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전쟁이 중동에서 바꾸지 못할 것들

전쟁은 동맹 관계 재편하고 세력 균형 바꿀 수 있지만, 지리적 위치, 팔레스타인, 그리고 정치적 정체성은 변하지 않을 것

지도는 다시 그려져도, 땅의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

무엇이 바뀌었나가 아니라, 무엇이 남았나를 물어야 할 때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전쟁이 끝나면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될 것이라는 믿음은, 중동의 모든 큰 전쟁마다 되풀이된, 오래된 환상이다. 워싱턴 거점 정치 평론가 ‘모하메드 엘멘샤위’는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이 중동의 지도를 전례 없이 빠르고 강하게 다시 그리고 있지만, 아무리 정밀한 폭탄이라도 결코 지우지 못하는 지속의 현실들이 있다고 진단한다. 폭격음이 잦아드는 지금, 그는 모두가 던지지 않는 질문을 꺼낸다. 무엇이 바뀌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끝내 바뀌지 않는가. 그 물음 속으로 차분히 걸어 들어간다.

 

왜 '백지의 환상'은 늘 실패하는가

 

엘멘샤위의 출발점은 역사의 반복이다. 그는 큰 전쟁이 지도와 체제와 인구 구성에 깊은 균열과 변형을 남긴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전쟁이 모든 것을 쓸어내고 새 역사를 쓸 백지를 만들어 준다는 믿음은 방법론적 환상이며, 역사 스스로가 그 환상을 거듭 반박해 왔다고 본다. 

 

근거는 중동 자신의 이력서다. 이슬람 정복, 몽골의 침입, 십자군, 유럽 식민주의, 냉전, 극단주의의 물결과 내전을 모두 겪고도, 중동은 거대한 충격을 흡수하고 스스로 재구성하는 예외적 능력을 보여 왔다고 그는 짚는다. 변화가 유기적이고 점진적일 때만 받아들여 온 땅. 그 위에서 그는 다섯 갈래의 '바뀌지 않을 것'을 차례로 펼친다.

 

무엇이 끝내 남는가

 

첫째는 지리다. 엘멘샤위는 호르무즈 해협이 여전히 세계 석유의 약 5분의 1의 통행을 좌우하고, 수에즈 운하는 국제 교역의 핵심 동맥으로, '비옥한 초승달'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길로 남는다고 말한다. 전쟁이 그 길목을 누가 다스리는지는 바꿀 수 있어도, 그 길목이 지리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바꾸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리는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라는 오랜 명제다. 

 

둘째는 팔레스타인 문제다. 그는 '저항의 축'을 무너뜨리면 팔레스타인 문제가 의제에서 사라지리라는 기대를, 도구와 본질을 혼동한 구조적 환상이라 부른다. 이란은 그 대의를 이념적·전략적으로 활용했을 뿐, 만들지도 끝낼 열쇠를 쥐지도 않았으며, 점령 아래 사는 약 800만 팔레스타인인의 고통은 이란 핵 프로그램의 파괴로 달라지지 않는다고 본다. 그는 이란을 공동의 위협으로 묶어 팔레스타인 문제를 우회하려던 2020년 아브라함 협정의 전제가, 이번 전쟁으로 그 취약함을 드러냈다고 분석한다. 

 

셋째는 종파 분열이다. 엘멘샤위는 이라크·레바논·예멘의 종파 긴장이 이란 혁명과 함께 시작된 것이 아니듯 이란의 패배로 끝나지도 않으며, 바레인·사우디아라비아 등지의 시아 공동체는 테헤란과 무관한 고유의 불만과 현실을 지닌다고 말한다. 

 

넷째는 아랍 국가의 구조적 취약성이다. 약한 제도와 비대한 안보 기구, 비생산적 지대(地代) 경제가 전쟁 전에도 취약했고 그 뒤에도 취약할 것이며, 오히려 전쟁이 개혁을 미루게 해 취약성을 키울 위험이 있다고 그는 경고한다. 

 

다섯째와 여섯째는 미국과 신앙이다. 그는 군사적 우위만으로는 정치적 정당성과 신뢰를 세울 수 없으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배운 교훈을 이란에서 다시 배울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무슬림형제단과 살라피, 민족주의적 이슬람 흐름은 테헤란과 무관한 지역 토양에서 자라났으며, 수백만 명에게 이슬람은 포드로 핵시설의 파괴로 증발하지 않는 정체성의 준거로 남는다고 강조한다.

 

표면은 바뀌어도 본질은 남는다

 

전쟁이 역내 질서를 근본부터 재편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고, 엘멘샤위 자신도 세력 균형의 이동은 인정한다. 다만 그의 결론은 한 문장으로 모인다. 큰 전쟁은 정부와 외양과 힘의 균형은 바꾸어도, 그 밑에 흐르는 본질은 좀처럼 건드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종전 합의의 잉크가 마르는 지금, 이 오래된 통찰은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폭탄은 지도의 선을 다시 그을 수 있어도, 땅의 운명과 사람들의 기억까지 지우지는 못한다. 우리는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세느라, 무엇이 끝내 남았는지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작성 2026.06.15 23:44 수정 2026.06.15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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