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cus 기획] 2026 조형아트서울 개막…코엑스 점령한 5.5m 조각

102개 화랑 3500점 출품…'입체작품 1점 의무' 구조 실험

회화만 찾는 시장에 "입체 진출 돕겠다"…공공조형물 시장 개척

디지털 평면 시대 넘어선 물리적 예술…200만원대 컬렉션 시작

 

조형아트서울 2026, 회화 중심 미술시장에 던진 구조적 질문
6월 4일부터 7일까지 서울 코엑스 1층 B홀에서 열리는 미술 장터에 2~4m 크기의 대형 조각들이 전시장 중앙에 자리 잡았다. 한국 미술시장은 오랜 기간 벽에 거는 평면 그림, 즉 '회화'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로 인해 돌이나 철을 다듬고 유리나 미디어아트를 다루는 입체 작가들은 시장 진입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러한 구조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유일의 조각 및 설치 전문 아트페어인 '조형아트서울 2026(PLAS)'은 올해 참여 갤러리들에게 '입체 작품을 최소 1점 이상 포함시킬 것'을 의무화했다.

 

신준원 대표는 "회화 편중 시장에서 입체 작가들의 진출을 돕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전시 규모 확대를 넘어, 고착화된 시장 관행을 참여자들이 스스로 개선해 보려는 실질적인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조형아트서울 2026 공식 포스터> 主题是 회화 중심 시장 관행을 바꾸는 '입체 작품 의무화' 실험을 상징한다. = 2026 청작아트 (Chungjark Art) 

 

 

102개 갤러리 3,500점 출품, 심사로 검증하는 입체작품 의무화
올해로 11주년을 맞은 이번 행사에는 'NEW CHANCE'라는 주제 아래 국내 91개, 해외 11개 등 총 102개의 갤러리가 참가한다. 750명의 작가가 제작한 3,5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며, 대형조각 특별전 등 3개의 특별전이 기획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심사 단계에서부터 검증을 강화한 '입체작품 의무화' 조항이다. 입체 작품은 부피가 크고 무거워 운송과 설치 비용이 다소 부담스러운 편이다.

 

비용 대비 수익을 고려해야 하는 화랑들은 관리가 편하고 수요가 많은 회화를 선호하는 흐름이 있었다. 그동안 역량 있는 조각가들도 시장에서 환영받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진입 장벽에 부딪히곤 했다.

 

운영진은 심사 과정에서 의무화 조항을 엄격히 적용해, 갤러리 부스 구성의 핵심에 입체 예술이 놓이도록 유도하는 중이다.


정체성 유지와 판매 현실, 11회차를 맞은 시장의 쟁점
그러나 시장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이러한 시도가 현장에서 온전히 환영받는 것만은 아니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최근 아트페어 내 회화 비율이 다시 높아지는 현상을 두고, 행사의 본래 정체성이 옅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참가 갤러리들 역시 부스 운영비를 감당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회화 작품의 수요가 높다"는 시장의 평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운영진은 11회차를 맞아 이러한 현장의 어려움을 인지하면서도, 조각·설치 중심이라는 본질을 잃지 않도록 심사 기준을 세밀하게 조율하고 있다. 정체성 유지와 시장 현실 대응이라는 두 입장의 교차는 전시를 둘러싼 참여자 간의 팽팽한 긴장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업을 위한 공공조형물 시장과 신진작가의 진입 장벽 완화
이러한 긴장 속에서도 지난 11년간 축적된 노력은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첫째는 기업과 기관을 위한 '공공조형물 견본시장'으로서의 역할이다. 전시장 중앙에 놓인 권치규 작가의 5.5m 조각을 비롯해 3m 이상 대형 조각 6점이 설치된다.

 

3,000만 원에서 1억 원대로 형성된 이 대형 작품들은 사옥이나 야외 광장에 조형물 설치를 계획하는 기업들의 실질적인 구매처가 될 수 있다.

 

개막일인 4일 오후 3시에는 기업·기관 관계자를 위한 프리뷰가 열리며, 올해는 약 20~30곳의 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어 현장에서 작가와 직접 계약을 맺는 흐름이 기대된다.

 

둘째는 일반 컬렉터를 위한 진입 장벽 완화다. 소형 부스를 신설하고 11개 대학 조각 전공 학생들이 참여하는 특별전을 기획해 200만 원대 신진작가 작품들을 다수 선보인다. 이는 고가의 작품 구매가 부담스러운 관람객들도 현실적으로 미술품 수집에 다가설 수 있는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한다.


디지털 시대에 다시금 확인하는 물리적 조형력의 가치
"조각은 팔리기 어렵다"는 일각의 인식 속에서도 김경민, 김성복 등 여러 작가들은 PLAS를 통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며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스크린에 갇힌 디지털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물리적인 공간을 점유하는 인간의 조형력이 지닌 가치는 상대적으로 더 주목받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4일과 5일 양일간 B홀 중앙 무대에서는 "만지고 껴안는 조각"이라는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조형아트서울 2026은 단순한 관람 중심의 행사를 넘어, 미술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내부에서부터 극복하려는 시도다. 시장 스스로 다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이번 기획이 어떤 성과를 낼지는 앞으로 4일간의 전시와 향후 집계될 11개 대학 특별전 판매 데이터 등에서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7월에 예정된 일본 해외 개최를 통해 이러한 한국 미술시장의 실험이 글로벌 무대에서도 유의미한 확장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조형아트서울 2026 행사 안내]
▪️일정: 2026년 6월 4일(목) ~ 7일(일), 10:00~19:00 (입장 마감 18:30)


▪️장소: 서울 코엑스 1층 B홀


▪️관람료: 성인 2만 5,000원, 대학생 2만 원, 초등학생 이하 무료 (장애인·국가유공자 등 무료 관람은 현장 확인 필요)


▪️주요 프로그램: 대형조각 특별전(3,000만~1억 원대 작품), 11개 대학 조각 특별전(200만 원대 신진작가 작품)


▪️프리뷰(사전 관람): 6월 4일 오후 3시 (기업·기관 구매 담당자 전용, 일반 관람객은 오후 4시부터 입장 가능)


▪️체험 행사: 가정의 달 특별 '만지고 껴안는 조각' (6월 4~5일, B홀 중앙 무대, 무료)

 

[전문 용어 사전]
▪️조형아트서울(PLAS): 조각, 유리, 설치, 미디어아트 등 3차원 입체 예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국내 유일의 미술 장터 브랜드로 매년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입체 작품: 캔버스나 종이 등 평면에 그려진 그림(회화)과 달리, 실제 공간을 차지하며 두께와 부피를 가지도록 만들어진 조각이나 설치 미술품을 의미한다.

 

▪️공공조형물: 도심의 공원, 아파트 단지, 대형 건물 앞 광장 등 대중이 자유롭게 오가는 야외 공간에 세워져 주변 환경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거대한 예술 작품이다.

 

▪️아트페어: 여러 화랑(갤러리)이 한 장소에 모여, 자신들이 대표하는 작가들의 미술 작품을 관람객에게 전시하고 판매하는 대규모 미술품 시장이다.

 

▪️신진 작가: 미술계에 갓 데뷔했거나 아직 대중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새롭고 독창적인 작품 활동을 전개하는 신인 예술가를 뜻한다.

 

 


 

작성 2026.06.04 08:09 수정 2026.06.0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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