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한식 디렉터 장윤정] 한식명인이 전하는 여름 보양식의 지혜

무더위에 지친 몸을 살리는 한 그릇의 힘

삼계탕에서 민어, 장어, 콩국수까지 여름 밥상에 담긴 한식의 품격

보양은 과식이 아니라 몸의 균형을 되찾는 계절 음식 문화다

 

여름이 깊어질수록 사람의 몸은 쉽게 지친다. 뜨거운 햇볕 아래 땀은 많아지고, 입맛은 떨어지며, 기운은 아래로 가라앉는다. 이럴 때 우리 조상들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을 찾지 않았다. 더위에 빼앗긴 기운을 보충하고, 몸속 균형을 되살리는 지혜로운 밥상을 차렸다. 그것이 바로 여름 보양식이다.

 

여름 보양식의 대표 음식이라 하면 가장 먼저 삼계탕이 떠오른다. 어린 닭에 찹쌀, 인삼, 대추, 마늘을 넣고 푹 고아낸 삼계탕은 뜨거운 날 뜨거운 음식을 먹는 이열치열의 상징이다. 땀으로 빠져나간 기력을 따뜻한 국물과 부드러운 고기로 채워주는 음식이다. 삼계탕 한 그릇에는 단순한 고단백 식사가 아니라, 더위를 이겨내려는 한국인의 생활 철학이 담겨 있다.

 

하지만 여름 보양식은 삼계탕 하나로만 설명할 수 없다. 남해안과 서해안에서는 여름 민어가 귀한 보양식으로 사랑받았다. 민어는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품은 생선으로, 맑은 탕이나 전, 회로 즐기면 여름철 떨어진 입맛을 살려준다. 

 

장어 역시 여름 보양식의 중요한 축이다. 기름진 듯하지만 고소하고 힘 있는 맛은 지친 몸에 활력을 준다. 특히 숯불에 구운 장어에 생강채를 곁들이면 느끼함은 잡히고 향은 살아난다.

 

보양식이라고 해서 반드시 고기와 생선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잘 갈아낸 콩으로 만든 콩국수, 시원한 오이냉국, 열무김치와 보리밥, 가지냉국 같은 음식도 훌륭한 여름 보양식이다. 여름철 몸이 무겁고 속이 답답할 때는 오히려 담백하고 시원한 음식이 더 큰 위로가 된다. 콩국수 한 그릇은 식물성 단백질과 고소함으로 기운을 보태고, 열무김치는 새콤한 맛으로 입맛을 깨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보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일이다. 보양은 많이 먹는 것이 아니다. 기름지고 비싼 음식을 먹는 것도 아니다. 내 몸이 지금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살피고, 계절에 맞는 재료로 몸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진짜 보양이다. 더위에 지친 사람에게는 맑은 국물이 보양이 될 수 있고, 입맛을 잃은 사람에게는 잘 익은 열무김치 한 젓가락이 보양이 될 수 있다.

 

한식의 보양 문화가 아름다운 이유는 자연과 사람을 함께 바라보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여름 재료가 있고, 그 재료에는 계절을 이기는 힘이 있다. 햇마늘, 풋고추, 애호박, 가지, 오이, 열무, 민어, 장어, 닭, 콩은 모두 여름 밥상 위에서 각자의 역할을 한다. 이 재료들이 국이 되고, 찜이 되고, 구이가 되고, 냉국이 되면서 한식은 계절을 품은 치유의 음식이 된다.

 

 

올여름 보양식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정성껏 끓인 닭 한 마리, 시원하게 말아낸 콩국수 한 그릇, 잘 익은 열무김치와 보리밥 한 상이면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음식을 대하는 마음이다. 내 몸을 아끼고,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며, 계절의 재료를 귀하게 다루는 마음이야말로 가장 깊은 보양이다.

 

여름 밥상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다. 지친 하루를 회복시키는 힘이고, 가족을 살피는 마음이며, 한식이 오래도록 지켜온 생활의 지혜다. 무더운 계절일수록 우리는 좋은 음식을 통해 몸을 돌보고 마음을 쉬게 해야 한다. 그것이 한식명인 장윤정이 바라보는 여름 보양식의 진정한 가치다.

 

장윤정의 한마디

여름 보양식은 몸을 무겁게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계절의 밥상입니다.
올여름, 한식의 지혜가 담긴 보양식으로 건강한 하루를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장윤정 칼럼니스트 기자 kt7479@naver.com
작성 2026.06.25 19:21 수정 2026.06.25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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