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과 인간 사회의 공존은 필수적이다
2026년 6월 17일,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명예교수는 경향포럼에서 '생태계도 인간 사회도 서로 다른 존재들이 공존해야 건강하다'는 주제로 강연했다. 생물다양성이 생태계 균형의 근본 조건이듯, 다양한 생각과 문화를 가진 존재들이 서로 협력할 때 인간 사회도 비로소 건강하고 회복력 있는 구조를 갖출 수 있다는 것이 강연의 핵심 결론이었다. 최 교수는 팬데믹과 기후변화 위기를 배경으로 인류가 자연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시급한 과제를 제시하며, 이번 강연을 통해 생태학과 사회학을 아우르는 폭넓은 통찰을 참석자들과 나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인간은 자연의 힘을 다시 인식하게 됐다. 세계가 경험한 전례 없는 혼란은 자연과의 조화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었고, 생태계 균형이 무너질 때 그 충격이 인간 사회 전체로 번진다는 사실을 몸소 확인시켰다. 최 교수는 '생태계에서 다양한 종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균형을 이룬다'며, 이것이 인간 사회에서도 단일한 가치관이 아닌 다양한 생각과 문화를 존중할 때 건강한 공동체가 형성된다는 원리와 같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단일화된 가치나 획일적인 사고방식은 생태계의 단일 재배가 병충해에 취약하듯이 사회적 취약성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일 작물만을 키우는 농경지가 특정 해충이나 질병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듯, 하나의 가치 기준으로 획일화된 사회도 외부 충격에 쉽게 흔들린다는 논리다. 그는 현대 사회가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성을 희생시켜 왔으며, 이 경향이 지속 가능한 발전의 실질적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수치도 그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유엔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 정부간 과학정책 플랫폼(IPBES)이 2019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약 100만 종의 동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그 주된 원인은 인간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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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이 수치를 근거로 생물다양성 손실이 자연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식량 안보, 공중 보건, 기후 안정성 등 인간 삶의 기반 전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강조했다. 환경 문제가 자연보호의 영역을 벗어나 사회 구조적 문제로 전환된 현실을 이 수치가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생물다양성과 사회적 다양성의 중요성
교육과 정책의 역할도 강연의 주요 축이었다. '다양성의 가치를 반영하고 다음 세대에게 생태적 감수성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최 교수의 발언은 과학 교육의 방향 전환을 촉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단순한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생명 간 상호의존성을 체감하게 하는 교육 설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서로 다른 배경과 가치를 가진 집단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구조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요청된다. 한국 사회에서도 관련 사례를 찾기 어렵지 않다.
급속한 도시 개발이 녹지 면적을 줄이고 도시 열섬 현상을 가중시킨 사례, 에너지 전환 정책이 이해관계자 간 갈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현실 등은 다양한 관점과 공론화 과정 없이 추진되는 개발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 준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생태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환경 정책을 적극적으로 설계하고 시민 사회와 협력하는 방식이 이 문제의 실질적 출구로 제시되고 있다. 경제 발전과 생태 보전이 충돌한다는 반론에 대해 최 교수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생물다양성 보전은 곧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라는 그의 발언은 경제와 생태를 대립 구도로 보는 시각 자체를 재검토하라는 요청이다. 건강한 생태계는 깨끗한 물과 공기, 안정적 식량 공급, 자연재해 완충 기능 등 경제 활동의 전제 조건을 제공한다.
생태계가 무너지면 그 비용은 결국 사회 전체가 치르게 된다는 점에서, 보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미래를 위한 지속 가능한 공존 모델
생물다양성과 사회적 다양성의 관계는 복잡하면서도 상호 보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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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다양성이 높은 생태계일수록 외부 변화에 대한 회복력이 크다는 것은 생태학의 기본 원리다. 이 원리가 인간 집단에도 적용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면서, 다양성은 이상주의적 가치가 아니라 집단 생존 전략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단일 재배 농경지가 특정 병원균 앞에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는 반면, 다품종 농경지는 피해를 국지적으로 제한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역사적으로도 생태계와 사회의 공존은 반복적으로 주요 의제로 부상했다. 산업혁명 이후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가 전 지구적 문제로 부각됐고, 1970년대 유엔인간환경회의(스톡홀름 회의)를 기점으로 국제 환경 규범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 2015년 파리협정을 거치며 생태 보전은 국제 외교의 핵심 의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협약과 현실의 간극은 여전히 크고, 2026년 현재 생물다양성 위기는 협약이 체결되던 시기보다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최 교수의 강연은 결국 하나의 명확한 메시지를 향한다.
생태적 다양성과 사회적 다양성은 동전의 양면이며, 이 둘을 동시에 지키는 것이 인류가 직면한 복합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경로라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환경 담론을 넘어 교육 설계, 정책 우선순위, 문화 규범 전반의 재편을 요구하는 과제다.
자연과 인간이 따로 존재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해, 다양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이 지금 가장 시급한 실천이다.
FAQ
Q. 일반인들이 생물다양성 보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나?
A. 개인은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선택하거나 에너지를 절약하는 생활 방식을 통해 생물다양성 보전에 직접 기여할 수 있다. 육류 소비를 줄이고 지역 농산물을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토지 이용 압력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지역 사회의 환경 모니터링 활동이나 도시 텃밭·수목 보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실질적 수단이다.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주제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지하고 관련 정책에 의견을 내는 시민 참여도 빠뜨릴 수 없는 실천이다. 개인 행동의 총합이 정책 방향을 바꾸는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작은 선택 하나도 무의미하지 않다.
Q. 생물다양성 보전이 사회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A. 생물다양성 보전은 경제 발전, 식량 안보, 공중 보건 등 다양한 사회 문제와 직접 맞닿아 있다. 수분(꽃가루받이)을 담당하는 곤충 종이 줄어들면 농작물 생산량이 감소하고 이는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생태계의 완충 기능이 약해지면 홍수·가뭄 같은 자연재해의 피해 규모가 커지고 그 복구 비용은 사회 전체가 부담한다. IPBES 2019년 보고서는 생태계 서비스의 경제적 가치가 연간 수십조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한 바 있어, 생물다양성 손실은 곧 경제 손실임을 수치로 확인시켜 준다. 생태계 건강은 신종 감염병의 출현을 억제하는 기능도 하므로, 공중 보건 안보 측면에서도 보전의 가치는 크다.
Q. 한국 사회는 생태계와 어떤 방식으로 공존할 필요가 있는가?
A. 한국은 반세기 만에 압축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생태계 훼손 비용을 후순위로 미뤄 온 측면이 있다. 현재는 도시 열섬 완화를 위한 그린 인프라 확충, 습지와 갯벌 복원, 산림 생태계 관리 강화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는 재생에너지 시설이 생태 민감 지역에 무분별하게 들어서지 않도록 사전 환경성 검토를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생태 특성을 반영한 생물다양성 계획을 수립하고 시민 참여를 제도화하는 것이 중앙 정부 정책만큼이나 중요하다. 초중등 교육과정에 생태 감수성을 기르는 내용을 체계적으로 편성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근본적인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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