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한국 증시가 전례 없는 상승 랠리를 연일 이어가고 있다. 2025년, 코스피는 세계 증시 상승률 1위를 기록했고, 2026년에는 지수 8,000을 넘어 이제 10,000의 도래를 기대하고 있다. AI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업 밸류업 정책, 외국인 자금 유입이 겹치며 장밋빛 환호가 여의도 증권가를 휘돌아치면서 대한민국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런 화려한 상승장의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보인다. 신용융자 잔고, 이른바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가 37조 원을 돌파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겁을 먹은 증권사들은 신용거래에 제한을 걸기 시작했다. 또한 증권가의 환호는 우리 모두의 것이 아니다. 아직 주식 거래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나 상대적으로 소외주에 투자한 이들에게 지금의 놀라울 정도로 가파른 랠리는 ‘나만 빼고 다 벌었나?’하는 포모(FOMO) 증후군으로 다가와 ‘기회를 놓칠까’하는 불안과 공포로 이어진다. 그래서 증시 상황을 과도하게 확인하거나, 타인과 비교해 결정을 미루거나 과열된 시장에 겁 없이 무리하게 진입해 고점에 매수하거나, 단기 과열에 동참하는 등 손실 위험을 키울 수 있다.
한 직장인이 자기 자산 1억7천만원에 미수금 2억원까지 합쳐 3억7천만원을 단일 종목에 몰빵했다가 폭락 하루 만에 대부분을 잃었다는 기사는 남의 일만이 아니다. 어느 누구는 작금의 상황은 투자가 아니라 돈 놓고 돈 먹기하는 투기장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투자와 투기는 어떻게 다를까? 증권분석의 창시자이자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알려진 벤저민 그레이엄에 따르면, 철저한 분석, 원금의 안전성, 만족스러운 수익률의 조건이 충족되면 투자고, 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투기라고 한다. 그는 감정을 통제하고 군중 심리를 경계하고 리스크를 관리하여 장기 생존할 수 있는 투자 태도를 중시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유형일까? 코스피가 충분히 올랐다는 막연한 감으로 인버스 레버리지에 뛰어들거나, 나만 소외됐다는 불안감으로 신용과 미수를 끌어다 감당할 수 없는 배팅을 하고 손실 가능성 자체를 외면하고 리스크에 대한 이해 없이 올라타는 레버리지 상품을 선택한다면 투기다.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기업 실적과 밸류에이션을 분석하고, 반도체·AI 업종의 영업이익을 근거로 장기 보유 전략을 취한다. 분할 매수·분할 매도로 리스크를 분산하고, 2026년부터 시행된 고배당 분리과세와 다양한 제도적 혜택을 활용해 체계적인 자산 형성을 한다.
지금처럼 강세장에 조정 국면이 오는 것은 시장의 본성이다. 37조 원의 빚투로 시장이 흔들리면 연쇄 반대매매가 시작되고, 이는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일으킨다. 증권사들이 스스로 신용거래를 제한하기 시작한 것은, 그들조차도 이 과열을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다.
한국 증시의 구조적 개선은 분명 진행 중이다. 단기 매매 중심에서 벗어나 장기 투자가 확대될 때, 시장은 변동성에 강해지고 외국인 신뢰도 회복된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자본시장의 선순환 구조도 그 위에서만 안착될 수 있을 것이다. 지수 상승의 과실이 소수 대형주에 집중되지 않고 중소 성장기업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또 다른 숙제도 남아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가파른 상승장에서 나는 투자인가? 투기인가? 그 물음의 답은 시장이 아닌 개개인의 의사결정 방식에서 나온다. 나는 왜 이 주식을 사는가? 이 질문 하나가 투자와 투기를 가른다. 결국 이 축제가 끝난 뒤 나에게 무엇이 남겨질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자기 질문이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투자의 최종 책임은 결국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하는 일이다.
이진희
서울대학교 대학원 졸업(교육학박사)
(현) 진해세화여자고등학교 교장
(전) 서울대학교 강사
(전) EBS 수능윤리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