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초, 대한민국을 뒤흔든 ‘버닝썬 게이트’는 단순한 연예계의 일탈을 넘어 권력의 핵심부까지 칼날을 겨눈 초대형 권력형 유착 스캔들이었다.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라”며 검찰과 경찰에 초강수 지시를 내렸으나, 수사의 종착지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향했고 결국 ‘꼬리 자르기’와 ‘부실 수사’라는 거센 비판 속에 가라앉았다. 대통령의 엄포와 달리 부실하게 마무리된 당시 사건의 정치적 이면과 권력 유착의 실상을 다시 짚어본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례적인 긴급 지시, “성역 없는 수사”
2019년 3월, 클럽 버닝썬을 둘러싼 마약 투약과 성범죄 의혹이 경찰과의 조직적 유착 정황으로 번지자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다. 이에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긴급 보고를 받은 후 강력한 지시를 하달했다. 문 전 대통령은 “사건의 용기 있는 제보자에 대해 권력기관이 도리어 피해를 주는 일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이 사건을 사회 특권층의 불법 행위와 권력기관의 비호가 얽힌 적폐로 규정했다. 당시 정권은 과거 정권의 의혹인 ‘고 장자연 사건’,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의혹’을 버닝썬 사건과 동시에 조사하도록 지시하며 엄정 처벌의 의지를 천명했다.
베일 벗은 ‘경찰총장’의 정체, 청와대 민정수석실 핵심 인사
그러나 성역 없는 수사를 외쳤던 정권의 외침은 범죄 연예인들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리며 뒤를 봐주던 배후의 실명이 드러나면서 급격히 얼어붙었다. 단톡방 속 비호 세력의 정체는 다름 아닌 윤규근 총경이었다. 윤 총경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부터 약 1년간 청와대 민정수석실(당시 조국 민정수석)의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인물이었다. 범죄 가해자인 연예인들과 골프 회동을 갖고 유착 관계를 맺은 시기가 그가 청와대 권력의 중심에 서 있던 때와 겹치면서, 사건은 연예계 스캔들에서 청와대 기강 해이와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성격이 완전히 전환되었다.
‘기획 사정’ 논란과 초라한 ‘솜방망이 처벌’ 마감
청와대 인사가 깊숙이 개입된 사실이 드러나자 사법 기관의 칼날은 급격히 무뎌졌다. 경찰은 거액의 배후 의혹을 받던 윤 총경과 가수 승리에 대해 핵심 혐의인 뇌물죄를 입증하지 못했고, 직권남용 등의 가벼운 혐의로만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청와대 실세가 연루되자 정권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사를 축소하고 꼬리를 자른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윤 총경 의혹을 덮고 여론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공소시효가 임박한 김학의·장자연 사건을 무리하게 엮어 대대적으로 부각했다는 ‘기획 사정 의혹’까지 제기되었다.
결국 윤 총경은 재판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및 직권남용 등의 혐의 중 상당 부분에 대해 무죄 및 가벼운 벌금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대통령이 직접 조직의 운명을 걸라고 주문했던 수사는 결국 권력의 벽 앞에서 초라한 결과를 남겼다. 버닝썬 게이트는 자본과 공권력의 결탁을 엄단하겠다던 외침이 정작 자당의 핵심 권력을 향했을 때 어떻게 무력화되는지를 보여준 뼈아픈 권력형 잔혹사로 기록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