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원유의 5분의 1이 지나는 좁은 물길, 호르무즈 해협이 지금 모순으로 가득하다. 워싱턴은 "합의가 코앞"이라 말하고, 같은 시각 테헤란 앞바다에선 경고 사격이 울린다. 미국과 이란은 정말 손을 잡은 것인가, 아니면 협상 테이블 밑에서 여전히 방아쇠를 만지고 있는 것인가. 2026년 5월 29일, 중동을 뒤덮은 이 거대한 물음표를 하나씩 풀어 본다.
이 위기의 뿌리는 지난 2월 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 타격하며 전쟁의 빗장이 열렸다. 이란은 보복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막았고, 미국은 4월 13일 이란 항구를 봉쇄하는 해상 봉쇄로 맞받았다.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이 길목이 막히자, 해협을 지나는 선박 통항량은 전쟁 전에 비해 88%나 곤두박질친다. 기름값이 출렁이고 세계 경제가 숨을 죽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엇갈린 신호가 혼란을 키운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두 나라가 60일짜리 잠정 합의 초안에 의견을 모았다고 전한다. 휴전을 60일간 연장하고, 이란이 기뢰를 제거하면 미국은 해상 봉쇄를 풀며, 핵 활동을 다시 협상한다는 골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최종 서명을 하지 않았고, 이란은 합의문은 완성되지 않았다며 타결설 자체를 부인한다. 밴스 부통령은 조인트베이스 앤드루스에서 “아직 도달하지 못했지만 매우 가깝다”라면서도,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과 농축 문제라는 "껄끄러운 대목"이 남았다고 토로한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호르무즈가 완전히 열리기 전에는 제재 논의도 없다"라고 못 박는다.
문제는 협상장 밖이다. 같은 날 이란 국영방송은 남부 상공에서 방공망이 작동했고 부셰르에서 미군 전투기를 타격했다고 주장한다. 폭발음이 들렸다는 보도도 잇따른다. 호르무즈에서는 규정을 어겼다는 선박을 향해 경고 사격까지 가해졌다. 트럼프는 오만이 이란과 손잡고 해협 통행료를 물리려 한다는 정황에 혼쭐을 내겠다는 거친 위협을 쏟아낸다. 그 와중에 테헤란 팔레스타인 광장에는 거대한 현수막이 내걸린다. 모래시계 그림 위에 페르시아어와 히브리어로 "이스라엘은 앞으로 15년을 보지 못한다"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외교의 언어와 전장의 언어가 한 무대 위에서 동시에 울려 퍼지는 셈이다.
지금, 합의가 임박했다는 헤드라인과 전투기가 격추됐다는 속보가 같은 화면에 나란히 뜨는 시대다. 그러나 통계가 88%로 떨어졌다고 적힐 때, 그 숫자 뒤에는 항구에 발이 묶인 선원과, 기름값에 한숨짓는 누군가의 식탁이 있다. 모래시계는 누군가를 향한 저주의 상징이지만, 사실 그 안에서 흘러내리는 모래는 우리 모두의 시간이다. 강한 자들이 해협 위에서 힘을 겨루는 동안, 정작 평화를 비는 손은 어디서 떨고 있는가. 그렇다면 묻고 싶다. 당신은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 떨어지기 전에, 무엇을 위해 두 손을 모을 것인가










