좌우
최근 중국 전통문화예술 정책의 핵심은 청년층을 단순한 관람자가 아닌 창작자와 소비자, 전승자로 참여시키는 데 있다.
전통 문양을 현대 의상과 캐릭터 상품에 활용하고, 전통공연을 짧은 영상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며, 공예 전승자가 온라인 방송을 통해 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국에서 ‘국조(国潮)’로 불리는 전통문화 기반의 새로운 소비 흐름도 이러한 변화의 결과다.
그러나 전통문화의 현대화가 외형적인 디자인 차용이나 단기적인 상품 판매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작품이 만들어진 지역과 공동체의 역사, 전승자의 기술과 정신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 문양과 형식만 소비하면 전통문화의 본래 의미가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통문화예술은 이제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넘어 ‘어떻게 오늘의 생활과 연결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전통의 원형을 존중하면서도 기술과 관광, 교육, 산업을 적절하게 결합할 수 있는지가 중국 무형문화유산의 지속 가능한 전승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