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깝다고 얼굴에 쓱, 서랍 속 명절 비누의 유쾌한 배신과 화려한 유턴

화장대 깊은 곳, 몇 년째 대물림되는 비누 탑과 눈이 마주친 어느 아침

뽀득함이 정답이지, 고집부리다 온 가족 얼굴이 가뭄 난 논바닥처럼 갈라진 사연

내 소중한 얼굴만 살짝 비껴가면 100점, 서랍 속 비누를 향기로운 구원투수로 쓰는 법

 

버리자니 벌 받을 것 같고 쓰자니 왠지 찜찜한 서랍 속 명절 비누의 현실적인 딜레마를 유쾌하게 풀어내고, 피부 장벽을 지키면서 비누를 똑똑하게 소진하는 공간 유턴 비법을 전한다.

 

욕실 수납장 문을 열거나 화장대 서랍 깊숙한 곳을 뒤적이다 보면, 마치 보물 찾기라도 하듯 어머, 이게 아직도 여기 있었네, 싶은 물건이 꼭 하나 있습니다. 촌스러운 듯 화려한 꽃무늬 상자에 담겨 은은한 향기를 풍기며 몇 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 녀석, 바로 명절 선물 세트의 단골손님인 일반 비누입니다. 버리자니 새것이라 천벌 받을 것 같고, 누가 줄 때 고맙게 받아는 뒀는데 정작 세수할 때는 자꾸만 구석으로 밀려나던 애물단지죠. 그러다 마침 쓰던 폼클렌징이 뚝 떨어진 어느 날 아침, 귀찮은 마음에 비누가 다 거기서 거기지 하며 야심 차게 그 상자를 뜯어봅니다. 물을 묻혀 몇 번 문지르니 거품은 또 얼마나 풍성하게 잘 나는지, 역시 국산 비누가 최고야 라며 온 얼굴에 거품 팩을 하듯 문지르고는 예전 방식 그대로 뽀득뽀득 소리가 날 때까지 개운하게 헹궈냅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욕실 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는 그 짧은 3초 사이에 대참사가 벌어집니다. 턱 끝에서부터 귀 옆까지 얼굴 피부 전체가 누군가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처럼 팽팽하게 오그라들기 시작하는 거죠. 입을 벌려 아이구 당겨라 라고 외치고 싶은데, 입가 근육마저 빳빳하게 굳어버린 느낌에 당혹감이 밀려옵니다. 거울을 보니 방금 세수한 얼굴은 어디 가고 가뭄 난 논바닥처럼 푸석한 얼굴만 남아 있습니다. 아빠는 옆에서 남자는 원래 뽀득해야지 라고 큰소리치더니 어느새 슬그머니 엄마의 비싼 영양 크림을 듬뿍 떠서 턱 주변에 처바르고 있습니다. 온 가족이 약속이라도 한 듯 화장대 앞에 모여 앉아 이 비누 진짜 독하네 라며 투덜대는 이 풍경, 대한민국 중년 가정이라면 한 번쯤 겪어본 욕실 시트콤의 한 장면 아닙니까.

 

이런 웃지 못할 소동이 벌어지는 이유는 우리가 비누의 근성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명절 선물로 들어오는 일반 비누들은 애초에 기름기와 오염을 강력하게 닦아내도록 설계된 녀석들입니다. 얼굴보다 피부가 훨씬 두꺼운 손이나 발, 혹은 몸을 씻을 때는 그 개운함이 매력이지만, 얇고 예민한 우리 얼굴 피부에 닿는 순간 수분 보호막까지 통째로 앗아가는 수분 도둑 으로 돌변합니다. 안 그래도 30대를 지나 50, 60대가 되면 피부의 기름샘은 파업을 선언하고 수분은 가만히 있어도 증발하는데, 여기에 강한 비누 거품을 얹는 것은 사막에 선풍기를 트는 격입니다. 비싼 주름 크림을 밤마다 정성스레 바르면 무얼 하나요, 아침에 사은품 비누로 소중한 수분 바탕을 싹 긁어내 버린다면 그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는 허무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이 아까운 비누들을 모두 쓰레기통으로 퇴출해야 할까요, 절대 아닙니다, 이 녀석들에게는 얼굴 대신 더 멋진 활약 무대를 만들어주면 됩니다. 이른바 비누 유턴 공식입니다. 얼굴 근처에는 얼씬도 못 하게 하되, 우리 집 구석구석 향기가 필요한 곳에 파견을 보내는 거죠. 포장지를 살짝 뜯어 옷장 서랍이나 눅눅한 신발장 구석에 쏙 넣어보세요. 어떤 비싼 디퓨저보다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잔향이 옷감 사이사이 스며들어 외출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혹은 샤워할 때 발을 씻는 용도로 사용하면 그 특유의 뽀득함이 세상 제일가는 청량감을 선사합니다. 물건의 가치는 제 자리에 있을 때 빛나는 법입니다. 내 얼굴 장벽은 부드러운 전용 세안제로 지키고, 선물 받은 비누는 생활의 지혜로 활용하는 이 영리한 유턴법이야말로 지갑도 지키고 우리 가족 피부 평화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일상에서 귀찮지 않게 실천하는 3가지 비누 유턴 약속
1. 얼굴은 사절, 몸에는 환영 샤워용으로 유턴- 명절 비누는 세면대 위에서 과감히 치우고, 샤워 부스나 욕조 옆으로 

   이동시켜 손을 씻거나 발 세정용으로 사용하여 개운함만 쏙쏙 골라 즐긴다.

2. 옷장 속 숨은 향기 고체 방향제로 대변신- 서랍 속에 잠자던 비누의 포장지를 살짝 뜯어 겨울옷 서랍이나 냄새나는 

   신발장 구석에 넣어두어 인위적인 스프레이 대신 은은한 잔향을 활용한다.

3. 세안제는 피부 전용으로 수분 장벽 사수- 비누가 아깝다는 이유로 얼굴 피부를 희생시키지 말고, 얼굴만큼은 수분을 

   남겨주는 전용 세안제를 사용하여 3060 피부의 생명인 보습막을 든든하게 지켜낸다.


설민규 대표는 수하코스메틱의 대표이자 건강뷰티큐레이터로서 천연화장품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전문메디컬코스메틱회사에서 쌓은 4년간의 경력을 바탕으로, 50여 곳의 피부과와 성형외과 원장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코칭과 컨설팅을 진행해왔다. 100여 건의 피부 관련 병원 및 업체 담당자 제품시연과 코칭을 통해 현장 중심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서울 피부과 학술세미나 및 포럼에서 상담 및 부스참여의 경험으로 현재 친환경적이고 건강한 뷰티 솔루션을 추구하며, 현재 비건 기초화장품 및 필링제품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자체 개발한 천연 화장품을 통해 건강한 아름다움을 전파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작성 2026.06.02 20:51 수정 2026.06.0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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