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와 원자재 공급망 불안 속에서 제조 전반의 패러다임이 ‘채굴’에서 ‘재생’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면서 폐기물을 다시 산업 자원으로 탈바꿈하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는 이제 선택이 아닌 기업의 생존 전략이 됐다. 이러한 가운데, 축적된 선별 노하우와 독자적인 압축 공정 특허 기술을 무기로 알루미늄 재생 원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도전하는 것이 곧 살아있음”이라 말하며 60세의 나이에 친환경 금속 재생 시장의 주역으로 우뚝 선 영산업 이영희 대표의 이야기다.
현재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원자재 중 하나가 바로 알루미늄이다. 전기차, 태양광 광전지, 건축 자재 등에 필수적으로 쓰이지만, 천연 광물(보크사이트)에서 알루미늄을 처음 제련할 때는 막대한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이 수반된다. 반면, 폐알루미늄 스크랩을 수거해 재생 원료로 활용할 경우, 신재(新材)를 생산할 때보다 에너지 소비량과 탄소 배출량을 최대 95%까지 절감할 수 있다.

이영희 대표가 이끄는 영산업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의 최전선에 서 있는 ‘금속 재생 원료 제조기업’이다. 영산업은 수거된 알루미늄 스크랩을 정밀하게 세분화하여 분류하고 이물질을 완벽히 제거하는 가공 과정을 거친다. 이후 고도화된 압축 공정을 통해 고순도의 알루미늄을 재생해 내며, 이를 최종적으로 알루미늄 비레트(Billet, 압출 성형용 덩어리) 공장에 납품하고 있다.
단순한 고물상이나 1차 수거업체 수준에 머무는 일반 업체들과 달리, 영산업은 원료의 순도를 극대화하고 불순물 혼입을 최소화하는 고유의 선별·압축 가공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체 연구소를 운영하고 관련 특허를 취득하는 등 R&D(연구개발) 중심의 강소기업으로 체질을 다졌다. 다년간 축적된 스크랩 선별 노하우와 거래처 맞춤형 품질관리 역량이 영산업이 가진 독보적인 경쟁력이다.
이영희 대표가 처음부터 금속 재활용 전문가였던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스스로 “경력 조각이 너무 많아 나열하기 부끄러울 정도”라고 몸을 낮췄지만, 역설적으로 그가 걸어온 파란만장한 도전의 역사가 지금의 영산업을 지탱하는 뼈대가 됐다.
그의 커리어는 과거 속셈학원 운영에서 출발해 미미월드 협력업체로서 장난감 제조업을 진두지휘하는 단계로 이어졌다. 이후 주민자치위원, 청소년지도위원 등 지역사회 봉사는 물론 선거관리위원회와 구청 계약직, 중소기업 직장인까지 이종(異種) 산업의 경계를 쉼 없이 넘나들었다.
가장 큰 전환점은 남성 중심적 성향이 짙은 건설 현장에 뛰어들어 ‘전기공사 회사’를 직접 운영했을 때였다. 전혀 생소한 업종이었기에 주변의 우려도 컸지만, 이 대표는 “안 되는 것은 없다”는 의지로 아파트 건설 현장의 복잡한 전기 공사 업무를 훌륭히 완수해 냈다. 이 과정에서 현장의 두터운 신뢰를 얻은 것은 물론, 금속 자재와 전기 설비 간의 유기적 메커니즘을 체득하며 지금의 친환경 알루미늄 재료 공급회사를 설립하는 결정적인 도약 포인트를 마련했다.
현재 영산업은 소수 정예의 직원들과 일용직 근로자들이 끈끈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현장을 움직이고 있다. 거친 제조업 현장이지만 이영희 대표의 경영 시선은 늘 ‘사람’에게 향해 있다.
이 대표는 “지금 하고 있는 이 비즈니스가 내 인생의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이자, 최종적인 성공으로 이끌어갈 종착지”라며 “이 회사는 나 개인의 부를 축적하는 도구가 아니라, 전 직원이 함께 부를 나누고 일터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공동체로 만들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최종 목표는 명확하다. 영산업을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성장시켜 밤낮없이 고생하는 직원들과 그 가족들의 삶까지 안정 궤도에 올리는 것이다. 이 대표는 “회사가 더 성장하면 남들 쉴 때 우리 직원들도 마음껏 쉴 수 있는 행복한 일터를 선물하고 싶다”는 따뜻한 소망을 덧붙였다.
나이라는 숫자의 한계를 지우고, 지구를 살리는 순환경제의 주역으로 제2의 전성기를 열어젖힌 이영희 대표. “도전하는 순간이 곧 살아있는 순간”이라는 그의 신념은, 정체된 대한민국 제조업 시장과 새로운 출발을 망설이는 수많은 시니어 세대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