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은행나무에 무슨 일이 있었나…부암동 주민들, 환기미술관에 공개 책임 촉구

제초제 주입 의혹 제기된 은행나무 둘러싸고 주민·환경단체 공동 기자회견

“사과와 복원 대책부터” 주민들, 미술관·행정기관 대응 강하게 비판

도시 나무 보호 제도 실효성 논란…보호수 지정 요구도 확산

▲ 부암동 주민들과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은행나무 보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서울환경연합

한 세기를 넘게 부암동의 풍경을 지켜온 은행나무가 지역사회의 뜨거운 논쟁 중심에 섰다.

 

부암동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최근 서울 종로구 부암동 일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기미술관 인근 은행나무 훼손 의혹과 관련해 미술관 측의 공식 사과와 적극적인 복원 조치를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문제의 은행나무가 지역의 역사와 기억을 담고 있는 상징적 존재라며, 일상적 수목 관리 차원을 넘어 공동체의 자산을 훼손한 사안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 부암동 주민들과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은행나무 보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서울환경연합

주민들이 제기한 핵심 쟁점은 은행나무에 대한 제초제 주입 의혹이다.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해당 은행나무는 수령 1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대형 수목으로, 주민들이 확보한 CCTV 자료에는 작업자들이 나무 줄기에 여러 개의 구멍을 뚫고 약제를 주입하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확인 결과 구멍의 깊이는 약 13cm 수준으로 측정됐으며, 주민들은 이를 단순 관리 행위가 아닌 나무 생육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로 보고 있다.

 

 

이상 징후를 가장 먼저 발견한 주민들은 계절과 맞지 않는 낙엽 현상에 주목했다.

 

주민 홍세진 씨는 평소와 달리 초여름 시기에 녹색 잎이 대량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목격한 뒤 문제를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나뭇잎이 급격히 변색되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우려가 커졌고, 추가 확인 과정에서 관련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CCTV 자료와 함께 현장을 방문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약제 주입 사실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불만은 나무 훼손 의혹 자체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들은 사건 발생 이후 미술관과 관계 기관이 보여준 대응이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부 주민들은 사용된 약제의 종류와 투입량, 토양 및 수질 오염 가능성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며, 또한 관련 기관에 문의하는 과정에서도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정보 공개와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했다.

 

▲ 기자회견장에서 발언하는 부암동 주민이자 신학자인 현경 교수. 사진=서울환경연합

기자회견에 참석한 각계 인사들도 잇따라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신학자이자 부암동 주민인 현경 교수는 자연과 예술의 공존이라는 가치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공개 사과와 실질적인 복원 노력을 촉구했다. 그는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지역을 지켜온 나무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공동체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고 있는 존재라고 평가했다.

 

▲ 기자회견장에서 발언하는 서울환경연합 최진우 전문위원. 사진=서울환경연합

환경 분야 전문가들도 이번 사안을 도시 녹지 보호 체계 전반의 문제로 해석했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도시숲 관련 제도와 보호 장치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 충분한 보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사유지라는 이유로 공공의 개입이 제한되는 현실은 도시 생태계 보전에 큰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기자회견장에서 발언하는 나무의사 우종영 님. 사진=서울환경연합

나무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긴급 대응도 요구됐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나무 전문가는 제초제 피해를 입은 수목은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피해 발생 직후 적절한 응급 조치가 시행돼야 약제 농도를 낮추고 회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지금이라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나무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안은 지역 민원을 넘어 도시 생태계와 공공 책임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기자회견문에서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환기미술관이 관련 행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주민들에게 공식 사과할 것, 나무 복원을 위한 응급 조치와 비용 부담에 적극 협조할 것, 그리고 서울시가 해당 은행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해 체계적인 보전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나무를 단순한 재산이 아닌 독립된 생명체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암동 은행나무 논란은 한 그루의 나무를 둘러싼 갈등을 넘어 도시 환경과 공동체 가치, 그리고 공공 책임의 경계를 묻는 사건으로 확산되고 있다. 향후 관계 기관과 당사자들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에 따라 지역사회 여론과 도시 녹지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작성 2026.05.30 20:00 수정 2026.05.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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