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한식 디렉터 장윤정의 경남 향토음식 21회, 합천 율피떡의 은은한 고소함

합천의 산과 밤 문화가 빚어낸 고소하고 담백한 향토 다과

한식명인 장윤정이 바라본 합천 율피떡의 보존 가치와 음식문화적 의미

밤의 향을 떡에 담다, 합천 율피떡 이야기

K-한식 디렉터 장윤정의 경남 향토음식 21회, 합천 율피떡 사진 미식 1947

 

 

 

밤의 향을 떡에 담다, 합천 율피떡 이야기

 

경남 향토음식 스물한 번째 이야기는 합천 율피떡입니다. 20회차에서 소개한 합천 돼지국밥이 장터의 뜨끈한 국물과 서민 밥상의 든든함을 보여주었다면, 합천 율피떡은 산과 들이 품은 밤의 향, 쌀의 부드러움, 전통 떡 문화의 소박한 품격을 보여주는 향토 다과입니다.

 

합천은 산세가 깊고 자연이 넉넉한 고장입니다. 산과 들에서 나는 식재료는 합천 사람들의 밥상과 간식 문화에 오래 스며들어 왔습니다. 그중 밤은 고소한 단맛과 든든한 식감으로 떡, 죽, 밥, 간식에 두루 활용되어 온 식재료입니다. 율피떡은 밤의 속껍질인 율피를 활용해 떡에 은은한 향과 구수한 맛을 더한 음식으로, 합천의 자연과 전통 떡 문화가 만나는 지점에 놓여 있습니다.

 

율피는 밤을 감싸고 있는 얇은 속껍질을 뜻합니다. 보통은 쉽게 버려질 수 있는 재료이지만, 예전 사람들은 그 안에 담긴 향과 쓰임을 허투루 보지 않았습니다. 율피를 말리고 곱게 다루어 떡에 더하면 쌀가루의 담백함에 밤 특유의 구수한 향이 배어듭니다. 이것은 한식이 가진 중요한 지혜입니다. 재료를 남김없이 살피고, 버려질 수 있는 부분에서도 새로운 맛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합천 율피떡의 매력은 강한 단맛이 아니라 은근한 고소함에 있습니다. 떡을 한입 베어 물면 먼저 쌀가루의 포근한 식감이 느껴지고, 이어서 율피의 구수하고 차분한 향이 뒤따릅니다. 화려한 고명이나 진한 양념으로 맛을 내는 떡이 아니라, 재료가 가진 본래의 향과 질감으로 오래 기억되는 떡입니다.

 

좋은 떡은 반죽의 농도와 찌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쌀가루가 너무 질면 떡이 무겁고, 너무 마르면 입안에서 퍽퍽하게 느껴집니다. 율피가루나 율피 재료가 들어가는 떡은 향이 과하지 않아야 합니다. 은은하게 배어드는 정도가 가장 좋습니다. 떡은 단순한 음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쌀의 상태, 물주기, 찌는 시간, 식히는 과정까지 조리자의 손끝 감각이 모두 필요한 음식입니다.

 

합천 율피떡은 향토음식 연재 안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앞선 회차들이 국밥, 구이, 찜, 국수, 비빔밥, 해산물 요리 등 식사 중심의 음식을 보여주었다면, 율피떡은 경남 내륙의 전통 다과와 떡 문화를 보여줍니다. 향토음식은 밥상 위의 한 끼만이 아닙니다. 손님에게 내는 떡, 장터에서 사 먹던 간식, 명절과 제철에 맞춰 나누던 다과도 모두 지역 음식문화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한식명인 장윤정의 시선에서 합천 율피떡은 버려질 수 있는 재료를 향으로 살려낸 음식입니다. 밤의 알맹이만 귀하게 여기지 않고, 그 속껍질까지 음식으로 품어낸다는 것은 식재료를 바라보는 한식의 깊은 태도를 보여줍니다. 한식은 늘 자연을 통째로 이해하려 했습니다. 뿌리, 잎, 껍질, 씨앗까지 각각의 쓰임을 찾아 음식으로 연결해 왔습니다.

 

율피떡은 소박하지만 품격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화려하지 않아도, 그 안에는 쌀을 다루는 기술과 밤을 이해하는 지혜가 들어 있습니다. 단맛을 과하게 내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고, 고명을 많이 올리지 않아도 향으로 완성됩니다. 이런 음식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질리지 않습니다. 먹을수록 조용히 깊어지는 맛이 있기 때문입니다.

 

합천의 자연을 떠올리면 율피떡의 의미는 더욱 선명해집니다. 산이 깊은 고장에서 나는 밤, 그 밤의 향을 품은 떡, 가족과 이웃이 함께 나누던 다과의 시간은 모두 합천다운 음식의 장면입니다. 향토음식은 지역의 풍경을 닮습니다. 합천 율피떡은 합천의 산자락처럼 차분하고, 밤의 속살처럼 고소하며, 전통 떡처럼 단정합니다.

 

오늘날 K-한식의 관점에서도 합천 율피떡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음식 콘텐츠입니다. 세계적으로도 자연 재료, 전통 디저트, 건강한 단맛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율피떡은 자극적인 단맛보다 은근한 향과 고소함을 앞세우는 한식 디저트로 소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쌀과 밤, 자연 재료를 활용한 떡이라는 점에서 K-디저트 콘텐츠로도 확장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식1947요리전문신문은 이번 연재를 통해 경남 향토음식을 단순한 맛집 소개가 아니라, 지역의 자연과 사람, 식재료와 조리 철학이 담긴 문화 기록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한식명인 k-한식디렉터장윤정은 합천 율피떡을 통해 경남 내륙의 전통 떡 문화와 식재료를 아끼는 한식의 지혜를 다시 바라봅니다.

 

저서 장윤정의요리에세이사철가와 야무진장윤정의간편한중식요리에서 보여준 음식 기록의 감각처럼, 합천 율피떡 역시 한 조각의 떡을 넘어 지역의 자연과 사람의 손맛을 읽게 하는 음식입니다. 밤의 속껍질에서 나온 은은한 향, 쌀가루의 부드러운 질감, 떡을 나누던 따뜻한 시간은 모두 이 음식 안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만납니다.

 

합천 율피떡은 크게 드러나는 음식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 조각을 천천히 맛보면 쌀과 밤, 산과 사람의 시간이 조용히 느껴집니다. 경남 향토음식의 스물한 번째 이야기로 합천 율피떡을 기록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장윤정의 한 줄 해석
합천 율피떡은 밤의 속껍질이 지닌 은은한 향과 쌀의 부드러움을 살려 합천의 자연과 전통 떡 문화를 담아낸 경남 향토 다과입니다.

 

 

 

 

작성 2026.06.04 19:10 수정 2026.06.0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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