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두 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할 전망

"호르무즈 열린다는 한마디에 무너진 92달러"… 두 달 만의 유가 대폭락, 그 진실

세계 증시는 사상 최고인데 기름값은 곤두박질친다… 시장의 두 얼굴

미·이란 휴전설의 함정: 트럼프는 왜 아직 사인하지 않는가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기름 한 방울에 세계의 운명이 출렁인다. 2026년 5월 29일, 국제 유가가 두 달 만에 가장 가파른 추락을 향해 곤두박질친다. 페르시아만의 좁은 길목,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릴지도 모른다는 단 하나의 기대가 시장 전체를 흔든 것이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을 연장하고 해상 봉쇄를 풀기로 잠정 합의했다는 소식에 브렌트유는 배럴당 92달러대로 미끄러졌고, 같은 시각 세계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전쟁의 공포가 걷히는 자리마다 돈이 다른 길을 찾아 흐른다. 과연 이 평화의 신호는 진짜인가, 아니면 또 한 번의 신기루인가.

 

모든 것은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좁은 물길에서 시작된다. 전 세계 원유와 LNG의 약 5분의 1이 이 해협을 지난다. 이 해협이 약 20%에 달하는 세계 원유·가스 흐름의 길목이기에, 이곳이 막히면 유가는 치솟고 풀리면 가라앉는다. 지난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전쟁으로 해협이 사실상 닫히자, 유가는 한때 배럴당 110달러를 넘나들며 폭주했다. 시장은 공포를 먹고 살을 찌웠다. 그러나 공포가 영원할 수는 없다. 협상 테이블이 다시 차려지고, 휴전이라는 단어가 입에서 입으로 번지자 부풀었던 유가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주저앉기 시작한다. 두려움이 만든 거품은 두려움이 걷히는 순간 가장 빠르게 꺼지는 법이다.

 

5월 29일 브렌트유 선물은 약 1달러 떨어진 배럴당 92.69달러로 후퇴한다. 주간 낙폭은 1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약 두 달 만의 가장 가파른 주간 하락이다. 한 달 전체로 보면 더 충격적이다. 5월 한 달간 브렌트유는 19% 가까이 빠지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악의 한 달을 기록한다. 방아쇠를 당긴 것은 로이터를 통해 전해진 미·이란 잠정 합의 소식이다. 양국이 휴전을 60일 연장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 제한을 완화하는 데 합의했으며, 이란이 30일 안에 해협의 기뢰를 모두 제거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합의를 아직 승인하지 않았고, 이란 국영매체는 절차가 완결되지 않았다고 전한다. J.D. 밴스 부통령조차 이란과의 합의가 언제, 과연 성사될지 불확실하다고 경계의 끈을 놓지 않는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날 시장의 두 얼굴이다. 유가는 떨어지는데 증시는 오른다. MSCI 세계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로 올라서고, 인공지능 투자 기대가 기술·반도체 주식을 밀어 올린다. 위험이 사라진 자리를 낙관이 채운 셈이다. 그러나 현장 전문가들의 시선은 차갑다.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의 밥 파커 선임고문은 설령 호르무즈가 열린다 해도 그 개방은 부분적일 것이며, 향후 몇 달간 유가는 90~100달러 사이에 머물 것이라 내다본다. 걸프 전역의 정유시설과 송유관이 입은 피해가 크고, 유조선 운항의 안보 위협과 고갈된 재고가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기뢰를 걷어내고, 부서진 시설을 고치고, 멈춘 생산을 다시 돌리는 일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숫자는 평화를 미리 사들이지만, 현실의 바다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기름값 하나에 세계가 웃고 운다. 나는 이 숫자들의 출렁임 앞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연약함을 본다. 우리는 내일을 손에 쥐었다고 믿지만, 페르시아만의 좁은 물길 하나가 그 믿음을 하룻밤 새 거품으로 만든다. 휴전이라는 두 글자에 수십억 달러가 움직이고, 승인되지 않은 합의 한 줄에 세계 증시가 들썩인다. 그러나 평화는 차트 위의 선이 아니다. 그것은 기뢰가 걷힌 바다 위로 다시 배가 지나가고, 폭격당한 마을에 다시 불이 켜지는, 느리고 더딘 회복의 다른 이름이다. 

작성 2026.05.30 08:30 수정 2026.05.3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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