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맷돌
안녕하세요. 최우주입니다. 새로움을 좇느라 잠시 놓쳐온 우리 사유의 뿌리를 다시 꺼내어 오늘의 언어로 마주해 보는 시간입니다. 빠른 해답 대신 오래 곱씹을 숨결을 건네며 지나온 시간 속에서 오늘을 살아갈 지혜를 찾고자 합니다. 자, 함께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오늘은 믹서기의 조상 격인 맷돌은 신석기 시대부터 사용해 온 우리 조상들이 사용해 온 도구입니다. 그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맷돌은 곡식을 가루로 만드는 단순한 도구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 조상들의 삶과 노동, 그리고 기다림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날 전기 버튼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에 맷돌은 느림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자연의 시간을 존중하며 살아온 지혜의 결정체였습니다.
맷돌은 위짝과 아래짝, 두 개의 둥근 돌로 이루어집니다. 가운데 구멍에 콩이나 보리, 밀, 쌀을 넣고 손잡이를 잡아 천천히 돌리면, 곡식은 두 돌 사이에서 곱게 갈리지요. 구조는 단순하지만 원리는 매우 과학적입니다.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인류의 제분 기술 가운데서도 가장 효율적인 방식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맷돌이 만들어내는 것은 단순한 가루가 아닙니다. 콩은 두부가 되고, 메밀은 국수가 되며, 곡식은 떡과 죽이 됩니다. 한 알의 씨앗이 수많은 음식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의 출발점이 바로 맷돌이었습니다. 부엌에서 들려오는 ‘드르륵 드르륵’ 하는 소리는 가족의 끼니가 준비되고 있다는 신호였고, 집안이 살아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특히 맷돌은 공동체의 노동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손잡이를 돌리고, 다른 사람은 곡식을 넣으며 함께 호흡을 맞추어야 했죠. 그래서 맷돌 곁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농사 이야기, 자식 이야기, 마을 소식이 돌의 회전과 함께 흘러나왔죠. 우리 조상들은 맷돌을 함부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오래 사용한 맷돌은 집안의 재산처럼 여겼고, 새집을 지을 때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맷돌이 복을 가져다준다고 믿어 집 근처에 두기도 했죠. 생명을 키우는 곡식을 다루는 도구였기에 그 안에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 깃들어 있다고 여긴 것입니다.
오늘날 전동 분쇄기와 산업화된 식품 공장이 맷돌의 자리를 대신했지만, 오래된 민속촌의 처마 아래 놓인 맷돌을 바라보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수많은 손길에 닳아 반들반들해진 돌의 표면에는 한 세대가 아니라 여러 세대의 삶이 스며 있습니다. 한 알의 곡식이 한 끼의 밥이 되기까지, 세상은 진득한 기다림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오늘의 이야기가 그대에게 다다랐다면 지혜의 숲을 거니는 사유의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저는 최우주 기자였습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