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하얀 복사지가 더 좋은 종이일까?
AI부동산경제신문ㅣ교육·문화
최근 화장지와 기저귀, 물티슈 등에 이어 사무용 복사지에 사용되는 형광증백제(OBA·Optical Brightening Agent)를 둘러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와 기업들이 제품의 가격과 품질뿐 아니라 원료와 환경성까지 고려하기 시작하면서, 무형광 복사지에 대한 수요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새하얀 종이의 비밀, 형광증백제
일반적으로 사무용 복사지는 밝고 선명한 흰색일수록 품질이 우수하다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일부 복사지의 강한 백색은 형광증백제라는 화학물질의 첨가에 따른 결과일 수 있다.
형광증백제는 자외선을 흡수한 뒤 청색 계열의 가시광선을 방출해 종이를 실제보다 더욱 희고 밝게 보이도록 만드는 물질이다. 반면 천연 펄프 본연의 색상은 은은한 미색(아이보리 계열)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종이의 백색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화학 공정이 활용되고 있으며, 일부 소비자들은 이러한 화학 처리 과정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제품을 선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 확대
형광증백제는 스틸벤(Stilbene) 계열 화합물을 주성분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관련 연구에서는 장기간 반복 노출 시 피부 자극이나 알레르기 반응, 눈 점막 자극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사무실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대량의 복사 작업이 이루어질 경우, 종이와 토너에서 발생하는 미세 분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소비자와 기업들은 화학물질 사용을 최소화한 사무용지에 주목하고 있다.
위생용품은 제한, 사무용지는 상대적으로 느슨
국내에서는 화장지, 물티슈, 기저귀 등 피부에 직접 접촉하는 위생용품에 대해 형광증백제 사용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또한 어린이 교과서와 아동 도서에는 눈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미색 용지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반면 사무용 복사지는 성인이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관련 논의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내며 종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안전성과 환경성에 대한 관심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폐기 이후 더 주목받는 환경 문제
전문가들은 형광증백제 문제를 사용 단계에만 국한해서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형광증백제가 포함된 종이가 소각될 경우 화학물질 분해 과정에서 각종 오염물질이 발생할 수 있으며, 재활용 과정에서도 일부 성분이 재생 펄프에 잔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폐지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수가 수질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와 친환경 소비자들은 종이 한 장의 생산부터 사용, 폐기, 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Life Cycle)을 고려한 제품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SG 경영 확산…사무용지도 ‘책임 구매’ 대상
기업들의 구매 기준도 변화하고 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사무용 소모품 구매 시에도 친환경 요소를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히 가격 경쟁력만을 따지는 방식에서 벗어나 원료, 제조 공정, 재활용 가능성 등을 함께 평가하는 ‘책임 구매(Responsible Procurement)’가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친환경 인증 제품 사용 비율을 관리하거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관련 내용을 반영하는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형광증백제 사용 여부, 천연펄프 사용 비율, 무염소 표백(ECF·TCF) 공정 적용 여부 등이 주요 검토 항목으로 꼽힌다.
공공기관과 교육기관 역시 친환경 사무용품 구매를 확대하는 추세다. 조달시장에서도 친환경 인증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제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무형광 복사지 시장 성장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형광증백제를 사용하지 않은 무형광 복사지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무형광 복사지는 일반적으로 100% 천연펄프를 사용하며, 종이의 자연스러운 미색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제조 과정에서 불필요한 화학물질 사용을 줄이고, 사용 후 재활용과 폐기 단계까지 고려한 친환경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종이의 백색도가 품질의 기준처럼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건강과 환경,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복사지 역시 기업의 ESG 실천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실에서 매일 사용하는 복사지 한 장도 이제는 단순한 소모품이 아닌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선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왜 이렇게 하얀가’라는 소비자의 질문이 사무용지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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