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히 먼 아름다운 내 고향

▲ 아득한 고향의 기억은 지금도 마음 한편에 소녀처럼 머물고 있다.

 

 

아득히 먼 아름다운 내 고향


수필 | 오순안

 

 

아득히 먼 아름다운 내 고향은
충청도 대전 옆굴탱이 진잠면 1056번지 창말이다.

 

계룡산의 거대하고 늠름한 물줄기를 먹고 자라며
소싯적 나는 친구들과 다슬기를 잡고 앞 냇가에서 미역을 감았다.

 

각시둠벙을 보며 동심을 키우고 글 읽는 걸 좋아하던 아이였다.
지금 생각해도 그 시절의 기억은 아련한 추억으로 그곳에 남아있다.

 

운동회 날이면 남선국민학교 넓은 운동장을 한 바퀴 돌며
1등으로 달리기도 참 잘했는데—

공부는 왜 그렇게 하기 싫었는지 모른다.

그 시절 유행처럼 씹던 껌에서 “똑똑똑” 소리를 내며 웃던 아이
중학교 원서 쓰는 날에도 책상에 엎드려
철없이 껌을 씹던 오순안이었다.

 

시간이 흘러 중·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도 공부보다 노는 일이 더 좋았다.
부모님을 졸라 기타를 사서는 배운다고 폼만잡고 다니던 여고생이었다.

“솥뚜경 운전하기 싫으면 공부 열심히 해라.”

하시던 부모님 말씀은 늘 뒷전이었다.
그래서 대학은 못 갔지만
부모님 덕분에 고등학교는 무사히 졸업했다.

 

 

7형제 중 나만 대학을 못 나온 부모님께 늘 아픈 손가락이었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늘 부모님 속을 태우던 딸이었지만

부모님의 사랑만큼은 언제나 변함이 없었다.

생각할수록 얼마나 감사한지—엄마, 아버지... 고맙고 또 죄송합니다.

 

십수 년이 지난 어느 날
그 ‘슬뚜껑’이라는 말의 의미를 깊이 깨달았을 때는
이미 세월이 KTX처럼 빠른 속도로 지나간 뒤였다.

 

▲ 빠르게 흘러간 시간 속에서도 고향과 부모님의 기억은 변함없이 남아 있다.

 

 

어느덧 내 나이 쉰아홉.

머리에는 하얀 서리가 내려앉고
눈가에는 호박주름이 자리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각시둥범 앞냇가가 흐른다.

돌아보면 품만 잡던 아이도
이 모든 시간을 품어준 고향이 더없이 그립다.

 

라일락 향을 뿌리고 소싯적 친구들과
고향 이야기를 나누는 지금 나는 비로소 안다.

그때의 철없음까지도
모두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모든 시간 위에 나는 여전히
고향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2012. 4. 9. 기록

 

 

【작가노트】

 

세월은 흘렀지만
고향은 여전히 내 안에 흐르고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부모님의 사랑
그리고 함께 웃고 뛰놀던 친구들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돌아보면 그 모든 순간들이
오늘의 나를 만든 가장 소중한 뿌리였다.

 

나이가 들수록 더 선명해지는 것은
앞으로의 길보다
지나온 길의 온기인지도 모른다.

 

사진으로 기록하고
글로 마음을 남기며 살아가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고향을 품고 살아간다.

 

2026. 6. 3. 다시 꺼내 읽으며

 

작성 2026.06.03 14:29 수정 2026.06.0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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