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반지하에서 시작된 꿈, 간장계란밥스튜디오 김윤명 대표의 도전

“유행을 좇기보다 오래 사랑받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게임·일러스트·굿즈·전시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하는 캐릭터 IP 전략

김윤명 대표 “콘텐츠가 사라지지 않는 안전지대 같은 스튜디오가 목표”

 

귀여운 두더지가 운영하는 작은 치과 이야기에서 출발한 인디게임 〈두더지치과〉. 하지만 이 게임을 만들고 있는 간장계란밥스튜디오의 시선은 게임 한 편에 머물지 않는다. 게임과 일러스트, 굿즈, 전시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하며 오래 사랑받는 캐릭터 IP를 만들겠다는 꿈을 그리고 있다.

현재 1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김윤명 대표는 최근 다양한 게임 전시와 일러스트 행사에 참여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작은 반지하 공간에서 시작된 그의 도전은 이제 게임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사라지는 게 슬펐어요”

김 대표가 〈두더지치과〉를 만들게 된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캐릭터나 콘텐츠들이 유행이 지나면 너무 쉽게 사라지는 모습이 아쉬웠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다가도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죠.”

 

그는 콘텐츠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오랫동안 기억되고 사랑받는 존재가 되길 바랐다.

그래서 게임 하나를 만드는 것보다, 그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캐릭터와 세계관을 만드는 데 더 큰 의미를 두었다.

“유행처럼 소비되고 끝나는 콘텐츠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다시 찾아보고 싶은 그림책 같은 세계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두더지치과〉는 독특한 상상력에서 시작됐다. “만약 치과 의사가 귀여운 두더지라면 어떨까?”

플레이어는 땅속 작은 치과를 운영하는 두더지 원장이 되어 다양한 동물 환자들을 만나게 된다. 손으로 직접 그린 듯한 따뜻한 그림책 감성과 아날로그적인 분위기, 그리고 유쾌한 유머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게임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흔히 “귀엽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김 대표는 그 안에 조금 더 깊은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소소한 위로와 웃음을 전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어요.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잠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주고 싶었습니다.”

 

간장계란밥스튜디오는 올해 다양한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과 직접 만났다.

지난 5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내 대표 게임 행사인 PlayX4 2026에서는 〈두더지치과 플레이엑스포점〉을 선보이며 많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두더지치과〉는 지난해 G-STAR 2025 Creator's Choice 노미네이션에 이어 올해 PlayX4 인디게임 어워드 TOP10에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어 강남 텍스파홀에서 열린 GAME AiCON Seoul 2026 B2B 전시에도 참가하며 글로벌 퍼블리셔와 개발사들을 만났다.

“전시를 하면서 느낀 건 사람들이 게임만 보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캐릭터를 좋아하고, 그림을 좋아하고, 굿즈를 좋아하는 분들이 정말 많았죠. 결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콘텐츠가 아니라 그 안의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대표는 간장계란밥스튜디오를 게임 개발사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대신 ‘창작 스튜디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게임으로,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일러스트로, 수집을 좋아하는 사람은 굿즈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세계관 콘텐츠로 만나게 되는 구조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튜디오는 게임 개발뿐 아니라 캐릭터 상품 제작, 아트워크 전시, 오프라인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전략이 아니다.

하나의 캐릭터와 세계관이 여러 형태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콘텐츠가 죽지 않는 안전지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김 대표는 인터뷰 중 가장 인상적인 표현으로 ‘안전지대’를 언급했다.

“좋아하는 콘텐츠가 사라지는 걸 많이 봤어요. 그래서 저는 스튜디오 안에서 어떤 콘텐츠도 쉽게 죽지 않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가 꿈꾸는 스튜디오는 유행에 따라 콘텐츠를 소비하고 버리는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창작자들이 자신이 만든 세계를 오래 지켜나갈 수 있는 장소다.

“언젠가 간장계란밥스튜디오를 떠올리면 두더지치과뿐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와 이야기들이 함께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1인 스튜디오로 운영되는 만큼 현실적인 어려움도 적지 않다.

기획과 개발, 그림, 전시 준비, 굿즈 제작, 마케팅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직접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청년 창작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꾸준함’을 꼽는다.

“창작은 생각보다 훨씬 긴 호흡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계속 만들고 보여주는 사람이 결국 살아남더라고요.”

실제로 두더지치과 역시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프로젝트가 아니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수년간의 작업과 고민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했다.

 

오는 7월 양재 aT센터에서 열리는 문구전 여름 2026을 시작으로 간장계란밥스튜디오는 일러스트 전시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도전한다.

이어 8월 K-일러스트레이션페어 마곡 2026, 10월 인천 일러스트코리아 2026 참가를 통해 게임과 일러스트의 경계를 넘나드는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윤명 대표의 꿈은 거창하지 않다.

그는 그저 사람들이 오래도록 꺼내보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작은 반지하 작업실에서 시작된 두더지치과의 이야기는 오히려 천천히, 그리고 단단하게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어쩌면 청년 창작자에게 필요한 것은 거대한 자본이나 화려한 시작이 아니라, 자신이 믿는 세계를 끝까지 지켜내는 힘인지도 모른다.

간장계란밥스튜디오는 오늘도 그 믿음을 그림과 게임, 그리고 이야기로 증명하고 있다.

작성 2026.06.01 11:03 수정 2026.06.0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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