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 100만 명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돌봄의 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치매는 특정 가정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환자 수 증가와 함께 가족 부양 부담도 커지는 상황에서 치매 돌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전문 서적이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치매를 질병이 아닌 한 사람의 삶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주목받고 있다. 치매 케어 현장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 온 황이선 저자는 신간 『AI도 모르는 치매 케어 비법』을 통해 기존의 치료 중심 접근을 넘어서는 새로운 돌봄 철학을 제안했다. 이 책은 치매를 의학적 증상으로 규정하기보다 환자가 살아온 삶의 과정과 성격, 가치관, 관계 맺기 방식까지 함께 이해해야 한다는 관점을 담고 있다.
획일적 관리가 아닌 맞춤형 돌봄이 새로운 기준으로 제시됐다. 저자는 같은 치매 진단을 받더라도 모든 환자가 서로 다른 행동과 반응을 보인다는 점에 주목한다. 성장 환경과 직업 경험, 가족관계, 생활 습관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방식의 돌봄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책은 개인별 특성을 기반으로 돌봄 전략을 설계하는 ‘테일러드 케어(Tailored Care)’ 개념을 중심축으로 삼는다.
특히 치매 어르신 271개 특성 요소를 비롯해 보호자 40개 특성, 요양보호사 71개 특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실제 돌봄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 이는 치매 환자뿐 아니라 돌봄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을 이해해야 효과적인 케어가 가능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현장 경험을 기반으로 한 실전형 케어 프로세스도 눈길을 끈다. 이 책은 이론적 설명에 머물지 않고 실제 방문요양과 장기요양 현장에서 검증된 사례와 대응 방식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저자는 치매 돌봄 과정을 네 단계로 체계화해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첫 번째 단계는 환자와 보호자, 요양보호사의 특성을 분석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돌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적절한 대응 방향을 마련한다.
두 번째 단계는 맞춤형 케어 설계다. 치매 환자에게 나타나는 이상행동의 원인을 분석하고 예방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세 번째 단계는 관찰과 기록이다. 식사 상태, 수면 패턴, 신체활동, 약물 복용 여부, 행동 변화 등을 지속적으로 기록해 돌봄의 연속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방법을 제시한다.
네 번째 단계는 응급상황 대응이다. 배회와 실종, 섬망, 낙상, 뇌졸중, 심정지 등 실제 현장에서 발생 가능한 위기 상황별 대응 요령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이상행동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도 책의 핵심 메시지다. 많은 사람이 치매 환자의 문제행동을 통제와 교정의 대상으로 인식하지만 황이선 저자는 이를 또 다른 의사소통의 형태로 해석한다. 기억력과 판단력이 저하되더라도 감정과 욕구는 여전히 존재하며, 이상행동은 이해받지 못한 감정이 외부로 표현되는 과정일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는 치매 어르신의 심리를 이해하는 44가지 방법과 이상행동을 줄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36가지 소통 전략이 수록돼 있다. 동시에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부적절한 대응 사례도 함께 소개해 현장의 실수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치매 돌봄은 가족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된다. 저자는 치매 문제를 가족의 희생과 헌신만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한다. 환자와 보호자, 요양보호사, 장기요양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팀 기반 돌봄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책에서는 보호자의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방법과 요양보호사와의 협업 전략, 기관이 수행해야 할 역할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또한 노인학대 예방, 가족 돌봄 스트레스 관리, 사전 케어 플랜 수립 등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실질적 해법도 함께 다룬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인간의 공감은 대체될 수 없는 가치로 남는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의료와 돌봄 분야에서도 다양한 활용 사례가 등장하고 있지만 저자는 치매 케어만큼은 인간 고유의 공감 능력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데이터 분석과 정보 제공은 기술이 수행할 수 있지만 환자의 표정과 눈빛, 삶의 흔적을 이해하고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이라는 설명이다.
『AI도 모르는 치매 케어 비법』은 치매를 바라보는 시선을 질병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전환하도록 돕는다. 치매 환자 가족과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장기요양기관 종사자는 물론 부모 세대의 노화를 준비하는 이들에게도 실질적인 길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억은 희미해질 수 있어도 존엄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책은 치매를 앓는 사람의 삶을 끝까지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통해 돌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다시 묻는다. 치매 돌봄은 의료적 관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환자의 삶을 이해하고 존엄을 지키며 관계를 이어가는 과정이 함께해야 진정한 케어가 가능하다. 『AI도 모르는 치매 케어 비법』은 초고령사회가 요구하는 인간 중심 돌봄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실천서로 평가받을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