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비자제도를 완화하며 양국 간 관광과 상용 방문 확대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한국 일반여권 소지자에 대한 일방적 무비자 입국을 2026년 말까지 연장했고, 한국은 방한 경험이 있는 중국인과 중국 주요 도시 거주자를 대상으로 장기 복수비자 발급 범위를 넓혔다.
한중관계가 정치·외교적 현안에 따라 부침을 겪는 가운데, 양국 정부가 인적 교류의 문턱을 낮추고 관광과 소비, 지방공항 활성화를 실질적인 협력 분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인, 올해 말까지 중국에 30일 무비자 입국
중국 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45개국 일반여권 소지자에 대한 일방적 사증 면제 정책을 2026년 12월 31일까지 연장했다.
이에 따라 한국 일반여권 소지자는 관광과 비즈니스, 친지 방문, 교류 방문, 경유 목적으로 중국을 방문할 경우 한 차례에 최장 30일까지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다. 중국대사관이나 총영사관에 사전 신고할 필요도 없다. 다만 취업과 유학, 취재, 공연 등 별도의 허가가 필요한 활동은 무비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중국 측은 무비자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여러 차례 입국할 수 있으며, 현재 입국 횟수와 누적 체류일수에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반복적으로 입국하거나 실제 방문 목적이 신고 내용과 다르다고 판단될 경우 입국 심사 과정에서 추가 확인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조치로 중국 여행을 준비하는 한국인은 기존 관광비자 신청에 필요했던 서류 준비와 수수료, 비자 발급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베이징·상하이·칭다오 등 대도시뿐 아니라 지방도시를 짧게 방문하는 자유여행과 업무 출장이 더욱 편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중국인 대상 5년·10년 복수비자 확대
한국 정부도 중국인의 방한 편의를 높이기 위해 복수비자 발급 기준을 완화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법무부는 2026년 3월 30일부터 과거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중국인과 일부 동남아 국가 국민에게 유효기간 5년의 복수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의 14개 주요 도시 거주자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유효기간 10년의 복수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복수비자는 유효기간 안에 매번 새로운 비자를 발급받지 않고 여러 차례 한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한 번 다녀온 뒤 다시 방문하려는 관광객과 사업가, 의료·미용 관광객에게 특히 유리하다.
제도 완화 이후 실제 신청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 한국비자신청센터 집계에 따르면 2026년 4월 일반관광 목적 복수비자 발급은 전월보다 10% 증가했다. 중국 온라인 여행업체 씨트립을 통한 4월 복수비자 신청은 3월보다 80% 늘었다고 문화체육관광부는 밝혔다.
‘상호 무비자’로 이해해서는 안 돼
다만 양국의 제도를 동일한 수준의 상호 무비자 정책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중국은 한국 일반여권 소지자 개인에게 최장 30일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중국인 개인 관광객 전체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방한 경력이나 거주 지역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사람에게 5년 또는 10년 복수비자를 발급하는 방식이다.
한국이 중국 단체관광객에게 시행했던 한시적 무비자 입국제도는 2025년 9월 29일부터 2026년 6월 30일까지 운영됐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3인 이상 중국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제도를 통해 7만1천여 명이 입국했다. 2026년 7월 현재 해당 제도의 추가 연장 여부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어, 개인 복수비자 정책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할 때는 국적만으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개인관광·단체관광·크루즈·환승 등 자신의 방문 형태에 맞는 입국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한 번의 단체여행’에서 ‘짧고 잦은 자유여행’으로
한국 정부가 복수비자를 확대하는 배경에는 중국인 관광객의 여행 방식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중국인의 한국 관광은 여행사가 일정을 구성하는 대규모 단체관광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항공권과 숙박시설을 직접 예약하고, 쇼핑·미식·공연·의료·미용 등 개인 취향에 따라 짧게 방문하는 자유여행 수요가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복수비자 대상인 중국 주요 도시의 소비자가 소득 수준이 높고 해외여행 경험이 많다는 점에 주목해 ‘주말마다 한국으로’라는 단기 반복 여행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과 제주에 집중된 관광객을 부산·대구·청주·양양 등 지방공항과 지역 관광지로 분산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 중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한 번에 많은 관광지를 둘러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연 관람, 화장품 구매, 병원 방문, 지역축제 참가 등을 위해 여러 차례 한국을 찾도록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관광산업뿐 아니라 항공·유통·지역경제에도 영향
한중 간 입국 절차 완화는 여행업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아니다. 항공과 호텔, 음식점, 면세점, 화장품, 의료·미용,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산업의 수요와 연결된다.
특히 지방공항과 중국 내륙도시를 연결하는 직항노선이 확대되면 수도권에 집중된 외국인 관광 소비를 지역으로 분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의 지방도시는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지역 음식과 축제, 역사문화, 의료·웰니스 등을 결합한 체류형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의 중국 방문도 비슷한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비자 없이 30일까지 체류할 수 있게 되면서 베이징과 상하이 중심의 기존 관광에서 벗어나 산둥성·장쑤성·후베이성·쓰촨성 등 지방도시를 찾는 개별여행과 문화교류가 늘어날 수 있다. 전시회와 박람회, 학교 교류, 기업 출장과 시장조사도 이전보다 수월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