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개인의 내밀한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를 넘어, 타인과의 관계를 성찰하고 사회적 공존의 방식을 묻는 다정한 '연결고리'로 그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일상의 평범한 대상을 통해 이 다름과 공존의 온기를 그려내며 예술로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잇는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서양화가 정인숙 작가다.
최근 6월 12일 에서 6월 18일까지 서울 강서구 아트앤갤러리에서 세 번째 개인전 ‘사이(BETWEEN)’를 성공적으로 마친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았다.

개인의 내밀한 기억에서 보편적인 우리들의 관계로 넓어진 시선
현재 서울디지털대학 회화과에 재학 중이며 다수의 미술대전에서 입상하며 역량을 다져온 정인숙 작가는 그동안 일상 속 소소한 감정을 화폭에 담아왔다.
2024년 첫 개인전 ‘문득’에서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나 가족에 대한 따뜻한 기억처럼 개인의 내면에서 시작된 이야기를 다루었고, 이어진 2025년 ‘삶의 모양’에서는 기쁨과 슬픔,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삶의 다채로운 풍경을 객관적으로 관찰했다.
이번 세 번째 개인전 ‘사이’에서는 그 시선이 존재와 존재를 잇는 연결망으로 한층 넓어졌다. 작가는 삶이 고립된 개인의 경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인간과 자연, 현실과 기억 등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통찰했다.
그는 “기억과 삶을 이야기하다 보니 결국 우리의 삶은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생각에 닿게 되었습니다”라고 설명하며, 현재 우리가 타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사유로 작업의 반경을 넓혔음을 밝혔다.
서로 다른 호박들과 그 사이를 잇는 독립적 관찰자 고양이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호박은 인간의 다양성과 유대감을 은유하는 핵심 매개체다. 작가는 어린 시절 바쁜 직장생활 중에도 어머니가 끓여주던 호박죽의 기억에서 가족의 온기와 한국적인 정(情)을 발견했다.
화면에 등장하는 크기와 색, 모양이 각기 다른 호박들은 다양한 인종과 국적, 문화, 환경을 지닌 현대인의 다채로운 모습을 대변한다. 작가는 서로 다른 호박들이 한 화면에서 어우러지는 풍경을 통해 “우리는 모두 다른 모습과 환경 속에서 살아가지만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작품을 통해 다름을 구분이나 배제의 기준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다양성으로 바라보고 싶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 곁을 오가는 샴고양이는 특정 집단에 얽매이지 않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교감하는 독립적인 관찰자이자 연결자 역할을 수행한다. 호박과 고양이가 함께 만들어내는 풍경은 서로 다른 존재들이 경쟁하거나 배제하지 않고 각자의 모습 그대로 존중받으며 살아가는 세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간을 겹겹이 쌓아 올려 완성한 타인에 대한 이해
정인숙 작가는 사물의 형태를 똑같이 재현하는 것보다 그 안에 담긴 감정을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따뜻한 색감의 유화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하여 색의 층을 만드는 레이어링 기법은, 가족과 함께했던 시간을 한 겹씩 쌓아가는 행위이자 인간관계의 형성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독립적인 색상들이 서로 겹치며 깊이와 밀도를 만들어내고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은, 각기 다른 사람들이 일상에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현실과 일치한다. 특히 과거 아이들과 함께 읽은 그림책의 구절인 “태어날 때는 붉고, 추우면 파랗고, 햇볕에 그을리면 검어지는 당신은 왜 나를 색깔 있는 사람이라고 부르는가?”라는 질문은 작가에게 편견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남겼다.
작가는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그 다름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은 얼마나 돌아보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캔버스에 밝고 따뜻한 색채를 포개어 그리는 행위는 결국 타인을 재단하는 편견을 지우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실천적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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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의 소통으로 완성된 전시, 특별한 평범함으로 전하는 메시지
작가의 이러한 철학적 메시지는 관람객의 평가를 통해 객관적인 공감대를 얻었다. 이번 전시 연계 행사로 진행된 아티스트 토크에서 한 관람객은 작품을 두고 “다르다와 틀리다의 경계”에서 이루어지는 공존을 짚어내며,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작업”이자 “특별한 평범함”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일상의 평범한 대상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라는 사유를 이끌어내려는 기획 의도와 작품을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시선을 갖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관람객들에게 그대로 전해진 것이다. 정작가는 앞으로의 작품 속 따뜻한 풍경을 통해 일상의 편안함과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며, 각자가 맺고 있는 타인과의 관계를 한 번쯤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림은 혼자 그리는 작업이지만 전시는 관객과 만나 비로소 완성된다. 작가는 앞으로도 조급해하지 않고 꾸준히 대중과 소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름과 공존의 가치를 일관되게 탐구해 온 작가는 오는 8월 수원 뱅크아트페어에 참가하여 작품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아티스트 소개: 정인숙]
‘다름과 공존의 온기’를 그리는 정인숙 작가는 현재 서울디지털대학 회화과에 재학 중이며, 일상의 친숙한 대상을 통해 '다름과 공존의 온기'를 화폭에 담아내는 서양화가다. 2024년 경상국립대학교 어울마루 첫 초대개인전 《문득》과 2025년 수원이의중학교 초대개인전 《삶의 모양》을 거쳐, 2026년 아트앤갤러리에서 세 번째 개인전 《사이(BETWEEN)》를 개최했다.
작가는 개인전뿐만 아니라 2026년 《수원시 미술단체 X색으로 기록하다》(수원시립만석전시장), 《움츠리다》(갤러리M), 2025년 《한옥의 결, 예술로 이어지다》(리수갤러리), 2024년 《정; 말》 2인전(갤러리원 롯데백화점창원점) 등 다수의 단체전과 2022년부터 이어진 그리다아트스튜디오 정기전에 꾸준히 참여해 왔다. 또한 2026 THE BLOOM(서울신라호텔)과 2025 서울크리스마스 아트페어(갤러리은) 등의 아트페어에 참여하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이외에도 제10회 대한민국종합예술대전 우수상, 제29회 나혜석미술대전 입선, 제7회 한류미술대전 우수상, 제13회 한국창작문화예술대전 은상, 제46회 국제현대미술대전 입선 등을 고루 수상하며 예술적 역량을 탄탄하게 입증해 나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