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세계가 인정한 자연유산

화산활동이 만든 지형과 생태계가 세계자연유산 가치 형성

만장굴·김녕굴·벵뒤굴 등 용암동굴의 학술 가치 주목

용천동굴·당처물동굴, 석회질 동굴생성물 보존 가치 높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2007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우리나라 대표 자연유산이다. 등재 지역은 한라산,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계 등 3개 구역으로, 화산활동이 만든 지형과 생태, 용암동굴의 학술적 가치가 함께 평가됐다.

만장굴 내부
제주 만장굴 내부(사진= 국가유산청)

제주는 섬 전체가 화산활동의 흔적을 품은 자연유산의 현장이다. 약 180만 년 전부터 역사시대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화산활동은 한라산과 오름, 용암동굴, 해안 지형을 만들었다. 그중 한라산,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이름으로 2007년 6월 27일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한라산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순상화산체다. 순상화산은 방패를 엎어놓은 듯 완만하게 퍼진 형태를 보이는 화산체를 말한다. 한라산 정상부에는 한라산 조면암과 백록담 현무암이 분포한다. 특히 점성이 높은 조면암은 돔 형태로 솟아 한라산의 웅장한 경관을 이루는 데 영향을 줬다.

 

성산일출봉은 제주 동쪽 해안에 자리한 수성화산체다. ‘해 뜨는 오름’으로도 불리는 성산일출봉은 약 12만 년에서 5만 년 전 사이 얕은 바다에서 일어난 화산분출로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높이 179m의 분화구는 해안 가까이에 절벽 형태로 솟아 있으며, 바다에서 보면 왕관과 비슷한 형태를 보인다.

 

성산일출봉의 가치는 지질학적 의미와 경관 가치가 함께 있다는 점에 있다. 제주에 분포하는 360여 개 오름 가운데 하나이면서도, 해안 지형과 결합해 독특한 경관을 이룬다. 특히 일출 경관은 성산일출봉이라는 이름이 지닌 상징성을 잘 보여준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약 10만 년에서 30만 년 전 거문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만든 동굴들로 구성돼 있다. 세계자연유산 등재 동굴에는 벵뒤굴,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이 포함된다. 이 동굴들은 용암이 흐르고 식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지형과 구조를 비교적 잘 보여주는 자연유산이다.

김녕굴 내부
제주 김녕굴 내부   (사진= 국가유산청)

만장굴과 김녕굴은 긴 통로와 큰 규모를 지닌 용암동굴로 알려져 있다. 벵뒤굴은 복잡한 미로형 통로 구조를 보여주는 동굴이다. 이들 동굴에서는 용암동굴의 형성과 발달 과정을 살필 수 있는 다양한 지형과 동굴생성물을 확인할 수 있다.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은 제주 용암동굴의 또 다른 특징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용암동굴에서는 드물게 석회질 동굴생성물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종유관, 종유석, 석순, 석주, 휴석, 커튼, 동굴산호 등 다양한 생성물이 남아 있어 용암동굴과 석회질 동굴생성물이 함께 나타나는 사례로 평가된다.

 

제주의 자연유산 가치는 지질에만 머물지 않는다. 제주도는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지역이다. 한라산에는 다양한 식물과 동물이 자생하고, 정상부에는 과거 빙하기에 남하한 한대성 식물종이 남아 있다. 저지대와 난림대에도 고유종과 멸종위기종이 분포한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화산활동이 만든 지형, 지질학적 연구 가치, 동굴 경관, 생태계가 함께 어우러진 자연유산이다. 한라산은 섬의 중심에서 화산섬의 형성 과정을 보여주고, 성산일출봉은 바다와 만난 화산지형의 경관 가치를 드러낸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땅속에 남은 용암의 흐름과 시간이 만든 자연의 기록을 보여준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사실은 제주가 지닌 자연 가치가 국제적으로 인정됐다는 의미다. 동시에 보존 책임도 함께 따른다. 관광 자원으로 활용되는 만큼 탐방객 안전, 훼손 방지, 동굴 내부 환경 보전, 생태계 보호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보는 유산을 넘어 읽어야 할 유산이다. 한라산의 능선, 성산일출봉의 분화구, 거문오름에서 이어진 동굴들은 제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자연의 기록이다. 이 기록을 보존하는 일은 제주의 자연유산을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하는 일이다.

작성 2026.06.04 16:53 수정 2026.06.0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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