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의 깊은 숨결과 현대적 안무의 만남
이번 공연은 ‘김효진의 댄싱박스에서 만나는 서정숙의 춤’이라는 부제 아래, 전통춤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온 서정숙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공연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먼저 서정숙의 대표 레퍼토리인 ‘민살풀이춤’과 ‘논개별곡’을 통해 한국 전통춤의 단아하고 깊은 호흡을 선사한다. 이어지는 무대에서는 김효진의 ‘여민락: 나를 돌보는 움직임’이 펼쳐지며, 마지막으로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김효진 안무의 ‘춤, 살풀이(2026 초연)’를 통해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을 과감하게 시도한다.
소품 없는 ‘맨손’의 미학, 장금도류 민살풀이춤의 재해석
이번 무대에서 특히 주목할 프로그램은 고(故) 장금도 선생의 맥을 잇는 ‘민살풀이춤’이다. 민살풀이춤은 일반적인 살풀이춤에서 사용하는 하얀 수건 같은 소품을 들지 않고 오직 ‘맨손’으로만 추는 것이 특징이다. 군더더기 없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속멋’을 강조하며, 무용가의 온전한 몸짓만으로 춤의 기운을 전달한다.
호남 무속의 살풀이 장단에 맞춰 추는 즉흥춤이면서도 엄격한 질서와 절제미를 유지하는 이 춤은, 가볍지 않고 정중하며 무거운 동작을 바탕으로 한다. 손끝의 섬세한 움직임과 발디딤의 무게감을 통해 우리의 깊은 한(恨)을 흥(興)으로 승화시킨다. 서정숙은 장금도 선생 특유의 단아한 이미지를 계승하는 동시에 내면의 소리에 집중한 안무를 선보이며, 죽은 영혼을 달래고 소망을 기원하는 제의적인 깊이까지 담아낼 예정이다.
KBS 국악대상 수상자가 전하는 ‘세상이 준 선물’
서정숙은 사단법인 한국민족춤협회 이사장이자 서울교방의 동인으로 활동하며, 창작 전통춤 단체 ‘푸른가지’를 이끌고 있는 한국 무용계의 중견 예인이다. 그녀는 지난 2025 KBS 국악대상에서 “전통춤에 깊은 고민을 더한 독자적 예술 세계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무용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가 선정한 ‘2023년을 빛낸 무용수상’을 받는 등 그 예술적 성취를 꾸준히 인정받아 왔다.
그녀에게 춤은 개인의 예술적 표현을 넘어 타인의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는 수행이자 제의다. 서정숙은 과거 교방굿거리춤을 마주하며 “나 혼자의 풍류가 아니라 보는 사람이 함께 풍류를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듯, 무대와 객석이 하나 되어 ‘한 판 흐드러지게 같이 노는’ 상생과 공감의 무대를 지향한다.
과거 수상 소감을 통해 “춤은 세상이 나에게 준 선물이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소통하며 즐겁게 춤추고 싶다”는 철학을 밝혔던 서정숙. 이번 ‘춤, 살풀이’ 무대 역시 화려한 기교나 장식보다는 예인의 내면적 깊이와 절제된 움직임을 통해 관객들에게 한국 전통춤의 본질적인 아름다움과 깊은 울림을 전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