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경영진의 변화 의지와 전면 개방 선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제조 거인 삼성이 전사적인 체질 개선을 공식 선언했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모든 업무 과정에 인공지능을 전격 도입하는 인공지능 대전환(AX)이다.
지난 6월 9일 삼성은 사무와 기획 부서뿐만 아니라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제조 현장에 이르기까지 전체 업무의 모든 과정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자체 기술 보안을 이유로 오랜 기간 고집해 온 폐쇄적인 기술 환경을 깨고 외부에 공개된 생성형 인공지능을 전면 수용하기로 한 결정이다.
이에 따라 구글 제미나이, 오픈AI 챗GPT, 앤튼로픽 클로드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개발한 최신 인공지능 시스템이 이달 중 임직원들의 실제 업무 환경에 도입된다.
이러한 전격적인 개방과 융합의 선택은 조직의 유전자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는 이재용 회장의 강력한 경영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기술의 진화 속도가 기업의 생존을 가르는 시기인 만큼, 내부 시스템 개발에만 매달리기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외부 기술을 즉각 수용하여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과감한 판단이다.

보안 한계를 넘어선 기술 융합의 선택
그동안 국내외 대기업들은 핵심 정보와 내부 자산 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외부 인공지능 서비스를 사내에서 사용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해 왔다. 특히 정밀한 기술력을 다루는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에 보안은 기업의 흥망을 결정하는 최우선 요소다.
그러나 인공지능 중심의 기술 변화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전개되면서, 과거의 지나친 폐쇄성은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고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혁신 속도를 지연시키는 걸림돌이 되었다.
삼성은 이러한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술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구시대적 방식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대신 전 관계사에 인공지능 전담 조직을 새롭게 신설하고, 정교하고 고도화된 전사적 보안 체계를 동시에 구축하는 전략을 택했다.
일상 업무에서 인공지능 활용 범위는 대폭 확대하면서도 외부 기술 도입에 따른 정보 유출과 같은 잠재적 위험 요소는 완벽히 통제하겠다는 이원화 구상이다.
글로벌 최신 인공지능 기술을 업무 프로세스에 유연하게 접목함으로써 의사결정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전반적인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배경이다.
실습 중심의 교육과 조직 체질 개선
새로운 인공지능 시스템의 수용보다 삼성이 더 공을 들이는 대목은 임직원들의 역량을 기르는 대규모 교육 투자다. 삼성은 이번 달 전체 관계사 사장단 50여 명을 한자리에 모아 사흘 동안 실습형 인공지능 교육 프로그램인 에이엑스 부트캠프를 전격 실시한다.
전 관계사의 사장단이 한꺼번에 모여 인공지능 단체 교육을 받는 것은 그룹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최고 경영진들은 컴퓨터 앞에 직접 앉아 인공지능 도구를 구동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 자사의 업무 혁신 방안을 직접 설계하는 고강도 실습 과정을 소화한다.
사장단 교육에 이어 임원 2,300여 명 역시 오는 8월까지 2박 3일 일정의 집중 교육에 참여하며, 2026년 내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단계별 교육을 완료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이러한 파격적인 행보는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인공지능 문해력이 기업 혁신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명확한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경영진이 기술의 구조와 본질을 직접 다루며 깊이 이해할 때 비로소 조직의 올바른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는 일하는 방식과 리더십의 기준을 뿌리부터 바꾸는 구조적 전환점이다.
도구로서의 기술과 AI 네이티브 기업 도약
1990년대 한국 산업계 전체의 지형을 바꾸고 성장을 견인했던 디지털 정보화 대혁신이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새로운 차원으로 재현되고 있다. 오랜 기간 보안 중심의 폐쇄성을 유지하던 제조 거인이 선택한 개방과 융합은 한국 기업 문화에 거대한 파급 효과를 예고한다.
새로운 기술 권력이 등장할 때마다 사회는 기술에 종속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감을 겪는다. 그러나 강력한 기술을 올바르게 통제하고 기업의 목적에 맞게 이끄는 최종 주체는 결국 인간이다.
경영진과 조직 구성원들이 기술의 한계와 가능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비판적 안목과 명확한 상상력을 가질 때, 인공지능은 종속의 위협이 아니라 인간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가장 유용한 도구로 작동한다.
삼성의 이번 전면적인 실습 교육과 조직 개편은 모든 기업이 기술 도입에 앞서 구성원의 활용 능력을 기르는 교육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이정표를 제시한다.
리더의 기술 이해도가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이 되는 시대이며, 이번 대전환은 삼성이 인공지능 중심의 체질을 완벽히 갖춘 진정한 에이아이 네이티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인 발판이 될 것이다.
[전문 용어 사전]
▪️AI 대전환: 기업의 모든 업무 과정과 조직 문화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여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는 전략적 변화.
▪️생성형 AI: 단순한 계산이나 검색을 넘어,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텍스트, 이미지, 코드 등 새로운 결과물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시스템.
▪️AI 리터러시: 인공지능 기술의 작동 원리와 한계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를 자신의 업무나 일상에서 비판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
▪️AX 부트캠프: 인공지능 대전환을 목표로, 단기간에 집중적인 실습과 훈련을 통해 임직원들의 인공지능 이해도와 실무 적용 능력을 극대화하는 교육 프로그램.
▪️AI 네이티브 기업: 조직의 유전자와 일하는 방식, 의사결정 시스템 전체가 처음부터 인공지능 기술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운영되는 기업 형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