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권의 경제이야기] LG이노텍, 2조 투자해 구미·베트남 AI 반도체 기판 생산 체계 구축

AI 반도체 공급망, 기판 확보 경쟁이 새 국면에 진입

AI 서버용 반도체 기판, 생산능력 확대에 2년 이상 소요

LG이노텍, 후발 주자임에도 막대한 투자와 고객 네트워크로 부상

AI 반도체 시장에서 공급망 경쟁이 점차 심화되는 가운데, 핵심 부품인 반도체 기판의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이 가장 부족했던 부품이었으나, 이제는 AI 반도체용 기판이 공급 병목 현상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구글, 퀄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및 칩 제조 기업들이 생산능력 확대를 요구하며 기판 공급업체에 강력한 수요를 보내고 있다. 이로써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주도권 싸움의 초점이 칩과 메모리를 넘어 기판으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AI 반도체 급성장 영향으로, 과거 HBM 시장에서 보였던 ‘선제 투자와 장기 계약’ 패턴이 기판 시장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사진: LG이노텍 AI기판 생산현황,매일경제신문 제공]

AI 서버용 반도체 기판, 생산능력 확대에 2년 이상 소요

기판은 반도체 칩 위에 자리 잡아 전력과 신호 전달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반도체의 신경망’에 비유된다. AI 칩의 성능이 아무리 우수해도 신뢰성 높은 기판이 부족하다면 완제품 생산은 불가능하다. 최근 빠르게 커지는 AI 데이터센터 시장 덕분에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 등 고성능 기판 수요가 급증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서치인텔렉트에 따르면 FC-BGA 기판 시장은 2024년 약 15조원 규모에서 2031년에는 3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엔비디아 GPU, 구글 TPU, 다양한 AI 가속기에는 서버용 FC-BGA 기판이 필수이며, 차세대 메모리인 HBM, GDDR7, 소캠에는 고성능 FC-CSP(플립칩 칩스케일패키지) 기판이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기판 생산에는 통상 2년 이상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며, 첨단 제조 설비와 공정 기술 투자 없이는 대량 공급이 어렵다. 업계에선 “지금 증설을 결정해도 본격적인 대량 생산은 2028년부터 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LG이노텍은 AI 반도체 기판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구미와 베트남 하이퐁 지역에 내년 말까지 2조 원 이상의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하이퐁에 신설 공장을 완성하여 2028년부터 본격적인 대량 생산 체제를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AI 서버용 FC-BGA 시장은 삼성전기, 일본 이비덴,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 소수 업체가 주도해왔으나, AI 서버 투자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기존 생산능력이 빠르게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고객사들은 추가 생산처 확보를 위해 LG이노텍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기존 업체들의 생산라인은 장기 계약 고객 물량으로 이미 꽉 찼으며, 신규 고객 입장에서는 추가 공급 확보가 매우 어렵다”라고 전했다.

 

[사진:LG이노텍 모빌리티, LG이노텍 제공]

LG이노텍, 후발주자임에도 막대한 투자와 고객 네트워크로 부상

LG이노텍은 AI 서버용 FC-BGA 부문에서는 후발 주자이지만, 대규모 투자 여력과 글로벌 고객사들과의 긴밀한 협력 네트워크, 그리고 모바일 무선주파수 시스템인패키지(RF-SiP) 기판 시장에서 쌓아온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강점으로 삼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 확장과 함께 FC-BGA뿐 아니라 GDDR7, 소캠 등 차세대 메모리용 고성능 FC-CSP 기판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이 분야 공급은 다소 부족한 상태다. 향후 LG이노텍의 기판 생산 확대가 시장 안정화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최근 AI 반도체 공급망에서는 고객사들이 생산설비 투자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대신 장기 공급 계약을 확보하는 방식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는 과거 엔비디아가 HBM 확보를 위해 메모리 업체들과 맺었던 ‘선투자·장기 계약’ 모델과 매우 유사하다. 

 

일부 글로벌 고객사의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LG이노텍이 추진하는 신규 생산 설비 투자도 상당 부분 고객사 지원금으로 충당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격 경쟁이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고객들은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공급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요약하자면, AI 반도체의 급성장에 따라 공급망 병목 현상이 반도체 기판으로 옮겨갔고, 이에 대응해 LG이노텍이 대규모 투자로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 후발주자임에도 기술력과 투자 능력을 바탕으로 시장 진입에 성공하는 중이며, 고객사와 선제적 투자와 장기 공급 계약 체결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AI 반도체 산업 전반의 공급망 다변화와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작성 2026.06.10 23:35 수정 2026.06.10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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