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한 문법의 거부, ‘실(Thread)’과 ‘종이’가 만든 창의적 마티에르
김은기 작가의 작품을 직면했을 때 관객이 마주하는 가장 시각적인 충격은 바로 캔버스 위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는 ‘실’과 ‘종이’의 압도적인 존재감이다. 김은기 작가는 캔버스 위에 실과 종이를 얹고 엮어내며 그만의 독창적인 마티에르를 창조해 내고 있다.
그의 작업은 평면에 그림을 입체적으로 도드라지게 새기는 일종의 ‘릴리프 표현’을 구현한다. 서구 회화사가 정립해 온 매끄러운 평면성을 과감히 거부하고, 물성과 촉각을 강조한 이 표현방법은 화면 전체에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과 역동성을 부여한다. 그가 이러한 작업을 고집하는 이유는 예술가로서의 철저한 자기성찰에서 비롯된다. 김 작가는 “기존의 역사나 유행이 만들어 놓은 안전하고 안락한 미술 활동의 틀속에 나 스스로가 깊이 빠져들거나 안주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최소한 본인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을 해보자는 갈망이 있었다. 그것이 거칠고 불완전하더라도 캔버스 위에 실 작업을 이어가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기성 미술계에 던지는 조용한 반문이자, 현대미술가로서의 책임감을 다하기 위한 새로움의 바람인 것이다.
“태양은 우주 전체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처럼 보이지만, 매일 아침 지구상의 수천만, 수십억 개의 대지 위에 내려앉는 태양의 모습은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이 역동적인 땅이 존재하는 한, 태양계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과 우주의 이야기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거대 우주의 렌즈로 바라본 인간사: 역동성과 정적 이미지의 조화
그가 평생의 테마로 설정한 ‘태양계’는 단순히 천문학적이거나 과학적인 관찰의 대상이 아니다. 김은기 작가에게 우주와 태양계는 인간의 삶과 욕망, 갈등과 화해가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무대’이자 현실 그 자체를 투영하는 거울이다.
그의 추상 작품 속에는 휘몰아치는 듯한 에너지의 ‘역동적 이미지’와, 우주의 심연을 담은 듯한 ‘정적 이미지’가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김 작가는 “태양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근원이자 에너지를 제공한다. 그 빛이 있으면 필연적으로 어둠이 존재하듯, 우리의 삶 역시 언제나 희망이라는 긍정과 절망이라는 부정이 날줄과 씨줄처럼 공존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궁극적으로 어둠이 아닌 ‘빛과 희망’을 향해 있다. 현실의 장벽이 아무리 두껍고 그늘이 깊다 한들, 그것이 희망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확신이 그의 작품 바탕에 흐르고 있다.
특히 국가 간의 이익을 둘러싼 첨예한 다툼, 이념의 대립, 불신과 희망으로 가득 찬 현실 세계를 바라보는 김 작가의 시각은 매우 흥미롭다. 그는 “끝없는 우주라는 거대한 관점에서 내려다보면, 우리가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이 세상은 한낱 작은 진흙 덩어리에 불과하다”며, “그 좁은 대지 위에서 펼쳐지는 인간들의 아웅다웅하는 현실은 역설적으로 작가에게 매우 흥미롭고 극적인 서사로 다가온다”고 전했다. 그는 형상에 갇힌 구속과 질서 보다는 형상을 탈피한 ‘탈 형상’의 자유로움을 사랑하며, 이 자유로운 현대적 감각을 통해 우주의 파동을 표현해 낸다.
김은기 작가의 독자적인 스타일은 최근 미술 시장과 공신력 있는 시상식에서 가장 뜨거운 결실을 맺었다. 그는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3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인물 대상’에서 문화예술 부문 수상을 하였다.
그의 작품들은 작품 그 자체로 독립된 발언을 하며 내면의 울림을 이끌어낸다. 현재 그의 대작들은 에어부산, 에이파크오션, 범서미라클, 프랑스 Laetitia소장가를 비롯해 청송의윈, 장덕한방병원, 청담화이트의원, 송케어요양병원, 죽향문화원, 뷰티온의원, 명가메디타워 등 관객들과 깊은 호흡을 나눌 수 있는 국내외 유수의 기관 및 기업들에 널리 소장되어 있다. 미국 뉴욕의 ‘SCOPE Art show’(맨해튼), 미국 GFA Art show(트럼프골프클럽) 이태리 밀라노 ‘AAF 아트페어’ 등 세계무대에서 보여준 역량 역시 그를 글로벌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컴퓨터 그래픽이나 디지털 프린팅이 넘쳐나는 현대 미술계에서, 그가 고집하는 실과 종이의 릴리프 표현방법은 작가의 물리적인 시간과 정신을 담아 넣어야만 완성되는 작업이다.
작업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마티에르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단단한 영속성을 획득한다. 쉽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트렌디한 미술들 사이에서, 김은기 작가의 작품이 지닌 묵직한 물성과 아우라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를 더하는 독보적인 소장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공간을 압도하는 스케일 속에 깃든 이 정성 어린 디테일이야말로 젊은 컬렉터부터 안목 높은 헤비 컬렉터들까지 그의 대작 앞에 발길을 멈추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예술가, 미래를 향해 흐르는 태양의 줄기
“대중의 인기나 주변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나만의 색깔을 구현하기 위한 창의적 작품들이 좋다” 말하는 김은기 작가. 시대의 유행을 좇기보다 언제나 시대를 앞서가는 작가로 남고 싶다는 그의 멈추지 않는 여정에 전 세계 미술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기사는 본지 공식 블로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