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화분에 물을 줄 때는
물조리개로 조금씩 주곤 했다.
밑으로 물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그런데 오늘은 화초들이 유난히 축 처져 보였다.
평소처럼 물을 줄까 하다가
무거운 화분들을 하나씩 욕실로 옮겼다.
그리고 샤워기로 물을 충분히 뿌려주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물이 들어갔다.
잠시 후 화분에서는 보글보글 공기방울이 올라왔다.
그동안 흙이 얼마나 말라 있었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혹시 이 화초들이 죽지 않을 만큼만,
아주 감질나게 물을 주고 있었던 건 아닐까.
충분히 물을 머금은 화초들은
눈에 띄게 생기를 되찾았다.
잎은 더 싱싱해졌고,
줄기는 조금 더 힘차 보였다.
사람도 비슷한 것 같다.
버틸 만큼만이 아니라
충분히 쉬고,
충분히 사랑받고,
충분히 채워지는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오늘, 화분에 물을 주다가
‘충분함’의 힘을 다시 생각한 날이다.
화초에도 사람에도, 간신히 버티는 ‘조금씩’이 아니라 숨통을 틔우는 ‘충분함’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