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덜어내는 것은 자신의 본질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우리는 무언가를 잘하기 위해 자꾸 더하려 한다. 이력서에는 경험을, 기획안에는 데이터를, 자기소개에는 수식어를 덧붙인다. 더 많이 담을수록 더 완성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상대에게 오래 남는 것은 많은 내용이 아니라 선명한 핵심이다.

우리는 왜 자꾸 더하려 하는가
이력서를 쓸 때마다 무언가를 더 넣으려 한다. 경험 하나라도 빠지면 불안하다. 기획안에는 데이터를 더 쌓고, 자기소개에는 수식어를 더 붙인다. 더하면 더할수록 더 완성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실제로 상대에게 가닿는 것은 다르다.
심리학에서는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결정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선택 과부하(Choice Overload)라고 부른다.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의 연구에 따르면,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는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안과 후회를 증가시킨다. 기획안도 마찬가지다. 더 많은 데이터, 더 많은 기능, 더 많은 근거가 상대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핵심을 희석시킨다.더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지 않다. 덜어내는 것이 진짜 용기다.
덧셈 패턴은 자기유사성을 가진다
프랙탈의 핵심은 작은 조각이 전체를 닮는다는 것이다. 이력서에 경험을 자꾸 더하려는 사람은 회의에서도 말을 자꾸 더하려 한다. 기획안에 기능을 계속 추가하는 사람은 일상에서도 일정을 빈틈없이 채우려 한다. 덜어내지 못하는 패턴은 커리어의 한 장면에만 나타나지 않는다. 크고 작은 모든 장면에서 같은 방식으로 반복된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제품을 설계하며 기능을 더하는 것보다 덜어내는 것이 훨씬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이폰의 버튼 하나, 화면의 둥근 모서리 하나에도 애플 전체의 철학이 담겨 있다. 가장 작은 단위에 전체의 본질이 담길 때 비로소 강력한 정체성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뺄셈의 프랙탈이다.
뇌는 덜어내는 것을 두려워한다
신경과학과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왜 덜어내기를 어려워하는지 설명한다.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이 제시한 손실 회피(Loss Aversion)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같은 크기의 이득보다 손실을 훨씬 크게 느낀다. 무언가를 버리는 순간 뇌는 그것을 '손해'로 인식하기 때문에 덜어내는 결정 자체가 본능적으로 불안하다. 그래서 우리는 자꾸 더한다. 버리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패턴이 반복될수록 커리어는 점점 더 많은 것으로 채워지지만, 정작 나다운 것은 희미해진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다 결국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설명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덜어낼수록 선명해지는 나의 본질
장자는 무용지용(無用之用)을 이야기했다. 수레바퀴는 가운데 빈 공간이 있어야 굴러가고, 그릇은 비어 있어야 물을 담을 수 있다. 비어 있음은 부족함이 아니라 기능을 완성하는 조건이다. 커리어도 마찬가지다. 덜어낸 공간이 있어야 나다운 것이 채워질 수 있다. 덜어낸다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이력서에서 가장 나답지 않은 경험 하나를 지우는 것, 기획안에서 핵심과 무관한 데이터 하나를 삭제하는 것, 오늘 일정에서 반드시 하지 않아도 되는 일 하나를 비워두는 것. 이처럼 작은 뺄셈이 반복될수록 남는 것은 점점 더 선명해진다. 그리고 그 선명함이 곧 나의 본질이다.
오늘 나의 커리어에서 가장 먼저 덜어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 작은 뺄셈이 미래의 커리어를 바꾸는 프랙탈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프랙탈 리플렉션 | 독자 생각정리]
Q1. 지금 나의 이력서, 기획안, 자기소개 중에서 가장 나답지 않은 것, 즉 없어도 되는 덧셈은 무엇인가?
Q2. 나의 커리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덧셈 패턴은 무엇인가? 그 패턴은 크고 작은 장면에서 어떻게 자기유사성을 보이고 있는가?
Q3. 오늘 업무에서 과감히 덜어낼 수 있는 가장 불필요한 한 가지는 무엇이며, 그것을 비워냈을 때 남는 본질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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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회의 속에서 반복되는 '반응의 패턴'을 살펴봤다. 이번에는 그 패턴의 더 깊은 층위로 들어간다. 우리는 왜 끊임없이 무언가를 더하려 하는가. 덧셈의 습관은 단순한 업무 방식이 아니라 커리어 전체를 닮아가는 프랙탈 구조일지도 모른다.
→ 회의의 프랙탈: 회의실에서 드러나는 나의 패턴
박소영|커리어온뉴스 편집장 · 『프랙탈커리어』 기획연재
[프랙탈커리어] 부분이 전체를 닮듯, 오늘의 태도는 미래의 커리어를 닮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